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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부족? 기량 하락? 두 경기 연속 5회 못 버틴 류현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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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오클랜드전에서 투구하는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 [로이터=연합뉴스]

17일 오클랜드전에서 투구하는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 [로이터=연합뉴스]

준비 부족일까, 기량 하락일까. 류현진(35·토론토 블루제이스)이 두 경기 연속 5회를 넘기지 못했다.

류현진은 17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4회 만에 마운드를 내려왔다. 류현진은 안타 6개를 내주고 5실점한 뒤 2-5로 뒤진 5회 초 트렌트 손튼과 교체됐다. 볼넷은 없었지만, 삼진 1개를 잡는 데 그쳤다. 피안타 6개 중 장타가 4개(홈런 1개, 2루타 3개)나 됐다. 팀은 5-7로 졌다.

3회 머피에게 홈런을 내준 뒤 고개를 숙인 류현진. [AP=연합뉴스]

3회 머피에게 홈런을 내준 뒤 고개를 숙인 류현진. [AP=연합뉴스]

류현진은 첫 등판인 11일 텍사스 레인저스전에서도 3과 3분의 1이닝 5안타 6실점했다. 2경기 연속 5회에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13.50이 됐다. 두 경기 다 타자들이 점수를 많이 뽑아내 패전투수가 되진 않았지만 최악의 출발이다.

류현진은 1회 심판이 스트라이크존 가장자리에 걸치는 공을 볼로 선언하자 고개를 갸웃했다. 그래도 집중해서 범타를 유도해냈다. 하지만 2회에 네 타자 연속 안타를 내주고 3실점했다. 3회 1사 1루에선 션 머피에게 2점 홈런을 맞았다. 4회엔 삼자범퇴로 이닝을 끝냈지만, 더 이상 던지지 못했다.

류현진의 지난 시즌 빠른 공 평균 속도는 시속 90마일(약 145㎞)이었다. 메이저리그(MLB) 하위 5% 수준으로 매우 느리다. 내셔널리그 평균자책점 1위에 올랐을 때도 큰 차이는 없었다. 하지만 제구력과 다양한 구종으로 이를 커버했다. 텍사스전에서도 최고 91.5마일(147㎞), 평균 90.1마일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번 경기에선 빠른 포심패스트볼과 컷패스트볼(커터)을 볼 수 없었다. MLB닷컴에 따르면 53개의 투구 중 포심이 18개, 커터가 15개였다. 90마일이 넘는 패스트볼은 딱 하나뿐이었다. 머피에게 맞은 홈런도 88.2마일(142㎞) 직구였다. 커터는 평균 85.5마일(138㎞)에 머물렀다.

제구는 더 안 됐다. 2회 4연속 안타를 맞은 구종은 체인지업-커브-포심-커터였다. 자신이 가진 모든 무기를 꺼내들었지만 높은 쪽에서 형성되면서 맞아나갔다. 피홈런도 2볼에 몰린 뒤 어쩔 수 없이 가운데로 던진 공을 통타당했다.

경기 뒤 류현진은 왼팔 통증으로 치료를 받았다. 경기 뒤 인터뷰도 하지 않았다. 찰리 몬토요 토론토 감독은 "트레이너에 따르면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몸에 이상이 있는지를 검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은 1월부터 제주도에서 몸을 만들었다. 2월엔 플로리다주 더니든 스프링캠프를 쓰지 못하게 되자, 출국을 미뤘다. 대신 친정팀인 한화 이글스가 꾸린 경남 거제 캠프에서 투구 훈련을 시작했다. 노사분규가 길어지자 계속 한화 캠프에서 머물렀다. 개인훈련을 하는 것보단 나았지만, 예년과 다른 훈련방식이었다. 도중에 코로나19에 감염되기도 했다.

미국으로 넘어간 뒤에도 시범경기는 한 번 밖에 나서지 못했다. 물론 류현진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시범경기 전체 일정이 줄어들어 투수들이 준비가 덜 된 채 개막을 맞았다. 시즌 초반 상당수 선발투수들이 부진하거나, 긴 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다. 클레이턴 커쇼(LA 다저스)도 7이닝 퍼펙트를 기록했지만, 80개만 던지고 도전을 포기했다.

특히 토론토는 류현진을 포함한 1~3선발인 호세 베리오스-케빈 가우스먼이 줄줄이 부진했다. 그러자 찰리 몬토요 감독은 16일 경기에선 6선발로 로스 스트리플링을 투입했다. 하루씩 휴식을 더 주겠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하루를 더 쉬어도 류현진의 컨디션은 올라오지 않았다.

'에이징 커브(나이가 들 수록 신체적 능력이 떨어지는 현상)'를 의심하는 시선도 있다. 류현진은 만 35세다. '게으른 천재'로 꼽히기도 했지만, 20대 후반부터는 보강 운동을 열심히 했다. 하지만 전성기가 지날 시기가 된 건 분명하다. 특히 지난해 초반엔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지만, 후반기부터는 좀처럼 투구 밸런스를 찾지 못했다.

내년까지 4년 계약을 맺은 류현진의 입지가 흔들릴 가능성은 매우 낮다. '노쇠화'일지, 아닐지는 다음 등판, 그리고 그 다음 등판에서 엿볼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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