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7년전 그 공무원 뭔 잘못 했길래…하림, 분노의 1500억 소송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하림그룹이 서울 서초구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부지(파이시티)에 도시첨단물류단지를 조성하려던 사업이 지연된 것과 관련, 김학진 전 서울시 행정2부시장 등 서울시 공무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은 민간기업이 사업지연 등을 이유로 서울시 공무원 개인을 상대로 소송을 한 최초 사례다.

국토부·서울시 계획 겹친 파이시티 부지

 2012년 4월 촬영된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 파이시티 부지. 중앙포토

2012년 4월 촬영된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 파이시티 부지. 중앙포토

발단은 2015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시는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 지역을 연구개발 지구로 육성하기 위한 ‘R&D 육성방안’을 추진했다.

그런데 이듬해 6월 국토부 역시 이 지역을 ‘도시첨단물류단지’라는 새로운 개념의 스마트 시티 기획에 포함시켰다. 서울시의 연구개발 지구 육성 계획과 국토부 계획이 중복되는 형국이 됐다.

당시 서울시는 양재동 R&D 육성방안과 국토부의 ‘도시첨단물류단지’가 상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2016년 4월 양재동 화물터미널 용지를 매입했던 하림 측은 국토부 계획에 따라 물류센터 건설을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4500억 썼는데…‘용적률 규제·공동주택 불허’

감사원의 감사보고서에 따른 국토부와 서울시의 양재동 도시첨단물류단지 조성 추진경과. [감사원]

감사원의 감사보고서에 따른 국토부와 서울시의 양재동 도시첨단물류단지 조성 추진경과. [감사원]

하지만 서울시는 2016년 10월 ‘유통업무설비 개발지침’을 만들고 R&D시설 50% 이상 등 해당 부지를 연구전용지원공간으로 구성하고 허용용적률 400% 이하, 공동주택 불허 방침을 정했다. 당초 도심 물류센터를 세워 생활물류를 원활하게 관리하고, 식품물류의 일번지를 만들 계획이던 하림에겐 청천벽력 같은 통보였다는 게 하림 측의 주장이다.

이에 하림은 2019년 8월 서울시 지침의 2배인 800%까지 용적률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토부가 이 지역을 도시첨단 물류단지 시범단지로 선정했다는 게 하림 주장의 근거였다. 그러나 서울시는 “용적률 상향 시 특혜 및 교통 체증이 우려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양측 간 줄다리기가 3년간 이어졌다. 여기에 서울시의 주관부서가 수차례 다른 부서로 바뀐 점도 하림 측에겐 악재가 됐다는 주장이다.

하림은 계열사인 NS쇼핑을 통해 1800억 원(평균금리 2.7%)의 회사채를 발행, 용지 인수금액 4500억 원 가량을 조달했지만, 부지를 사용할 수 없어 용지 일부를 주차장으로 임대해야 했다고 주장한다. 하림 관계자는 “만약 원래 계획대로 물류센터를 지었다면 코로나 이후 연간 택배 물동량만 11억개가 넘었던 서울에서 (하림 물류센터는) 필수 인프라 시설로 기능했을 것”이라며 “인허가 지연으로 피해가 막심하다”고 설명했다.

“피해 막심” VS “편의 봐줬다. 공무상 한 일”

지난 2월 27일 오후 서울시청 본관. [뉴시스]

지난 2월 27일 오후 서울시청 본관. [뉴시스]

양측간 갈등은 지난해 8월 감사원이 하림그룹의 손을 들어주며 인·허가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일단락되는 듯 했던 갈등은 최근 하림 측이 서울시 공무원을 상대 소송을 제기하며 다시 불씨가 살아났다. 하림 관계자는 “서울시의 부당한 업무 처리로 1500억 원 상당의 피해를 봤다”며 “피해와 관련한 구제 방안을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당초 유통시설이 들어갈 수 없는 자연녹지지역을 용도변경하고, 용적률도 50~100%에서 400%까지 올릴 수 있도록 했다”며 “상한 용적률 한계까지 의무적으로 용적률을 높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이는 시장의 재량”이라고 설명했다.

공무원 개인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데 대해선 “서울시장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공무원이 업무상 일을 했을 뿐”이라며 “개인에게 소송을 제기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