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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빛나는 바이올린과 다르다…‘사교적인 악기’ 첼로 합동 무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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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서울 스프링 실내악 페스티벌의 야외 음악회. 서울의 윤보선 고택에서 열린다. [사진 SSF 사무국]

서울 스프링 실내악 페스티벌의 야외 음악회. 서울의 윤보선 고택에서 열린다. [사진 SSF 사무국]

‘첼리스트가 바이올리니스트보다 사교적인가’. 영국 음악잡지 스트라드의 편집장 아리안 토드가 2012년 쓴 칼럼 제목이다. 그는 첼로 연주자들이 모여 만든 미국 피아티고르스키 음악제를 지켜본 뒤 논쟁적인 제목을 골랐고, ‘그렇다’고  답했다. 낮은음으로 다른 악기를 받쳐주는 연주자답게 함께 뭔가를 하는 데 익숙하다는 거다.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68)도 이에 동의한다. 서울 스프링 실내악 페스티벌(SSF)의 예술감독인 그는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첼리스트는 협동을 잘하는 훌륭한 팀 플레이어”라고 했다. 이어 첼로 연주자들만 모여서 만든 음악학교와 축제를 예로 들었다. “독일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와 페스티벌도 지금은 다른 악기까지 포함하지만, 처음에는 첼리스트들이 만들었다”는 설명했다. 또 다른 예는 베를린 필하모닉 첼리스트 12명이 만든 ‘12 첼리스트’다. 1972년 베를린필 단원 사이에서 처음 생긴 앙상블 유닛이다. 현재 베를린필에는 33개의 앙상블이 있다. 강 감독은 “첼리스트 8명, 12명이 함께하는 공연은 자주 열린다”며 “바이올리니스트, 피아니스트의 합동 무대가 거의 없는 걸 보면 생각 자체가 좀 다른 것 같다”며 웃었다.

강 감독은 오는 22일 개막하는 제17회 SSF의 주인공으로 첼로를 잡았다. ‘첼로’에 강조의 뜻으로 ‘시모(-ssimo)’를 붙인 ‘첼리시모’가 제목이다. 다음 달 1일엔 첼리스트 2명부터 4명까지 한꺼번에 연주하는 무대를 선보인다.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이 공연은 바리에르의 첼로 2중주로 시작해 포퍼의 첼로 3중주를 거쳐 퓌츠·슈트라우스·피젠하겐·할덴베르크·포퍼의 첼로 4중주까지, 첼로 앙상블로만 채운다.

강 감독은 매년 재치있는 주제와 선곡으로 음악제를 이끌었다. 올해 프로그램에도 그의 안목이 반영됐다. 26일에는 ‘바텀 헤비(Bottom Heavy)’라는 제목으로 첼로 등 저음 악기가 주축인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주로 첼로, 관악기 중에서도 베이스 클라리넷이 중심을 잡아 ‘밑이 무겁다’는 뜻의 제목에 맞는 음악을 들려준다”고 했다. 이 밖에도 여러 나라에서 활동한 작곡가 작품을 모은 ‘국경 없는 음악가들’(29일), 남·북유럽 작곡가를 대비하는 ‘노스 vs. 사우스(North vs. South)’(30일) 공연이 눈에 띈다.

SSF는 강 감독이 처음(2006년)부터 17년째 이끌어왔다. 예술감독 교체 없이 오랜 기간 진행된 음악제는 한국에서 드물다. 강 감독은 “2006년에는 한국에 실내악 축제가 거의 없었다. 외국은 어딜 가나 있는 실내악 축제를 한국에도 정착시키려는 사명감이 있었다”고 했다. 또 “그동안 재정 문제 등 힘든 점도 많았는데 이제는 사람들이 실내악에 관심을 가지고 찾아오는 모습을 보니 흐뭇하다”며 “앞으로는 전체 페스티벌이 몇 달 전 매진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는 첼리스트 9인(강승민·김민지·박진영·심준호·이강호·이상은·이정란·조영창·주연선)을 중심으로, 피아니스트 김영호·김규연·이진상, 플루티스트 윤혜리,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 등이 출연한다. 개막 공연은 22일 오후 7시 30분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 다음 달 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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