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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언 -32%, 퀄컴 -25%…세계 반도체 주가 ‘빙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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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전 세계 반도체 업종 주가가 ‘추풍낙엽’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와 정보통신기술(ICT) 수요 감소 등으로 주가가 더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11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반도체 업종 시가총액 1위인 엔비디아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5.2% 하락한 219.17달러에 장을 마쳤다.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 한 주 동안 20% 가까이 하락했다.

주요 반도체 기업 연초 이후 주가 하락율.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주요 반도체 기업 연초 이후 주가 하락율.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엔비디아뿐 아니다. 지난주 시가총액 상위 20개 반도체 기업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차량용 반도체 세계 2위 업체인 인피니언은 10.3% 하락했고, 세계 4위 반도체 장비 회사인 TEL은 10.2% 급락했다. 퀄컴(-7%)과 AMD(-6.7%), 미디어텍(-6.7%), 브로드컴(-6.4%), 마이크론(-5.3%) 등도 주가가 많이 내렸다.

이에 비하면 삼성전자(-1.9%)와 SK하이닉스(-3.5%), TSMC(-3.7%), 인텔(-2.3%)은 상대적으로 하락 폭이 작았다. 같은 기간 반도체 업황을 보여주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10%가량 떨어졌다.

연초와 비교하면 낙폭은 더 커진다. 시총 상위 20개 기업 중 12곳의 주가가 연초 대비 20% 이상 떨어졌다. 인피니언(-32.4%), 램리서치(-31.6%), AMD(-29.8%), 미디어텍(-29.4%) 등이다. 또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공급해 ‘수퍼 을’로 불리는 네덜란드 ASML(-19.4%)을 비롯해 삼성전자(-13.4%), SK하이닉스(-14.5%) 등 5곳은 10~19% 내렸다. 이 기간에 주가가 10% 미만 떨어진 곳은 TSMC(-7.8%), 인텔(-8.7%), TI(-7.6%), ADI(-9.7%)뿐이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TSMC 등이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1분기 실적을 발표했지만, 주가 하락세는 막지 못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종합반도체(IDM)는 물론 팹리스(반도체 설계)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자동차용 반도체, 장비주 등 모든 반도체주의 약세가 지속하고 있다”며 “올해 반도체 섹터 주가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인플레이션으로 야기될지 모르는 경기 둔화 우려”라고 분석했다.

전망도 불투명하다. 무엇보다 반도체의 전방산업인 ICT 수요 둔화가 가시화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지난 1분기 글로벌 PC 출하량이 7750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7.3% 줄었다고 밝혔다. 또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14% 줄며 8개월 연속 역성장했다. 스마트폰 시장 세계 1위인 중국은 전년 동월 대비 19%, 전월 대비 21%나 감소했다.

사정이 이러니 글로벌 경기에 민감한 반도체 업종 주가가 상당 기간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원자재 가격 급등, PC와 스마트폰 등 ICT 수요 둔화, 글로벌 금리 상승과 인플레이션에 따른 소비 둔화 우려 등 거시 환경도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이승우 연구원은 “에너지를 넘어 식료품과 임금 등으로 인플레이션이 확산함에 따라 가계의 비필수재인 IT 내구재 소비 둔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반도체 기업의 주가 반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플레이션이 둔화할 수 있다는 시그널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2분기 이후 메모리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주가가 반등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낸드플래시는 2분기부터, D램은 3분기부터 가격이 오를 전망이다. 어규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2, 3분기 낸드와 D램 가격이 상승 반전하면서 메모리 업체는 하반기 급격한 실적 성장을 나타낼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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