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500억 주식사기 겪은 영광 대마산단, 이번엔 200억 행정소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8면

2013년 준공돼 전남지역을 대표하는 전기자동차 분야 특화산단으로 육성 중인 전남 영광군 대마산업단지 전경. 프리랜서 장정필

2013년 준공돼 전남지역을 대표하는 전기자동차 분야 특화산단으로 육성 중인 전남 영광군 대마산업단지 전경. 프리랜서 장정필

2011년 6월 28일 전남 영광 대마산단. 투자규모 800억원, 고용 효과 500명 등을 앞세운 전기차 업체 A사의 기공식이 열렸다. 2년 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찾은 전기차 특화 산단에서 열린 기공식에는 김혁규 전 경남도지사(당시 A사 회장), 박준영 당시 전남도지사 등이 참석했다.

A사는 대마산단에 둥지를 틀며 30여 개국과 투자협약, 네덜란드 업체 기술 확보 등 화려한 성과로 회사를 포장했다. 하지만 약 1년 뒤 500억 원 규모의 주식사기극이 경찰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그로부터 11여 년이 지난 올해. 대마산단 조성업체와 영광군 간 200억 원대 소송전이 불거졌다. 산단 조성 당시 개발업체가 쓴 ‘시설 조성비용’에 대한 보조금 지급 확약 여부를 둘러싼 소송이다. 이로 인해 영광군 안팎에선 “또다시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사기 11년 뒤, 영광군 거액 소송전 휘말려  

이명박 전 대통령(가운데)이 2009년 대마산단 기공식에서 주민과 대화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명박 전 대통령(가운데)이 2009년 대마산단 기공식에서 주민과 대화하고 있다. [중앙포토]

11일 전남 영광군 등에 따르면 대마산단 기반시설을 조성한 B업체가 ‘영광군이 기지급한 45억 원의 보조금에 더해 214억 원의 기반시설 조성 보조금을 추가 지급하라’는 내용의 ‘보조금 지급거부 처분 취소소송’을 광주지법에 냈다.

2013년 준공된 영광 대마산단은 2009년 개발계획 당시 165만㎡ 규모로 착공됐다. 총사업비 2032억 원을 투입해 전남을 대표하는 전기자동차 분야 특화 산단으로 육성하는 게 목표였다. 대마산단은 같은 해 12월 4일 열린 기공식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찾아 “지원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현재 B업체는 대마산단 내 우수관로와 도로 등 공공시설 조성에 투입된 518억 원 중 50%인 259억 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업 당시 전남도와 영광군이 이를 약속하고도 45억 원만 지급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영광군은 “256억 원에 달하는 보조금 지급 확약은 사실무근”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다만 ‘전남 전기차산업 메카’를 목표로 한 대마산단의 사업이 소송전으로 또다시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00원짜리 비상장주식 5000원에 팔아
 
대마산단에서는 2010년부터 2012년 사이 A사가 허위 정보를 앞세워 액면가 100원짜리 비상장 장외주식 약 1억주를 3000~5000원에 판매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주식 사기극으로 인해 3989명이 513억 원 상당의 피해를 입었다.
 
A사는 2012년 4월 대마산단에 전기 직구동 모터 버스 개조공장을 준공하면서 영광군과 연을 맺었다. ‘네덜란드 회사가 개발한 최신 기술을 도입한 신개념 전기자동차 생산시설’로 자사를 홍보했다. 이에 전남도와 영광군은 ‘세계 최초 전기 직구동 버스 생산시설이 영광에 들어섰다’고 알렸다. 당시 녹색성장산업 육성을 국정과제로 내세운 이명박 정부 정책에 맞춰 ‘전기자동차 관련 기업 유치’라는 외형에 몰두한 결과다.

‘정치인 업체 방문 사진’ 활용해 투자 유치
 
이때 국무총리 후보까지 거론됐던 김혁규 전 경남도지사가 잠시 A사 회장을 맡았던 점도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경찰 조사 결과 A사는 정치인들의 업체 방문 및 활동사진을 주식 투자자 유치에 적극 활용했다.
 
법원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사 대표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자신이 기술을 개발하고 아시아 총판권이 있는 것처럼 꾸미고 광역·기초 단체장을 초청한 행사, 명망 있는 정치인 출신 인사의 회장 영입 등으로 투자자의 판단을 흐리게 했다”고 판시했다.
 
현재 대마산단은 전남 지역 37개 국가·일반산업단지 중 상위권인 분양률 81.48%를 기록 중이다. A사 사건으로 인한 오명을 털어내기 위해 꾸준히 전기차산업 육성정책을 펼친 결과다.
 
영광군은 “B업체가 주장하는 보조금 259억 원 지급 확약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 등 관계 법령상 지방자치단체가 조성비용의 50%까지 지급할 수는 있지만 의무사항은 아니라는 게 영광군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B업체는 “관련 법령에 따라 영광군 등이 130억 원을 전남도가 지급하기 위해 전남도지사의 결재를 받았고 2010년쯤 보조금 지급을 확약했다”는 입장이다.

낮은 분양가 탓? 경영난 겪다 소송전까지  
 
일각에선 이번 소송전이 B업체가 대마산단의 낮은 분양가 때문에 경영상 문제를 겪다 빚어진 일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마산단 분양가는 1㎡당 11만9562원으로 금속가공·전자부품 등 비슷한 유형의 인접 산단인 ▶나주혁신산단(19만 원) ▶대양산단(25만9000원) ▶세풍산단(29만8000원) 등보다 낮은 수준이어서다. 이에 대해 B업체 측은 “기반시설 비용 중 50%를 확약한 보조금 지급 여부를 낮은 분양가 산정에 반영했다”고 주장했다.
 
영광군은 “분양원가는 B업체가 결정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영광군 관계자는 “B업체가 기반시설 조성에 투입한 비용은 모두 분양가에 반영했다”면서도 “당시 분양원가는 현재 가격보다 5만 원 정도 더 높게 승인됐음에도 B업체 측에서 현재 가격으로 분양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