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1년 걸린 가습기살균제 피해 조정, 사실상 무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11년 만의 가습기 살균제 참사 해결을 위한 민간 조정 작업이 사실상 무산됐다. 옥시레킷벤키저·애경산업 등 기업 두 곳이 피해 구제를 위한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서다. 조정위원회(위원장 김이수 전 헌법재판관)는 11일 유감의 뜻과 함께 “마지막까지 조정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이 강력히 반발하는 가운데, 일부 시민단체는 두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을 선언했다.

지난달 말 조정위는 피해자 유족에 2억~4억원을 지급하고, 최중증(초고도) 피해자에게 연령에 따라 최대 5억여원을 지원하는 내용의 최종 조정안을 공개했다. 하지만 조정에 참여한 9개 기업 중 옥시·애경 두 곳이 동의하지 않으면서 조정안 실행이 어려워졌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나머지 7개 기업(SK케미칼·SK이노베이션·LG생활건강·GS리테일·롯데쇼핑·이마트·홈플러스)은 동의 의사를 보였다.

두 업체는 최대 9240억원인 조정액의 60% 이상을 부담한다. 특히 옥시는 전체의 절반을 넘는 5000억원가량을 내야 한다. 하지만 조정 금액과 분담 비율의 적정성, 사태 해결 종국성 확보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로 인해 피해자 동의 등 나머지 절차도 중단된 상태다.

김이수 조정위원장은 “조정안이 발효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 됐다는 점에서 매우 송구스럽다. 특히 당초 주도적으로 조정을 요청한 일부 기업들이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는 입장을 표명한 건 아쉽고 유감이다”라고 말했다.

조정 무산 위기를 맞은 조정위는 이달 말까지 활동할 예정이다. 그 후 활동 기한 연장은 피해자 단체와 기업 간 합의가 있어야 하므로 불분명하다.

최병환 조정위원은 “(향후) 논의 과정에서 옥시 (한국) 지사가 어렵다면 우리가 직접 (영국 본사와) 접촉하겠다는 의사도 타진했다. 마지막 단계인 만큼 추가적인 계획 검토하면서 논의를 계속 진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조정위가 직접 입장 변화를 촉구했지만, 두 기업의 결정은 크게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조정위 기자회견 후 옥시 관계자는 “회사 측 입장은 이전과 변함이 없다. 현재로썬 의학적 근거 등 정확한 조정 기준도 모르고, 종국적인 해결도 담보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피해자들과 시민단체 등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이날 서울 애경 본사 앞에서 애경 측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불매운동 개시를 선언했다. 12일에는 옥시 제품 불매운동에도 나설 예정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