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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시장 제압해 집값 잡겠다는 오만한 접근 안 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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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정책을 총괄하는 국토교통부가 대변화를 앞두고 있다. 윤석열 정부 초대 국토부 장관으로 지명된 원희룡 후보자는 11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 마련된 사무실에 출근하며 “몇 방의 조치로 시장을 제압할 수 있다는 오만하고 비현실적인 접근을 하지 않고 시장의 이치와 전문가들의 식견을 받아들이며 국민 뜻과 새 정부의 정치적 의지를 잘 융합해서 가시적 성과를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취임 각오를 밝혔다.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주택 정책을 총괄하는 국토부가 변화를 맞을 전망이다.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 있는 국토부의 모습. 연합뉴스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주택 정책을 총괄하는 국토부가 변화를 맞을 전망이다.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 있는 국토부의 모습. 연합뉴스

앞으로 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시장 정상화’에 방점을 둘 전망이다. 지나친 규제로 인해 왜곡됐던 시장을 정상화하되, 집값을 자극하지 않도록 신중히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주택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투기세력 또는 집값을 잡겠다고 공언하던 문재인 정부의 주택 정책 방향과 결이 다르다. 문 정부의 국토부 초대 장관인 김현미 전 장관은 취임식 날부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20여 차례가 넘는 규제책을 쏟아냈다.

규제 나서던 국토부 정책 유턴 #'시장 정상화'에 앞장설 듯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지난 8일 ‘새 정부의 주택정책 어디로 가야 하나’라는 주제로 한국주택학회가 연 세미나에서 “가격과 싸우는 정부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라며 “부동산 시장에 대해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국토부, '시장 정상화'로 유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공동취재단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공동취재단

결국 규제책을 만들던 국토부가 다시 시장 정상화에 나서게 될 전망이다. 원 후보자가 이날 언급한 세 가지 키워드는 ‘공급’ ‘공시가격’ ‘임대차 3법’이다.

원 후보자는 “안정감 있고 예측 가능한, 실제 수요의 정밀한 구성에 맞는 현실적인 공급 대책을 가급적 빨리 내놓을 것”이라며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폭탄’으로 인해 국지적으로 고가 주택이나 개발이익과 투기이익을 누릴 수 있는 주택들이 쏟아질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이라고 강조했다.

수요가 있는 곳에 충분히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윤 정부의 의지에 따라 그간 옥좼던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되 집값을 자극하지 않도록 안정화 대책도 병행할 전망이다. 문 정부의 핵심 공급대책인 2·4대책(도심 공공주택복합사업)의 추진력은 다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보유세를 포함해 60여개 행정지표로 활용되는 공시가격 관련 정책도 수정된다. 원 후보자는 “세금을 부과받거나 수용가격에 대해 판정받아야 하는 국민 입장에선 많은 문제점을 느낀다”며 “정책 공급자 입장에서 종합적으로 살펴서 어디까지 현실성이 있는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우선 공시가격을 시세 대비 9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부터 전면 재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내년도 공시가격은 수정된 현실화 계획이 반영될 수 있게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바로 연구용역을 발주해 공청회,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11월까지 전면 재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시가격 등 문 정부 규제책 수정될 듯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도 개정될 전망이다. 원 후보자는 “임대차3법은 주거 약자인 임차인 주거권을 보호하는 좋은 의도로 마련된 법”이라며 “임차인 보호와 주거 약자의 주거 안정은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라고 평가했다. 다만 임대차 3법이 시장에 각종 부작용을 만들고 있고,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처리하다 보니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임대인에게 인센티브를 주거나, 등록임대사업자 제도 부활 등도 검토 중이다.

윤 정부가 새로운 부동산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회의 협조가 필요하지만 ‘여소야대’ 정국에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부동산값 폭등과 세금 폭탄은 명백히 현 정부 잘못이지만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당장 바로잡기는 힘들다”며 “앞으로 최소 2년 동안 지속할 여소야대 국회 환경은 새 정부의 정책 수단을 크게 제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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