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쏠쏠한 돈 되는 전기차 폐배터리…여기 거치면 전기자전거 부활

중앙일보

입력

6일 경기 시흥시의 미래폐자원 거점수거센터 내부에 놓여있는 전기차 폐배터리들. 센터에서 보관하다 민간 업체에 매각한 것 위주다. 사진 한국환경공단

6일 경기 시흥시의 미래폐자원 거점수거센터 내부에 놓여있는 전기차 폐배터리들. 센터에서 보관하다 민간 업체에 매각한 것 위주다. 사진 한국환경공단

"배터리 반납하러 왔습니다."

지난 6일 오전, 경기 시흥시 미래폐자원 거점수거센터. 폐차장에서 온 화물차 운전자가 한 손에 서류를 든 채 말했다. 화물차 뒤엔 커다란 검은색 전기차 폐배터리가 실려있었다. 김기현 한국환경공단 차장은 "일주일에 이런 배터리가 3개꼴로 온다"라고 말했다.

이 센터는 폐차되는 전기차 속 폐배터리를 회수해 매각하는 역할을 맡는다. 차량 배터리를 제대로 보관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하자는 취지다. 친환경 바람 속에 전기차 보급이 빨라지면서 폐배터리도 점차 늘고 있다. 전기차 폐배터리는 잘못 보관하면 화재나 중금속 오염 위험이 크지만, 최신 기술이 적용된 만큼 가치도 높다.

예전에는 전국의 폐배터리를 민간 업체에 위탁해 장기 보관했다. 문제는 사후 활용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이었다. 한국환경공단은 지난해 전국 4곳(시흥·대구·정읍·홍성)에 거점수거센터를 마련하고 올해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현행법상 2020년 이전에 등록된 전기차의 배터리는 폐차 시 모두 여기에 반납해야 한다. 하이브리드 차량이나 지난해 이후 등록 전기차는 예외다. 네 곳을 합쳐 폐배터리 362개(지난달 25일 기준)를 보관 중인 가운데, 이 중 70개에 대한 성능평가를 마쳤다.

6일 경기 시흥시의 미래폐자원 거점수거센터 내 전기차 폐배터리 보관 창고. 자동화 시설이 설치돼 거대한 크레인이 움직이며 폐배터리를 옮긴다. 사진 한국환경공단

6일 경기 시흥시의 미래폐자원 거점수거센터 내 전기차 폐배터리 보관 창고. 자동화 시설이 설치돼 거대한 크레인이 움직이며 폐배터리를 옮긴다. 사진 한국환경공단

전국 거점센터 4곳 마련, 폐배터리 300여개 보관 

수도권·강원 지역을 관할하는 시흥 센터는 가장 많은 294개(지난달 25일)를 관리하고 있다. 6일 센터 내부에 들어가 보니 반입장과 검사실, 보관실 크게 세 곳으로 나뉘었다. 가장 많은 면적인 보관실에선 아파트 7층 높이인 약 19m의 거대한 배터리 보관 창고와 크레인, 이와 연동된 컨베이어 벨트가 눈에 띄었다.

화재 위험 등에 대비한 원격 소화 시설도 있다. 관리는 거의 100% 자동화 돼있다. 직원이 크레인 작동 버튼을 누르니 2분도 안 돼 컨베이어 벨트 위 배터리를 들어 창고 칸으로 옮겼다. 센터 관계자는 "배터리 제조사 자동화 설비를 벤치마킹한 시스템이다. 자동화가 안 된 거점센터 3곳과 가장 다른 점"이라고 설명했다. 테슬라 차량용 배터리 등 일부 대형 배터리는 별도 보관함에 보관한다.

6일 경기 시흥시 미래폐자원 거점수거센터 내에서 보관 중인 대형 전기차 폐배터리들. 일반적인 배터리보다 큰 것들은 별도 보관한다. 사진 한국환경공단

6일 경기 시흥시 미래폐자원 거점수거센터 내에서 보관 중인 대형 전기차 폐배터리들. 일반적인 배터리보다 큰 것들은 별도 보관한다. 사진 한국환경공단

잔존수명 60% 기준으로 재활용·재사용 판정

현재 폐배터리는 큰 문제가 없으면 다시 쓸 수 있다. 평가 시 잔존수명이 60%를 넘으면 배터리 원형 그대로 재사용하지만,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파쇄·분쇄 후 재활용한다.

폐차장에서 센터로 넘어온 배터리는 외관 검사를 거쳐 문제가 있는 것부터 먼저 빼낸다. 그 후 전기적 검사, 잔존가치(SOH) 평가 등을 거쳐 재활용·재사용 여부를 결정한다. 배터리 검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하루 8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특히 배터리 핵심인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 정보가 제조사와 공유되지 않아 일일이 뜯어보고 조립하는 데 시간이 꽤 소요된다. 김기현 차장은 "하루에 1~2개만 검사할 수 있어서 속도가 빠르진 않다. 폐배터리를 검사해보면 대부분은 수명이 70% 이상 남아있어 다시 쓰기 충분하다"라고 말했다.

전기차 폐배터리는 성능평가 후에 전기자전거, 전기오토바이 등으로 재사용할 수 있다. 사진 한국환경공단

전기차 폐배터리는 성능평가 후에 전기자전거, 전기오토바이 등으로 재사용할 수 있다. 사진 한국환경공단

민간 업체 매각 통해 전기자전거 제조, 금속 추출

센터에서 성능평가를 마친 폐배터리들은 민간 업체에 매각된다. 가격은 배터리 팩 하나당 50만~300만원 수준이다. 월 1~2회 입찰을 거쳐 올 1분기에만 52개가 판매됐다. 이를 구매한 민간업체가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는 것이다. 재사용 폐배터리는 전기자전거와 전기 오토바이, ESS(에너지저장시스템) 등에 들어가 수년간 더 쓸 수 있다. 배터리 수명이 다했다면 리튬·코발트·니켈 등을 추출해서 양극재 제조 등에 사용한다.

센터는 새 배터리가 들어오는 만큼 매각하기 때문에 재고가 거의 일정하게 관리된다. 그 전에 단순히 보관만 하던 것과는 가장 큰 차이점이다. 이날 센터 내부에도 매각이 완료돼 옮겨질 준비를 마친 배터리 수십 개가 깔려있었다.

6일 경기 시흥시의 미래폐자원 거점수거센터 내에서 성능평가 중인 전기차 폐배터리. 사진 한국환경공단

6일 경기 시흥시의 미래폐자원 거점수거센터 내에서 성능평가 중인 전기차 폐배터리. 사진 한국환경공단

향후 폐배터리 급증, 성능평가 시간 단축 '과제'  

하지만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폐배터리 회수·검사 수요는 현재 초기 단계지만, 가면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기존 전기차 교체 연한이 도래하는 2025~2026년께엔 수만개 이상의 폐배터리가 쏟아질 수 있다. 이에 대비한 보관 시설 확충이 필요하다. 또한 성능평가 시간 단축, BMS 정보 공유 등도 필수적이다.

김 차장은 "장기적으로 전기차 폐배터리가 급증할 수 있기 때문에 센터에 들어오는 즉시 검사하고 빠르게 민간 업체에 매각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성능평가 기술 개발, 인원 확충 등으로 검사 시간을 줄이면서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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