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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해·조현수 팠다…'35쪽 보고서' 경찰에 넘긴 그들 정체

중앙일보

입력

'가평 계곡 살인' 사건 용의자 이은해(사진 왼쪽)와 조현수. 사진 인천지검

'가평 계곡 살인' 사건 용의자 이은해(사진 왼쪽)와 조현수. 사진 인천지검

“하루빨리 진실이 밝혀지길 바랍니다.” “‘깨시민(깨어 있는 시민)’이 잡읍시다.”

6일 오후 2시 기준 이른바 ‘가평 계곡 살인 사건’ 관련 네이버 카페에는 120여건이 넘는 가입 인사가 쏟아졌다. 해당 카페의 총방문자 수는 이날 41만 명을 넘었다.

가평 계곡 사건에 등장한 네티즌 수사대

한 네이버 카페가 2020년 '가평 계곡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경찰 측에 보낸 파일 내용 중 일부. 사진 네이버 캡처

한 네이버 카페가 2020년 '가평 계곡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경찰 측에 보낸 파일 내용 중 일부. 사진 네이버 캡처

2019년 경기도 가평 용소계곡에서 남편을 살해한 혐의 등을 받는 이은해(31·여)가 최근 공개 수배되면서 자칭 ‘네티즌 수사대’의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에 있을 것이다” 등처럼 이씨와 공범 조현수(30)의 과거 행적이나 위치 등을 추리하는 식이다.

네티즌 사이에서 ‘핫스팟’으로 꼽히는 곳은 이름에 ‘네티즌 수사대’라는 이름이 들어가는 한 네이버 카페다. 해당 카페는 사건이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알려진 2020년 10월 만들어졌다. 사건이 공개수사로 전환된 지난달 30일에는 “초기부터 많은 분이 손목에 파스 붙여가며 노력 많이 해준 덕분”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카페 측은 2020년 12월 사건 재수사를 맡은 경기 일산서부경찰서에 35쪽에 이르는 문서를 보냈다고 한다. 해당 파일은 사건 개요나 의문점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살인과 연관된 이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길 바란다”면서다. 해당 사건이 최근 재조명되면서 이 문서에는 “대단하다”와 같이 이들의 활동에 감탄하는 댓글이 뒤늦게 달리고 있다.

한강 공원 의대생 사망 사건에서도 활약 

서울 반포한강공원 고 손정민씨 추모현장. 연합뉴스

서울 반포한강공원 고 손정민씨 추모현장. 연합뉴스

수사대를 표방하는 네티즌이 사회적 이목이 쏠리는 사건에 등장하는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4월 서울 한강 공원에서 실종 후 숨진 채 발견된 의대생 고(故) 손정민씨 사건 등에서도 ‘사건 조사단’ 등과 같은 이름이 붙은 네이버 카페가 여럿 만들어졌다.

그중 규모가 가장 큰 한 카페는 회원 수가 3만 명에 육박한다. 이들은 “음모론은 배제하고 드러난 팩트에 대해 이상한 점을 끝까지 추궁해 진실을 찾겠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밖에 유튜브에서는 수사기관의 수사를 따라가거나 사건을 되짚어보는 채널이 인기다. 최근 구독자 약 50만 명인 미스터리 관련 유튜브 채널은 조씨의 전 여자친구라고 주장하는 여성과 과거 인터뷰를 공개하며 주목받기도 했다.

모욕 표현 등 자칫 처벌될 수도

경기 가평군 용소폭포. 뉴스1

경기 가평군 용소폭포. 뉴스1

다만 네티즌 수사대의 열성이 사건 해결에 반드시 도움되는 것은 아니라고 수사 담당자들은 말한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관계인이 아닌 사람들이 계속 연락이 오거나 진정을 넣는 등의 행동은 수사에 방해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진행 상황이 중계되는 등 이런 상황은 부담이 되고 수사에 혼선을 준다”고 했다.

전문가는 네티즌 수사대의 등장은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 등이 맞물린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이훈 조선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수사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피의자가 있는데 검·경이 움직이지 않는 듯한 느낌을 대중이 받는다면 사건을 파고드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모든 사건에 이런 움직임이 있는 건 아니고 사회적 파급력이 있는 사건에 주목도가 커지는데, 관할 등이 달라 경찰 수사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전국 단위로 유사·미제 사건 등을 관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인터넷에 관련 의견을 나타낼 때는 지켜야 할 선이 있다는 게 법조계 의견이다. 이씨와 조씨는 지난해 4월 자신을 비난한 네티즌 100여명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고소장에는 “(네티즌이) 모욕적인 발언 등을 쏟아내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관계자 등에 대한 도를 넘어서는 신상털이나 모욕적인 표현 등은 고소·고발로 이어져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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