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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최초 한국인 챔피언 도전...'코리언 좀비' 정찬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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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한국인 UFC 챔피언에 도전하는 '코리언 좀비' 정찬성. [사진 커넥티비티]

사상 첫 한국인 UFC 챔피언에 도전하는 '코리언 좀비' 정찬성. [사진 커넥티비티]

"챔피언 벨트를 갖고 돌아오겠다."

종합격투기 UFC 사상 첫 한국인 챔피언에 도전하는 '코리언 좀비' 정찬성(35)의 각오다. 정찬성은 10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잭슨빌 비스타 베테랑스 메모리얼 아레나에서 열리는 UFC 273 메인이벤트(5분 5라운드)에서 페더급(65.8㎏급) 챔피언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34·호주)와 챔피언 타이틀전을 벌인다. 괴물급 파이터가 득실대는 UFC는 '격투기의 메이저리그'로 통한다.

볼카노프스키는 UFC에서 10연승(전체 20연승)을 기록 중인 '인간 병기'다. 이번이 3차 타이틀 방어전이다. 정찬성은 6일 비대면 기자회견을 통해 "훈련 프로그램에 따르면 몸 상태는 좋다. 자신감이 커졌다. 정신력까지 끌어올려 멋진 경기하겠다"고 말했다.

볼카노프스키는 역대 최강 파이터로 불리는 인간 병기다. [사진 커넥티비티]

볼카노프스키는 역대 최강 파이터로 불리는 인간 병기다. [사진 커넥티비티]

정찬성은 스타 파이터다. 한국 UFC 선수 중 가장 활약이 돋보인다. 랭킹도 가장 높다. 팬은 '한국에서 가장 강한 남자'라고 부른다. 또 쓰러질 듯 쓰러지지 않고 난타전을 벌이는 화끈한 플레이 스타일 때문에 '코리언 좀비'란 별명도 붙었다.

당초 정찬성은 볼카노프스키는 랭킹 1위 맥스 홀러웨이와 대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홀로웨이 부상으로 무산됐다. 차순위 도전자였던 4위 정찬성에게 챔피언 도전 기회가 돌아갔다. 2위 브라이언 오르테가는 이미 지난해 2월 보라노프스키에 도전했다 판정패 했다. 3위 야이르 로드리게스는 지난해 11월 홀로웨이 판정으로 패해 타이틀 도전 기회를 내줬다. 반면 정찬성은 지난해 6월 댄 이게(10위)에 판정승을 거뒀다. 볼카노프스키와 맞붙은 적도 없어 도전자로 적격이었다.

정찬성은 "9년 만에 다시 잡은 챔피언 기회를 잡겠다"고 했다. 송봉근 기자

정찬성은 "9년 만에 다시 잡은 챔피언 기회를 잡겠다"고 했다. 송봉근 기자

정찬성은 이번이 생애 두 번째 타이틀 도전이다. 2013년 8월 한국인 최초로 UFC 타이틀전에 나섰지만, 당시 챔피언 조제 알도에게 4라운드 TKO패를 당했다. 그래도 챔피언 꿈은 꺾이지 않았다. 웬만한 실력으로는 1년도 견디기 어려운 '격투기 정글' 옥타곤(8각링)에서 정찬성은 10년 가까이 버티며 기회를 기다렸다. 정찬성은 최근 인터뷰에서 "9년 전엔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다시 타이틀 도전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계속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 (타이틀전) 경험이 있어 편하다"고 설명했다.

정찬성은 지난달 출국해 미국 애리조나에서 UFC 플라이·벤텀급 챔피언 출신 헨리 세후도와 훈련했다. 그는 최근 미국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가족을 못 보는 게 제일 힘들지만, 훈련 환경의 차이가 워낙 커서 여기에 안 올 수가 없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버텨야 챔피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는 정찬성의 절대 열세를 점친다.

UFC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출신 해설자 다니엘 코미어는 미국 ESPN과 인터뷰에서 "볼카노프스키를 능가할 선수를 찾는 건 어렵다. 그는 오랫동안 패하지 않았다. 그리고 경기를 점점 쉽게 하고 있다"며 볼카노프스키의 완승을 예상했다. 볼카노프스키도 승리를 자신한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3라운드 안에 이길 것"이라며 여유를 보였다.

열세 전망을 뒤엎고 챔피언을 꿈꾸는 정찬성. 송봉근 기자

열세 전망을 뒤엎고 챔피언을 꿈꾸는 정찬성. 송봉근 기자

정찬성은 중학교 2학년 때인 2002년 합기도로 격투기에 입문했다. 내성적인 성격을 고치기 위해서 시작한 운동이었다. 재능을 보인 그는 이후 킥복싱과 주짓수까지 익혔고, 격투기 선수를 꿈꿨다. 매일 자정까지 운동했다. 잠도 안 자고 연습한다고 해서 '좀비'로 통했다.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격투기 대회에 출전했다. 생활비와 훈련비를 마련하기 위해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호프집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참가비를 내고 대회에 나서는 신세였기 때문에 돈을 번다는 건 꿈같은 얘기였다. 서울 월계동 광운대 앞의 월세 18만 원짜리 고시원에서 지냈다. 2008년에야 처음으로 대전료 100만원을 받고 경기했다. 2010년 미국 무대에 입성한 그는 공격적인 플레이에 KO승이 많아 인기가 높았다. 파이트 머니(대전료)도 10~20만 달러(1억2000만~2억4000만원)까지 올랐다. 이번 타이틀전에선 40~50만 달러(4억8000만~6억원)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찬성의 소속사는 박재범, 사이먼 도미닉 등이 활동하는 힙합 레이블 AOMG다. 자신이 운영하던 체육관에 다니는 박재범에게 2018년 광고와 관련해 상의하다가 한 식구가 됐다. 그는 “(노래는) 사실 임창정의 발라드를 좋아하는데, 박재범의 인간적인 면을 보고 함께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찬성은 한국 선수라는 자부심을 자주 공개적으로 표시한다. 2012년에는 당시 UFC 최고 스타였던 조르주 생피에르(38·은퇴)가 욱일기 문양 도복을 입고 경기에 나서자, 생피에르 페이스북에 문제를 지적하는 글을 남겼다. 생 피에르와 도복업체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정찬성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평생 꿈인 챔피언에 오르겠다는 각오다. 그는 "볼카노프스키가 나에게 패할 리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런 걸 깨주는 게 내 전문이다. 거대한 상대가 아니다.결국  인간 대 인간으로 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난 항상 언더독(이길 가능성이 작은 약자)일 때 강했다. 충분히 이길 수 있다. 나에게는 그런 무기가 많다고 믿는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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