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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 람 후임 홍콩 행정장관에 첫 경찰 출신 리자차오 유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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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차오(존리, 왼쪽) 현 홍콩 정무국장과 린정웨어(캐리람, 오른쪽) 홍콩 행정장관. [AP=연합뉴스]

리자차오(존리, 왼쪽) 현 홍콩 정무국장과 린정웨어(캐리람, 오른쪽) 홍콩 행정장관. [AP=연합뉴스]

1997년 영국 식민지에서 벗어나 중국에 반환된 홍콩에서 제6대 행정장관 선거전이 지난 3일 후보자 추천을 시작으로 막이 올랐다. 린정웨어(林鄭月娥·캐리람·64) 행정장관의 뒤를 이어 다음 달 8일 간선제로 선출될 후임자에 현 홍콩 2인자인 리자차오(李家超·존리·64) 정무국장(政務司長)이 유력하다고 5일 홍콩 매체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린정웨어(캐리람) 홍콩 5대 행정장관이 4일 연임에 도전하지 않고 오는 6월 말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AFP=연합뉴스]

린정웨어(캐리람) 홍콩 5대 행정장관이 4일 연임에 도전하지 않고 오는 6월 말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AFP=연합뉴스]

단임으로 물러나는 린정웨어 장관은 4일 기자회견에서 “연임에 도전하지 않겠다. 가족을 고려한 결정”이라며 “베이징에는 지난해 3월 이미 의사를 전달했다”며 출마 포기를 선언했다. 리자차오 국장이 6일께 사직서를 제출할 거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건제파(建制派)로 불리는 홍콩 내 친중세력은 양자 경선이 홍콩 사회 단결에 유리하다며 리 국장 ‘단독 출마’에 부정적 의사를 보이고 있다고 홍콩 명보가 보도했다.

홍콩 정가 소식에 밝은 성도일보(星島日報)는 5일 자문기구인 행정회의의 천즈쓰(陳智思·버나드 찬) 의장을 인용해 “리자차오는 행정장관을 능히 감당할 경험과 능력을 보유한 매우 좋은 선택”이라고 전했다. 정계 원로인 판쉬리타이(范徐麗泰·리타판·77) 전임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은 “차기 행정장관은 의지가 강경하고 베이징의 지지를 100% 받는 인물이어야 미국 등 서방의 압박에 대응할 수 있다”며 리 국장의 출마를 지지했다.

린정웨어 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후임자 관련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그는 “모든 홍콩 행정장관은 이중 책임제를 잘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홍콩특별행정구에 책임지고 또 중화인민공화국 정부에 책임을 지면서 ‘일국양제(한 나라 두 체제)’, ‘홍콩인에 의한 홍콩 통치(港人治港·항인치항)’를 유지해야 한다”고만 밝혔다. 차기 장관 선거에 베이징의 영향력이 절대적임을 강조한 발언이다.

“홍콩은 타조” 2019년 반중 시위 촉발 

리자차오 국장은 행정 관료 출신이 아닌 경찰 출신이어서 무관(武官)이 홍콩을 통치하는 “무진문퇴(武進文退)”의 시대가 열린다는 우려가 크다. 차이쯔창(蔡子强) 홍콩 중문대 교수는 “베이징은 AO(행정관료)가 통치하는 홍콩에 이미 환멸을 품었다”며 “대신 기율부대(Disciplined Services, 경무처·교도소·세관·출입국관리소 등을 일컫는 통칭)를 중용하면서 지난 2년간 ‘무진문퇴’ 추세가 이미 자리를 잡았다”고 지적했다.

1954년생인 리 국장은 홍콩 대학에 진학했으나 집안 사정으로 1977년 경찰 시험을 봤고 수습 경찰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주로 형사·정보 분야에서 잔뼈가 굵어 마약·조직범죄, 특히 삼합회 검거에서 실적을 쌓았다. 2010년 경무처 2인자에 올라선 그는 2012년 홍콩 경찰에 부여된 영국 국적을 포기하고 보안국 부국장에 취임했다. 2017년 린정웨어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보안국장으로 승진해 첫 경찰 출신 보안국장이 됐다. 리 국장은 경찰 재직 기간 홍콩 부호 리자청(李嘉誠·리카싱)의 아들을 납치한 홍콩 최대 마피아 장쯔창(張子强) 체포, 연쇄 ‘살인 경찰’ 쉬푸가오(徐步高) 사건 등을 해결하면서 명망을 쌓기도 했다.

지난 2019년 6월 홍콩에서 일어난 범죄인 인도 조약 개정 반대 시위대가 리자차오(존리) 당시 보안국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린정웨어(캐리람) 홍콩 행정장관을 그린 깃발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신경진 기자

지난 2019년 6월 홍콩에서 일어난 범죄인 인도 조약 개정 반대 시위대가 리자차오(존리) 당시 보안국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린정웨어(캐리람) 홍콩 행정장관을 그린 깃발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신경진 기자

보안국장이던 지난 2019년에는 중국으로 범죄인 인도를 가능하게 만든 홍콩의 범죄인 인도 조례 개정을 주도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위기에 처하면 모래에 머리를 파묻는 타조에 홍콩을 빗대 “홍콩은 지난 22년간 타조였다”고 말해 대규모 시위를 촉발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2019년 10월 당시 홍콩여론연구소 조사에서 지지도가 역대 홍콩 주요 관리 가운데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명보는 보도했다. 하지만 베이징의 평가는 이와 달랐다. 2021년 6월 장젠쭝(張建宗·매슈청) 정무국장을 해임한 베이징은 후임 홍콩 이인자에 리자차오를 승진 임명했다.

다음 달 8일 치러지는 행정장관 선거는 지난해 3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통과된 ‘홍콩특별행정구 선거제도 개선에 관한 결정’에 따라 치러진다. 지난해 9월 19일 입법회(의회) 선거와 동시에 진행된 선거위원회 선거에서 선출된 1462명의 위원이 뽑는 이른바 ‘체육관’ 선거다. 출마자는 다섯개 분과별로 각각 최소 15명, 총 188명 이상의 추천을 받아야 후보에 출마할 수 있다. 이후 후보 자격 심사위원회에서 홍콩 기본법과 충성도 심사를 통과해야 최종 후보자가 된다. 최종 후보는 다음 달 8일 선거위원회 위원 751표 이상을 획득해야 6대 홍콩 행정장관에 당선된다.

6대 행정장관의 취임식은 오는 7월 1일이다. 중국공산당 창당 101주년 기념일과 겹치는 홍콩 반환 25주년 기념일이기도 한 이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할 지 여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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