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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명 감염 파티서 멀쩡했던 16명…'네버 코비드족'의 비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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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달 29일 한 여성이 미국 혼다센터에서 열리는 NHL 애너하임 덕스와 댈러스 스타스의 경기를 보기 전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USA TODAY=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한 여성이 미국 혼다센터에서 열리는 NHL 애너하임 덕스와 댈러스 스타스의 경기를 보기 전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USA TODAY= 연합뉴스

“차례를 기다리는 중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글쓴이는 코로나19 미감염자로, 자신이 곧 감염될 것이라는 우려에서 이런 글을 썼다. 여기엔 “시한폭탄 안고 사는 느낌이다. 빨리 걸리고 끝내면 좋겠다” “안 걸린 사람이 이상한 취급받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어떤 이는 “지금 (안 걸린) 나머지 사람은 모두 예비 확진자라고 한다”고도 썼다. 그만큼 감염자가 많이 쏟아지는 현실을 반영한다.

3일까지 국내 누적 코로나19 확진자는 1387만4216명에 달한다. 인구 4명 중 1명꼴로 확진된 셈이다. 이렇다 보니 일상에서 확진자에 여러차례 노출되고도 걸리지 않고 지나간 미감염자들이 새삼 주목받는다. 인터넷에는 확진자와 마주 앉아 밥을 먹거나, 한 집에서 생활하고도 무탈히 지나갔다는 경험담이 많이 올라온다.

확진자와 식사를 했는데 감염이 걱정된다는 한 여성이 올린 글에 “남편이 같이 일하는 파트너랑 하루종일 차 안에서 마스크 벗고 있고 같이 밥 먹었는데 다행히 음성으로 지나갔다” “요양병원에서 일하는 엄마가 (확진자와) 같이 점심먹고 작은 방에서 1시간 정도 마스크 없이 휴식했는데도 안 걸렸다” 등의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자녀가 확진됐던 한 엄마는 “한달 전 아이가 확진 후 증세가 심해져 입원했는데 밥 남긴 것을 먹고 잠도 같이 자 당연히 양성인줄 알고 간병하러 따라 (병원에) 들어갔었다”며 “집에 온 후로도 음성이 나와 그냥 지나갔다”고 했다.

해외 언론들은 감염 위험이 높은 상황에 여러차례 노출되고도 코로나19를 피한 이들을 ‘네버 코비드족’(Never Covid cohort)이라고도 부른다. 타고난 감염 회피 능력에 관한 연구도 이어진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30일 “감염자만큼 아직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을 연구하는 것이 중요해졌다”며 “백신 접종 없이도 바이러스에 내성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이른바 ‘슈퍼’ 면역을 가진 사람들이 누구는 아픈 반면 누구는 그렇지 않은 데 대한 답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이런 사례들을 연구하는 게 변이에 덜 취약한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도움될 수 있다"고 했다.

학계에선 교차 면역을 하나의 설로 제시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기 바이러스 중 하나인 코로나바이러스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모두 코로나 계열 바이러스”라며 “코로나바이러스에 자주 걸렸던 사람은 교차면역이 있어서 (코로나19에) 잘 안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어린이가 비교적 약하게 겪고 지나가는 것도 코감기를 달고 사니 교차면역의 효과가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1월 영국에서 관련 연구도 있었다. 의료 종사자들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일부에서 코로나 특이 항체를 생산하기 전부터 바이러스를 제거할 수 있었다는 증거를 발견한 것이다. 연구진은 이들이 감기 같은 증상을 일으키는 다른 코로나바이러스에 이전에 노출됐었고 이로 인한 면역세포(T세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싸우는 데 도움을 줬을 거로 분석했다.

백신과 감염에 의해 생산된 T세포는 바이러스에서 돌연변이를 자주 일으키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공격하는 것과 달리, 이런 이들의 T세포는 바이러스 내부 구조를 표적으로 삼는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그러면서 이런 T세포가 각종 변이 대응에 더 나은 보호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돌연변이에 덜 취약한 바이러스의 핵심 부분을 공격할수 있기 때문이다. 레오 스와들링 런던칼리지대 면역학 교수는 “슈퍼 면역을 연구하는 것은 오미크론은 물론 미래 변이에 대처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코로나바이러스 표면에 돌기처럼 달려 있는 스파이크 단백질이 인간 세포 표면의 ‘ACE2’와 결합해 침투하는데, 이 특성이 사람마다 다르고 이게 낮은 감염 위험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도 있다. 영국에서는 ‘휴먼챌린지’를 진행해 건강한 사람에게 고의로 코로나바이러스를 노출해 인체 반응을 살펴다. 그 결과 참가자 34명 중 16명이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염자들 사이에서 파티를 하고 코와 목으로 바이러스를 침투시켰는데도 감염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이를 두고 자니아 스타마타키 버밍엄대 바이러스면역학 교수는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서 “면역 체계에 따라 바이러스에 다르게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폐에 있는, 노화 관련한 ACE2 발현은 왜 어른보다 아이들이 종종 가벼운 증상을 보이는지 부분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했다.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도 마찬가지로, ‘CCR5’라는 수용체를 통해 사람에 침투하는데 CCR5 유전자 변이를 가진 경우 면역이 되어왔다고 한다. 이처럼 희귀한 유형의 ACE2가 코비드에 대한 민감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모르는 새 확진됐지만 모르고 지나갔을 가능성도 있다. 김우주 교수는 “걸려도 무증상 감염이 많다 보니, 바이러스가 들어와서 면역반응이 생겼는데 본인이 안걸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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