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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비밀 정원서 맛보세요, 오감만족 힐링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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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2호 18면

도시에서 만나는 숲 

자연을 소재로 설치미술 작업을 하는 아티스트 프로젝트 그룹 ‘팀보타’의 특별전 공간. 수만 송이 꽃이 폭포처럼 쏟아지고, 100그루 향나무가 늘어선 모습은 도심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진풍경을 선사한다. 전민규 기자

자연을 소재로 설치미술 작업을 하는 아티스트 프로젝트 그룹 ‘팀보타’의 특별전 공간. 수만 송이 꽃이 폭포처럼 쏟아지고, 100그루 향나무가 늘어선 모습은 도심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진풍경을 선사한다. 전민규 기자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자연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늘었다. 아파트 베란다에 작은 정원을 만들고 ‘반려식물’을 키우는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 ‘식집사(식물집사)’도 등장했다. 방법이야 어찌됐든 모두 자연으로부터 치유의 힘을 얻기 위한 노력이다.

8월 20일까지 서울 성수동 갤러리아포레 G층 3관에서 열리는 ‘팀보타 특별전’에서라면 도시 한가운데서 거대한 숲을 마주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조경회사 디자인오키즘이 만든 아티스트 프로젝트 그룹 ‘팀보타(TEAM BOTTA)’는 자연을 소재로 설치미술을 작업하는 팀이다. 국립한글박물관 조경(2015), 예술의전당 예술가의 숲(2016), SM엔터테인먼트 실내 조경(2017) 등을 기획하며 꾸준히 입지를 다져온 디자인오키즘이 단순한 조경 작업을 넘어 예술과의 결합으로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2018년 50여 명의 아티스트들과 함께 만들었고, 그 해 봄 개최한 첫 전시 ‘보타니카: 보라 코끼리’는 약 40만명의 관람객을 동원하며 화제를 일으켰다.

아티스트 프로젝트 그룹 '팀보타'의 공동창립자이자 전시 총괄 디렉터인 양준보씨. 사진 팀보타

아티스트 프로젝트 그룹 '팀보타'의 공동창립자이자 전시 총괄 디렉터인 양준보씨. 사진 팀보타

꽃·나무 등의 자연을 소재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게 팀보타 전시의 특징이다. ‘그린’에게 온 ‘블루’의 편지를 ‘머스타드’가 몰래 뜯어보면서 내 안의 무의식 속 감정들을 하나씩 마주하게 된다는 스토리인데 부제로 ‘나의 탐을 마주하는 시간’이라는 수식이 붙었다. 팀보타 공동설립자이자 전시 총괄 디렉터인 양준보씨는 “그린은 내가 생각하는 나의 이상형, 블루는 솔직한 나, 머스타드는 질투·우울 같은 내 안의 부정적 감정들을 상징한다”며 “누구에게나 ‘탐(貪)’은 존재하는데 그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머스타드의 탐으로 인해 솔직하게 내 감정을 마주하고 상처까지 알게 된다면 치유도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연을 소재로 설치미술 작업을 하는 아티스트 프로젝트 그룹 ‘팀보타’의 특별전 공간. 수만 송이 꽃이 폭포처럼 쏟아지고, 100그루 향나무가 늘어선 모습은 도심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진풍경을 선사한다. 전민규 기자

자연을 소재로 설치미술 작업을 하는 아티스트 프로젝트 그룹 ‘팀보타’의 특별전 공간. 수만 송이 꽃이 폭포처럼 쏟아지고, 100그루 향나무가 늘어선 모습은 도심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진풍경을 선사한다. 전민규 기자

팀보타는 누구나 가슴 한편에 숨겨둔 무의식을 마주할 장소로 7개의 비밀 정원을 꾸몄는데, 검은 커튼을 젖힐 때마다 탄성이 절로 터진다. 수만 송이 꽃들이 폭포처럼 쏟아지는가 하면, 어느 공간에선 100그루의 향나무가 에워싸서 길을 잃게 한다. 공중에 떠 있는 이끼는 구름인 듯 스쳐가고, 죽은 고목들이 뒤엉킨 방에선 미디어 아티스트 한호씨가 꾸민 빛과 그림자의 향연이 펼쳐진다.

자연을 소재로 설치미술 작업을 하는 아티스트 프로젝트 그룹 ‘팀보타’의 특별전 공간. 수만 송이 꽃이 폭포처럼 쏟아지고, 100그루 향나무가 늘어선 모습은 도심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진풍경을 선사한다. 전민규 기자

자연을 소재로 설치미술 작업을 하는 아티스트 프로젝트 그룹 ‘팀보타’의 특별전 공간. 수만 송이 꽃이 폭포처럼 쏟아지고, 100그루 향나무가 늘어선 모습은 도심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진풍경을 선사한다. 전민규 기자

시각적인 만족만이 아니다. 방마다 자연의 향기로 가득하다. 특히 두 번째, 여섯 번째 방에선 이번 전시를 공동기획한 화장품 브랜드 ‘연작’에서 유래한 전초향과 백련초향으로 기분이 나른해진다. ‘자연의 작품’이라는 뜻을 가진 브랜드 명답게 ‘연작(然作)’은 뿌리부터 줄기·꽃까지 식물에서 추출한 독자 원료로 제품을 만든다. 브랜드 관계자는 “연작이 추구하는 식물 철학과 자연으로부터 얻은 영감을 예술로 표현하는 팀보타 그룹의 스토리라면 좋은 시너지를 낼 것 같아 함께 전시를 기획했다”며 “관람객이 자연으로부터 큰 위로를 받고 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실제로 팀보타 전시의 가장 큰 미덕은 자연에서 즐기는 오감만족 힐링이다. 수많은 전시장에 붙어 있는 ‘손대지 마시오’라는 경고 대신, 이곳에선 오히려 “만져보세요”라고 권한다. 나무껍질과 이끼, 나이테와 꽃잎을 직접 만져보며 자연의 질감을 온전히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나이테를 드러낸 통나무 스탠드에 기대 커피 한 잔의 여유도 즐길 수 있다. 모래와 흙, 나무껍질 조각이 발밑에서 사각거리는 기분 또한 신기하다(입구에서 1회용 슬리퍼를 나눠준다). 이 배경과 함께 이 기분 그대로 사진을 찍는다면 이게 바로 ‘인생샷’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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