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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연봉 2억 시대…연봉킹은 게임·엔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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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한국 직장인의 ‘보수(연봉) 지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중앙일보가 지난 31일 주요 기업의 2021년 사업보고서를 분석했더니 게임·엔터테인먼트·증권 분야 종사자의 지난해 보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전자·정유·은행업계 근무자들이 ‘고소득자의 상징’이었으나, 불과 2~3년 새 변화가 생긴 것이다. 화끈한 성과급과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행사 덕분이다.

주요 기업 정규직 평균 연봉.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주요 기업 정규직 평균 연봉.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①스톡옵션으로 돈방석=지난해 ‘연봉킹’은 김종흔 데브시스터즈 공동대표였다. 이 회사는 게임 ‘쿠키런’ 시리즈의 흥행으로 지난해 영업이익 563억원을 벌었다. 김 대표가 지난해 받은 보수는 488억8100만원이다. 그중 스톡옵션 행사로만 474억6400만원을 벌었다.

전년도의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184억원)에 이어 게임업계에서 2년 연속으로 연봉킹이 나왔다. 김효섭 전 크래프톤 대표 역시 스톡옵션 차익 198억9000만원을 포함해 218억500만원을 받았다.

엔터테인먼트계의 연봉킹은 하이브 소속 프로듀서가 차지했다. 방탄소년단(BTS)의 프로듀서로 유명한 작곡가 ‘피독(강효원)’은 지난해 스톡옵션을 포함해 400억7700만원을 받았다.

②사장 제친 스타 임직원=직원이 최고경영자(CEO)보다 높은 연봉을 많이 받는 사례도 속출했다. 지난해 카카오에서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이는 신정환 부사장(CTO)으로 128억7400만원을 받았다. 급여 3억1700만원에 상여금 2억500만원, 스톡옵션 121억6800만원을 더한 금액이다. 김범수 이사회 의장(10억400만원)이나 조수용 공동대표(46억7000만원)의 보수를 훌쩍 뛰어넘는다.

역대 ‘연봉킹’.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역대 ‘연봉킹’.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크래프톤 역시 지난해 일반 직원인 한상근(57억3300만원)·정수영(57억2200만원)·권정현(54억4700만원)씨 등이 김창한 대표(20억6500만원)보다 높은 연봉을 받았다. 이 회사는 지난해 직원 인센티브로만 300억원을 책정했다.

증권가에서는 강정구 삼성증권 영업지점장이 상여 67억6300만원을 포함해 68억5500만원을 받았다. 이 회사 장석훈 대표 연봉(23억1200만원)의 약 세 배다.

③샐러리맨 연봉 2억 시대=직원 평균 연봉이 2억원에 육박하는 기업이 등장했다.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CJ㈜ 직원 32명은 지난해 평균 1억9990만원(기간제 사원 제외)의 보수를 받았다. 이어 메리츠증권이 1억8010만원, 카카오 1억7180만원, 삼성증권 1억6530만원 순이었다. 조사 대상 500곳의 기업 중 정규직 연봉이 1억원을 초과하는 기업은 63곳에 달했다.

다만 경영진은 많이 받고, 직원은 적게 받는 ‘상후하박(上厚下薄·윗사람에게 후하고 아랫사람에게 박함)’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CEO와 직원 평균 급여 격차가 가장 큰 곳은 SKC로 189.7배였다. 이어 CJ제일제당, 한국앤컴퍼니 순이었다.

④보수 반납도 확산=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7년부터 5년째 보수를 받지 않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에서 40억9000만원을 받았다. 전년 SK㈜와 SK하이닉스에서 각각 33억원, 30억원을 받았는데, 약 22억원 줄었다.

올해도 이런 움직임이 이어진다. 남매간 분쟁으로 구설에 올랐던 아워홈은 지난 23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 무배당’ 안건을 가결했다. 약 98% 지분을 보유한 구지은 대표와 남매들이 배당 소득을 포기했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는 취임을 앞두고 “카카오 주가가 15만원이 될 때까지 최저임금만 받겠다”고 선언했다.

조명현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한국 기업 보상체계의 문제점은 경영진 연봉 산정 과정이 ‘블랙박스’처럼 불투명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사회가 투명하고 객관적인 경영진 연봉을 결정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일반 국민의 박탈감을 막으면서 경영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대로 주는 순기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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