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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만류에도…대우조선 대표 알박기 인사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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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대우조선해양의 신임 대표이사에 문재인 대통령 동생의 대학 동기가 선임됐다. 4조원대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우조선해양은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이 55.7%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의 대표이사 선임을 두고 정권 말기 ‘알박기 인사’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30일 KDB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8일 제22기 정기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차례로 열고 박두선(62) 대표이사 사장과 부사장 2명, 사외이사 4명을 신규 선임했다.

이날 선임된 박두선 대표이사는 문 대통령의 동생 문재익씨와 1978년 한국해양대 향해학과에 함께 입학한 사이다. 이후 대우조선해양에 입사해 재무회계팀·선박생산운용담당 등을 거쳐 2019년 9월 대우조선해양 조선소장으로 승진했다.

문 대통령과의 인연도 있다. 그가 생산운영담당(상무)으로 근무하던 2018년 1월 문 대통령이 대우조선 옥포조선소를 방문하자 함께 쇄빙선에 탑승해 직접 의전을 맡았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상무급 임원이 대통령을 직접 의전하는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이로부터 두 달 뒤 그는 전무로 승진하면서 특수선사업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1년을 채우고 2019년 4월 대우조선해양 조선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문 대통령,  2018년 조선소 방문 때 상무급으로 이례적 직접 의전 맡아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월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쇄빙LNG선에서 박두선 상무(맨 왼쪽)의 설명을 듣고 있다.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월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쇄빙LNG선에서 박두선 상무(맨 왼쪽)의 설명을 듣고 있다. [중앙포토]

옥포조선소 전체를 총괄 관리하는 자리로, 통상 부사장 중 최고참급에 해당한다. 그는 조선소장을 맡은 지 5개월 후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이번에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올랐다.

이번 인사에 대해 대우조선 측은 “전통적으로 (대우조선 사장은) 선임부사장이 담당하는 조선소장 출신이 대표이사를 맡아왔다는 점에서, 대우조선에서 36년간 근무한 박 대표가 대표이사로 선임된 것은 이례적인 인사라고 보기 어렵다”며 “외부에서 낙하산 인사로 선임된 것이 아니라, 전임 대표이사 임기가 끝나는 시점에 주총과 이사회를 거쳐 정식으로 선임됐기 때문에 통상적인 관례에도 어긋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권 말기에 ‘알박기 인사’를 했다는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금융위원회를 통해 대우조선해양 경영진 인선 유보를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인수위로부터 금융 유관기관에 대한 인사는 자제해 달라는 요청을 받아 산은에 전달한 건 맞다”며 “대우조선 건은 산은에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측은 “대우조선해양 경영정상화관리위원회에서 지난달 24일 박두선 부사장(현 대표)을 대표로 내정했고, 이달 정기주총에서 대표이사 선임 안건이 통과된 것”이라며 “대표이사 선임 절차에 산업은행이 관여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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