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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국제음악제 예술감독 진은숙 “단 하나의 공연도 빼놓을 게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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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2022 통영국제음악제의 예술감독을 맡은 작곡가 진은숙. [사진 통영국제음악재단]

2022 통영국제음악제의 예술감독을 맡은 작곡가 진은숙. [사진 통영국제음악재단]

“제 작품을 한 번도 자랑한 적이 없는데, 이번 축제 프로그램은 제가 어디에서든 입이 찢어지게 자랑한다니까요.”

작곡가 진은숙이 2026년까지 5년 동안 예술감독을 맡는 첫 통영국제음악제가 25일 개막했다. 개막 공연에 앞서 기자간담회에서 진은숙은 “단 하나의 공연도 중요하지 않거나 좋지 않은 것이 없다. 프로그램과 섭외에 고심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진은숙은 올 초 바이올린 협주곡 2번을 발표해 세계 음악계의 관심을 받았다. 1월 런던에서 지휘자 사이먼 래틀, 런던 심포니, 바이올리니스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가 초연했고, 이달엔 보스턴·뉴욕에서 초연해 호평받았다. 뉴욕타임스는 바이올린 주법의 어려움과 오케스트라 색채의 폭넓은 새로움을 짚어내며 “단 5개의 음표로 30분에 걸쳐 내러티브를 만든 감각이 인상적”이라고 평했다.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진은숙은 예술감독으로서 올해 처음 선보이는 통영국제음악제에 대해 “해외에서 이미 자리매김을 한 음악제다. 더욱 책임을 다해 국제적인 페스티벌로 만들겠다”고 했다. 역시 그의 색채와 안목이 드러난다. 개막 공연 첫 곡은 1979년생 미국 작곡가 앤드루 노먼의 ‘플레이:레벨1’이었다. 오케스트라의 많은 파트가 게임을 하듯, 제각기 또는 함께 연주하는 아이디어 작품이었다. 이번에 공연하는 노먼의 작품은 7곡인데, 관악과 피아노의 2중주, 현악 4중주를 포함해, 다음 달 3일 폐막 날 연주되는 오케스트라 곡 ‘풀려나다(Unstuck)’까지 모두 아시아 또는 한국 초연이다.

25일 개막 공연에서의 첼리스트 트룰스 뫼르크. [사진 통영국제음악재단]

25일 개막 공연에서의 첼리스트 트룰스 뫼르크. [사진 통영국제음악재단]

통영국제음악제는 올해 주제를 ‘다양성 속의 비전’으로 잡았다. 진은숙은 “한국은 유럽·미국과 달리 클래식 음악의 큰 전통이 없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다양한 장르의 예술이 이뤄지고 있다. 그 다양성이 우리가 나갈 방향이 아닌가 생각하게 됐다”며 “올해뿐 아니라 앞으로도 통영국제음악제에서 구현하고 싶은 생각”이라고 했다. ‘다양성’이라는 주제에 따라 이번 음악제에는 16세기 마드리갈부터 앤드루 노먼의 2020년 작품까지, 폭넓은 시대와 다양한 문화권 음악이 연주된다.

2002년 시작한 통영국제음악제는 올해로 20주년이다. 이용민 통영국제음악재단 대표는 “최남단 지역 도시에서 시작해 편견과 장애가 있었지만, 수준 높은 아티스트, 국제 콩쿠르, 윤이상기념관 등 많은 성과를 거뒀다”며 “진은숙 감독의 음악적 역량과 국제적 네트워크로 그 성과가 더욱 꽃피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속 음악제인 탓에 변동도 많았다. 26일 영국 킹스싱어즈 6명 중 1명이 확진돼 프로그램이 변경됐다. 독일 쾰른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입국하지 못해 27일 공연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동문 오케스트라인 K’Arts 신포니에타로 대체됐다. 소리꾼 이희문의 다음 달 1일 공연도 취소됐다. 통영국제음악제는 한 자리 띄어 객석을 판매했고, 모든 공연을 유튜브로 생중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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