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폰, 꼭 데이터 차단해야 돼?…LGU+ 역발상 'Z플랜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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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가 중·고등학생의 자기 관리와 학습을 돕는 전용 스마트폰인 ‘U+Z플랜폰’을 출시했다고 14일 밝혔다. 사진은 U+Z플랜폰 패키지 모습. [사진 LG유플러스]

청소년폰이라고 꼭 데이터통신이 차단된 저사양폰이어야 할까.

지난 14일 LG유플러스가 내놓은 ‘U+Z플랜폰’은 이런 고민에서부터 시작됐다. 과거 알뜰폰 위주로 청소년 전용폰이 나왔지만, 저렴한 가격과 데이터 차단 기능이 주로 강조됐다. 초등학생을 위한 키즈폰이나 노년층 대상 효도폰에 비해 청소년폰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다.

LG유플러스 디바이스기획팀 김현민 팀장(왼쪽)과 이방원 책임(오른쪽). [사진 LG유플러스]

LG유플러스는 당연하게 여겨온 대전제부터 다시 생각했다. ‘청소년용 휴대전화는 데이터 차단이 필수’라는 고정관념을 뒤집어 보기로 한 것. 어릴 때 부터 디지털 기기를 가까이 하며 자란 알파세대(2007년 이후 출생자)는 스마트폰 사용을 절제할 능력도 갖출 것이란 판단에서다. U+Z플랜폰을 구상한 김현민 디바이스기획팀장은 “데이터 차단을 강요하면 오히려 반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해 청소년이 스스로 자기 일정을 관리하고, 동기부여할 수 있는 기능에 초점을 맞췄다”며 “청소년들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고객 가치 혁신’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시간표 부터 생기부 관리까지

청소년 사용자의 선택권을 강화했다. 일단 휴대전화에서 ‘기본 홈ㆍ컨테이너ㆍ커스텀ㆍ피처폰’ 네 가지 모드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기본 홈 모드는 일반 휴대전화와 같은 환경이고, 컨테이너 모드에선 자신의 비밀번호나 지문 인식을 통해서만 접근이 가능하도록 사생활 보호를 강화했다. 커스텀 모드에서는 휴대전화 유저인터페이스(UI)를 취향대로 바꿀 수 있다. 피처폰 모드를 설정하면 정해진 시간 동안 인터넷과 메시지, 블루투스 등 주요 기능을 차단할 수 있다. 정예라 디바이스기획팀 책임은 “‘10대도 충분히 스스로 고민하고 필요하면 주변 환경을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두고 여러 모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학업 관리 기능도 내장돼있다. 기존에는 학업관리를 위해 여러 개의 앱을 내려 받아야 했지만, Z플랜폰에서는 해당 기능이 기본 탑재돼있다. 학교 시간표를 정리해서 볼 수 있고, ‘오늘의 할 일’ 기능으로 하루 목표 공부량이나 학원 스케줄 등을 정리할 수 있다. 수상 이력ㆍ비교과 활동 이력 등 생활기록부를 관리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됐다. 이방원 디바이스기획팀 책임은 “청소년이 사용하기 쉽고 한눈에 정보를 파악하기 쉽도록 앱 접근성을 높이는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청소년에게 ‘선택권’을…패러다임 전환

디바이스기획팀은 상품 기획 단계에서 학원가를 돌며 청소년의 휴대전화 사용 패턴을 관찰하고 인터뷰했다. 이 책임은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서 매일 3~4시간씩 머무르며 청소년들의 방과 후 생활 패턴과 또래 문화를 관찰했다”며 “청소년에게 스마트폰은 단말기 그 이상이란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이 그 어떤 물건보다도 더 애착을 갖고 쓰는 기기이자, 생활 필수품이었다.

기존 청소년폰과 달리, U+Z플랜폰은 최고급 플래그십 단말기를 활용했다. 지난해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Z 플립 3 모델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가격이 높아진다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들이 쓰고 싶어하는 단말로 만들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김 팀장은 “Z플립이 청소년들에게 많이 회자되는 단말이라는 점을 파악하고 모델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U+Z플랜폰의 출고가는 131만9890원이고, 요금제에 따라 제공되는 공시지원금 33만6000~60만원을 적용하면 실구매가는 98만 3890만원~71만 9890원이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