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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금융지주 주총 시즌, 이사 선임 ‘외국인 주주’ 표심에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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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국내 4대 금융지주사의 ‘수퍼 주총 데이’를 앞두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회장과 은행장 등을 비롯한 이사 선임 안건에 대한 외국인 주주의 표심이 흔들릴 수 있어서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대다수 이사 후보에 대한 반대표 행사를 권고하면서다.

국내 사정에 상대적으로 어두운 외국인 투자자는 ISS 등 의결권 자문사의 의견을 참고할 수밖에 없다. ISS는 미국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의 자회사로, 세계 각국의 1700여개 기관투자자의 자문을 맡고 있는 1위 업체다.

4대 금융지주 외국인 지분율.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4대 금융지주 외국인 지분율.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올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 곳은 오는 25일 열리는 하나금융지주 주총이다. 함영주 부회장을 회장으로 선임하는 안이 상정돼 있다. 이 안이 통과되려면 70% 넘는 지분을 보유한 외국인 주주의 찬성표가 절실하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ISS는 함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 의견을 권고했다. 함 부회장이 채용 비리 사건 소송과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의 불완전판매 관련 중징계 취소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게 주된 근거다. ISS는 하나금융 임원추천위원회의 허윤·이정원·양동훈 위원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에도 반대표 행사를 권했다.

25일 우리금융지주 주총에 안건으로 상정된 이원덕 우리은행장 내정자의 비상임이사 선임에 대해서도 ISS는 반대를 권고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내부통제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이유다.

24일 열리는 신한금융 주총에서는 지분 8.78%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박안순·변양호·성재호·이윤재·허용학 사외이사를 재선임하는 안건에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에 대한 감독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것이 이유다. ISS도 반대표를 권고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의결권 자문사의 권고와 달리 대다수 외국인 투자자가 상정된 안건에 찬성표를 던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ISS는 사법 리스크가 있는 경우 기계적으로 반대표를 권고하는 경향이 있는데 외국인 주주의 관심은 수익률”이라며 “수년 전부터 국내 금융지주사가 주주 친화적 배당 정책을 펼치며 외국인 투자자들은 우호적인 지분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외국인 주주들이 과거와 달리 ISS의 권고를 따라가기보다는 수익성을 자체 평가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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