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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 들고나온 '항체 양성률 조사' 뭐길래…과학방역 가능할까

중앙일보

입력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2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제2차 코로나비상대응특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2022.03.23 국회사진기자단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2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제2차 코로나비상대응특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2022.03.23 국회사진기자단

'과학 방역'을 주창해 온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제기한 '항체 양성률 조사' 의 실현 가능성과 효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수위 내 코로나19 비상대응특위를 이끄는 안 위원장은 22일 일반 국민 대상 항체 양성률을 정기적으로 조사해 방역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숨은 감염자'가 얼마나 되는지, 지역별·연령별·직업별 감염 현황 등을 파악해야 '깜깜이 방역'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항체 검사가 무엇이고, 방역 정책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정리해봤다.

항체 검사란
항체 검사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인 ‘SARS-CoV-2’에 대한 항체(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물질)가 몸 안에 있는지 확인하는 검사다. 보통 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백신을 접종하면 2~3주 정도 뒤 몸 안에 항체가 만들어진다. 이 항체 보유 여부를 통해 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있는 면역력을 갖추고 있는지 추정할 수 있다. 특히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항체 검사를 하게 되면 그동안 PCR 검사 등을 받지 않아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았던 숨은 감염자까지도 파악할 수 있다. 검사는 혈액을 채취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항체 검사 시약에 따라 자연면역과 백신 면역을 따로 구분해 파악할 수 있다.  
방역 정책에 어떻게 적용할까?
조사 결과가 나오면 항체 보유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이나, 직업군, 연령군에 향후 방역정책의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 이 경우 무차별적인 방역 조치로 발생하는 자영업자들의 피해를 줄이고, 한정된 방역 역량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예를 들어 항체 검사 결과 119구조대원의 경우 80% 정도가 감염에 노출된 반면, 편의점 직원의 경우 10%밖에 감염이 안 됐다면 119구조대원이 압도적으로 높은 위험군에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혁민 교수는 “또다시 감염이 퍼진다면 이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예산이나 정책 등을 더 만들어야 한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1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문화체육센터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예방 접종센터에서 화이자 백신을 주사기에 담고 있는 모습. 뉴스1

지난해 8월 1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문화체육센터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예방 접종센터에서 화이자 백신을 주사기에 담고 있는 모습. 뉴스1

과거엔 없었나
정부는 코로나19 초창기인 2020년 7월부터 정기적으로 국민건강영양조사(국건영) 참여자를 대상으로 항체 검사 결과를 발표해왔다. 2020년에는 7월ㆍ9월ㆍ11월 3차례, 2021년에는 4월ㆍ8월, 2022년에는 1월로 총 6차례 발표됐다. 이 외에 비정기적인 조사도 실시됐다. 지난 1월에는 헌혈자 대상, 20년 11월과 21년 4월, 21년 8월에는 육군 입영 장정을 대상으로 항체 보유율 조사가 이뤄졌다. 다만 방역당국 관계자는 “국건영 조사의 경우 조사 대상 규모가 다소 작고, 비정기적 조사의 경우 특정 지역이나 연령에 국한된다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혁민 세브란스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지금까지의 조사는 소규모의 특정 집단을 중심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전체 연령대나 직업군별 감염 특성 등을 파악하기 어렵다”라며 “구체적인 목적을 세운 후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항체 검사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규모 검사 가능할까
항체 검사는 크게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자가검사키트처럼 일반인이 할 수 있는 신속검사 형태와 한 번에 46~96명 정도를 동시 진단할 수 있는 엘라이자 형태, 그리고 완전 자동화된 대용량 장비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이혁민 교수는 “마지막 세 번째 완전 자동화 장비의 경우 웬만한 규모의 병원들에 거의 다 깔려 있다. 시약도 이미 승인받은 게 있어서 대규모 검사를 시행하는 것은 별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사 결과는 1~2시간 정도면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설계부터 결과까지 한 달 이상 걸려
다만 전문가들은 검사 자체는 간단하지만, 검사를 설계하고 진행하기까지 대략 한 달~한 달 반 정도가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채혈이 필요한 일이고 지역별, 연령별로 일정한 샘플을 확보해야지만 전체적인 유행 상황을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한 달에서 한 달 반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혁민 교수도 “항체 검사의 경우 목적이 굉장히 중요해서 검사 전 계획을 세우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될 거다. 빠진 대상군이 없는지, 어떤 대상군을 집중적으로 볼 건지 디자인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2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송파보건소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뉴스1

2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송파보건소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뉴스1

검사의 한계는 없나?
전문가들은 ‘항체가가 얼마일 때부터 보호 효과를 갖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 결과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통상 항체가가 높으면 면역이 높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실제 재감염을 막는 데 얼마만큼의 항체량이 있어야 효과적인지 등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항체 검사용 시약이 표준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만약 항체 검사를 할 경우 하나의 시약으로 통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시기는 언제가 적절한가?
전문가들은 정기적인 조사 필요성에는 동의하면서도 지금 당장 일반 국민 대상 항체 검사를 하기엔 시기가 이르다고 말했다. 이형민 교수는 “항체는 감염되고 보통 2~3주 뒤에 생기니까 그걸 감안해 유행 정점 구간이 지나고 하는 게 더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엄중식 교수도 “정점 구간을 막 통과하고 있는데 항체 검사를 하게 되면 현재 이 상황을 반영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지금 당장 급하게 진행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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