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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늘자 60세 집중관리 놔버린 정부…치료제 신속 처방 관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5일부터 60세 이상 고령층과 면역저하자도 코로나19 확진 시 집중관리군이 아닌 일반관리군으로 분류된다. 하루 두 차례 이뤄지던 건강 상태 모니터링이 사라진다. 동네 병·의원에서 진료를 받고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 등 필요한 약을 처방받게 된다. 정부는 그간 보건소 행정 절차 등으로 집중관리군 배정과 약 처방까지 시간이 걸리며 치료가 지연됐던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 설명하지만, 확진자가 폭증하자 결국 고위험군 관리마저 손 놓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60세 이상 또는 면역저하자가 동네 ·병의원의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통해서 확진되는 경우 재택치료에서 일반관리군으로 관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5일 동네 병·의원서 확진되는 환자부터 적용한다. 본인이 희망할 경우 집중관리군으로 관리받을 수 있긴 하지만 원칙적으로 고위험군도 더는 관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서울 중구의 한 병원에서 의사가 재택치료 중인 코로나19 환자에게 전화를 걸어 비대면 진료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서울 중구의 한 병원에서 의사가 재택치료 중인 코로나19 환자에게 전화를 걸어 비대면 진료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정부는 보건소의 배정 단계를 거치지 않는 만큼 고위험군의 조기 진단, 처방이 가능하단 입장이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브리핑에서 “보다 신속하게 의약품을 처방하고, 고위험군을 조금 더 두텁고 빠르게 보호할 것”이라며 “중증화로 인한 사망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당국은 60세 이상과 50대 기저질환자, 암 환자 등 면역저하자를 집중관리군으로 지정했다. 그러다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지난 16일부터 집중관리군 범주에서 50대 기저질환자를 제외하는 등 한 차례 축소했다. 그런데 이날 남겨뒀던 60세 이상과 면역저하자마저 일반관리군으로 돌리겠다고 한 것이다. 연일 30만~40만명 확진자가 나오는 등 유행 규모가 급증하며 집중관리군 인원이 감당 불가능한 수준으로 불어났기 때문이다.

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기준 재택치료자는 182만7031명으로, 이 가운데 집중관리군은 27만1851명에 달한다. 중대본이 밝힌 관리 가능한 최대 인원(36만6000명)까지 아직 여력은 남아 있지만 이 같은 대응이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박향 반장은 전환 이유에 대해 “60세 이상 고령자 중에서 본인이 다니던 병원이 있거나 투약하는 약이 있을 경우, 동네 병·의원의 비대면 진료를 요구하는 사례들이 있었다”고 했다. 집중관리군으로 분류되면 관리 의료기관이 따로 배정돼 그곳서 처방 등을 받아야 했다. 다니던 병원서 비대면 진료를 받고 싶어도 허용되지 않았는데 이를 원하는 환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경기도 성남시의료원 재택치료 상황실에서 관계자가 '팍스로비드'를 복용하며 재택치료를 하고 있는 환자의 증세 등을 화상전화를 이용해 체크하고 있다. 중앙포토

경기도 성남시의료원 재택치료 상황실에서 관계자가 '팍스로비드'를 복용하며 재택치료를 하고 있는 환자의 증세 등을 화상전화를 이용해 체크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런 조치에 대해 장현재 대한개원의협의회 부회장은 “팍스로비드를 쓰면 좋아지는 환자가 많이 있다”며 “보건소 단계를 안 거치게 되면 빠르게 처방해 치명률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간 60세 이상은 보건소로부터 집중관리군으로 배정받은 뒤에야 팍스로비드 처방을 받을 수 있었는데 보건소 업무 과부하로 이 과정이 지연된다는 문제가 있었다.

실제 경기도에 사는 A씨는 “78세 연로하신 부모님이 코로나 양성을 받았는데 보건소는 계속 불통”이라며 “질병관리청에서 안내한 호흡기전담병원, 호흡기 지정병원으로 다 연락해도 팍스로비드를 처방하지 않는다고 한다”며 답답해했다.

하지만 여전히 팍스로비드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데다 병용금기 약물이 많아 현장에서 의료진이 처방에 부담을 느낀다는 점 등의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서울 관악구의 한 내과 간호과장은 “환자들이 요구하면 보건소에 재고를 확인하고 팍스로비드를 처방하고 있지만 먼저 권하진 않는다”며 “간 , 신장 기능 등을 따져야 하는데 의료인 입장에서는 문제가 생기면 곤란하니 조심스럽다”고 전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격리 해제 후 증상이 있어 외래 오는 분들 보면 팍스로비드를 받았다는 분을 본 적이 없다”며 “모든 환자를 일반관리군으로 보냈으면 각자도생하라는 건데, 대학병원 등에서도 환자를 보고 팍스로비드를 투약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고위험군의 경우 갑자기 상태가 악화할 수 있는데 이를 본인이 인지하지 못할 경우 위중, 사망 피해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최재욱 고려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기저질환 치료를 받던 사람이라면 환자 상태를 잘 아는 동네 병원에서 코로나 검사 후 처방까지 받도록 하는 방향으로 가야하는게 맞다”라면서도 “고위험군의 경우 확진자라도 대면 진료를 확대해 상태 악화를 막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대면 진료가 가능한 외래진료센터는 118개 정도다.

박향 반장은 “오늘 재택치료 관리의 방식이 전환됨에 따라 누수가 생기지 않도록 고민 중”이라며 “처음 진료한 의료진과 협력이 필요하다. (환자) 본인이 증상이 있을 때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의료기관을 확장하는 게 제일 중요할 것 같고 보완해야 할 부분은 더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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