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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V토크] 강성형 감독의 손바닥 리더십

중앙일보

입력

경기 전 선수들과 하이파이브하는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 선수들이 힘껏 하이파이브를 하도록 손바닥에 밴드를 붙였다. [사진 현대건설]

경기 전 선수들과 하이파이브하는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 선수들이 힘껏 하이파이브를 하도록 손바닥에 밴드를 붙였다. [사진 현대건설]

'실패한 감독'과 '꼴찌'가 만나 정상을 밟았다. 마지막 한 계단엔 오르지 못했지만, 강성형(52) 감독은 더 행복한 배구를 약속했다.

한국배구연맹(KOVO)과 여자부 7개 구단 단장은 21일 비대면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2021~2022 시즌을 조기 종료했다. IBK기업은행과 페퍼저축은행이 코로나19로 12명 이상의 엔트리를 갖출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날 열린 GS칼텍스-흥국생명전이 마지막 경기가 됐다.

정규리그 일정을 다 마치지 못하고 종료한 건 2019~2020 시즌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엔 남녀부 모두 시즌을 조기 종료했다. 이번엔 남자부는 포스트시즌까지 치를 예정이고, 여자부는 5라운드 경기 결과로 순위를 가린 뒤 포스트시즌을 열지 않는다.

현대건설(28승3패)은 압도적인 레이스를 펼쳤다. 개막 최다인 12연승을 달렸고, V리그 최다 연승 신기록(15연승)을 세웠다. 하지만 정규시즌 1위로 인정될 뿐 '우승'이란 명칭을 쓰지 못한다. 현대건설은 2019~20시즌에 이어 두 번이나 같은 경험을 하는 불운을 겪었다.

리그 중단이 가장 아쉬운 사람은 1위팀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이다. 팀을 맡자마자 컵대회 정상에 오르고 V리그 우승까지 노렸지만 외부요인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강성형 감독은 "운이 여기까지인 듯 하다. 구단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는데 마침표를 찍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강 감독은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할 기회를 놓친 것이 아쉽다"며 "첫 해에 좋은 성적을 낸 건 선수들이 열심히 해준 덕분이다. 선수들과 행복하게 배구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의정부=뉴스1) 이성철 기자 = 24일 경기도 의정부시 녹양동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2021 의정부·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KOVO컵)' 여자부 현대건설과 기업은행의 경기에서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이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2021.8.24/뉴스1

(의정부=뉴스1) 이성철 기자 = 24일 경기도 의정부시 녹양동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2021 의정부·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KOVO컵)' 여자부 현대건설과 기업은행의 경기에서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이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2021.8.24/뉴스1

강성형 감독은 20년 넘게 현대캐피탈에서 선수와 코치를 지냈다. 이후 LIG손해보험(KB손해보험)을 두 시즌(2015~17년) 동안 지휘했지만, 24승 48패에 그쳤다.

강 감독은 이후 여자팀 지도자로 변신했다. 스테파노 라바리니(이탈리아) 감독을 도와 여자 배구 대표팀 코치를 지냈다. 여자 선수들을 지도하는 노하우를 익힌 강 감독은 "여자 선수들은 좀 더 섬세하게 다가가야 한다는 걸 배웠다"고 했다. 그는 "아내와 (대학생인) 딸도 도움을 많이 줬다"고 했다.

강성형 감독은 성품도, 사고도 유연하다. 10년 넘게 지도자로 일했지만, 배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강 감독은 개막을 앞두고 "라바리니 감독 지도 방식을 가까이서 지켜봤다. 배울 점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부드러운 남자' 강 감독은 선수들을 위해 무엇이든 한다. 지난 1월 열린 프로배구 올스타전에선 이다현, 정지윤과 함께 멋진 댄스를 선보였다. 강 감독은 "선수들이 상의도 하지 않고, (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동영상으로 동작을 배웠다"고 했다. 손바닥에는 불이 났다. 선수 입장 시간에 선수들이 강 감독의 손을 힘껏 하이파이브하며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강 감독은 아예 손바닥에 테이핑을 하고 코트에 나섰다. 이길 수만 있다면 선수들이 마음껏 때려도 좋다는 사인이었다.

올스타전에서 정지윤, 이다현과 함께 댄스 세리머니를 한 강성형 감독. [연합뉴스]

올스타전에서 정지윤, 이다현과 함께 댄스 세리머니를 한 강성형 감독. [연합뉴스]

지난 시즌 꼴찌였던 현대건설은 강해졌다. 국가대표 양효진과 황민경이 지난 시즌 부진을 씻고 반등했다. 풀타임 2년차를 맞은 세터 김다인이 성장했고, 정지윤은 레프트 변신에 성공했다. 강 감독은 "선수들이 이기는 경험을 통해 성장한 게 제일 큰 소득"이라고 했다.

강 감독은 미처 찍지 못한 마침표를 찍기 위한 도전에 나선다. 강 감독은 "아쉽게 끝났지만 쉴 틈이 없다. FA 선수 계약도 있고, 야스민이 잘 해줬지만 외국인선수 명단도 다시 체크해야 한다. 더 좋은 배구, 행복한 배구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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