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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프리마 발레리나' 김지영, 예술감독 첫 도전 나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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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공연 '김지영의 원데이'로 첫 예술감독에 도전하는 발레리나 김지영 [사진 마포문화재단]

25일 공연 '김지영의 원데이'로 첫 예술감독에 도전하는 발레리나 김지영 [사진 마포문화재단]

발레리나 김지영(44)이 예술감독으로 데뷔한다. 25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공연하는 ‘김지영의 원데이(One Day)’ 무대를 직접 기획해 선보인다. 2019년 국립발레단에서 퇴단한 뒤 “항상 숙제 같았던 도전”의 첫발이다.
20일 전화인터뷰로 만난 김지영은 “발레리나로 무대에 서는 것 이외의 새로운 일을 해봐야 한다는 게 늘 고민거리였다”면서 “봄에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수채화 같은 작품들을 모아 공연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1997년 19세 때 국립발레단 최연소 단원으로 입단한 이후 ‘국립발레단의 영원한 프리마 발레리나’로 불렸던 김지영은 ‘로미오와 줄리엣’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등 국립발레단 대부분의 작품에서 주역을 맡았다. 2019년 ‘지젤’을 마지막으로 국립발레단을 떠난 뒤 현재 경희대 무용학부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발레리나 김지영 [사진 마포문화재단]

발레리나 김지영 [사진 마포문화재단]

김지영은 이번 공연을 1부 갈라 공연과 2부 신작 공연으로 꾸렸다. 1부에선 안무가 김용걸의 ‘산책’과 ‘선입견’, 발레리노 이현준이 안무한 ‘한여름 밤의 꿈’과 클래식 발레 ‘백조의 호수’ 파드되와 ‘돈키호테’ 그랑 파드되를 펼친다. “유럽의 정통 발레가 한국 안무가들에 의해 어떻게 한국 스타일로 발전했는지 보여주는 무대”다.

2부에선 발레리나 김세연이 안무한 신작 ‘치카치카(Chica Chica)’가 처음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근 2년 동안 발레계는 갈라 공연의 홍수였다.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는 게 뜻깊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치카치카’는 스페인어로 소녀를 뜻하는 ‘치카’와 이 닦는 모양을 묘사하는 의태어 ‘치카’의 중의적 의미를 담아, 어린 소녀가 양치질을 배우듯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내 안에는 소녀가 살고 있다”는 그의 말이 모티브가 됐다. 그는 “풋풋한 첫사랑, 화려한 젊은 시절, 혼란의 중년 등 각각 다른 시간 속에 존재하는 한 사람의 모습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담았다”면서 “관객들도 이 작품을 통해 각자의 가슴 속에 있는 소년ㆍ소녀를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지영의 원데이' 포스터. [사진 마포문화재단]

'김지영의 원데이' 포스터. [사진 마포문화재단]

이번 공연엔 그의 ‘지인’들이 총동원된 모양새다. 안무가 김용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국립발레단 시절 그와 콤비로 활동한 발레리노 출신이고, ‘치카치카’ 안무가 김세연은 김지영과 1998년 ‘USA국제발레콩쿠르’ 때 룸메이트로 만난 이후 우정을 이어온 사이다.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손유희ㆍ이현준ㆍ강민우와 솔리스트 한상이, 전 우루과이 국립발레단원 윤별, 전 독일 라이프치히발레단원 박정은 등 이번 무대에 서는 무용수들 모두 그와 함께 공연했던 이력이 있다. 그는 “모두 흔쾌히 출연을 승낙해줬다”며 고마워했다.

국립발레단 단원은 아니지만 그는 여전히 현역 무용수다. 지난해에도 창작발레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과 ‘돈키호테’ 등의 무대에 섰다. 이번 공연에서도 그는 ‘산책’과 ‘치카치카’에 직접 출연한다. “올해 초부터 몸을 슬슬 만들기 시작했다”는 그는 “한 달 전부터 본격적으로 연습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국립발레단에서 나온 이후 춤을 대하는 자세가 조금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 전에는 춤을 밥 먹듯이 췄다. 매일 먹는 밥을 음미하면서 먹지 않듯 춤도 그냥 췄다. 하지만 이젠 춤을 출 때마다 춤의 본질을 생각하게 되고 음미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에게 무대 은퇴 시기는 “아직 정해두지 않은 일”이다. 다만 “수명 연장 시대 아니냐. 옛날 마흔과 요즘 마흔은 신체적ㆍ외양적으로 다르다”면서 ‘롱런’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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