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자 경험 윤여정, 재일교포 애환 ‘생활 연기’…“선자의 강인함, 나와 비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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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파친코’에서 노년의 재일교포 선자를 연기한 윤여정은 “아홉 살 선자가 해녀(처럼 물질)할 때 아버지가 (뭍에서) 같이 숨 쉬어주는 장면을 보고 울었다. 한국인의 사랑을 느꼈다”고 했다. [사진 애플TV+]

드라마 ‘파친코’에서 노년의 재일교포 선자를 연기한 윤여정은 “아홉 살 선자가 해녀(처럼 물질)할 때 아버지가 (뭍에서) 같이 숨 쉬어주는 장면을 보고 울었다. 한국인의 사랑을 느꼈다”고 했다. [사진 애플TV+]

“일제강점기에 좋은 쌀은 다 일본 사람이 갖고 가 쌀밥을 못 먹는 상황에서 엄마가 힘들게 구해 와 쌀밥을 해주잖아요. 그때 먹은 쌀밥 맛이 선자한테는 고향의 맛이죠.”

애플의 OTT 플랫폼 애플TV+ 새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에서 선자를 연기한 배우 윤여정(75)이 18일 한국 취재진과 간담회 및 인터뷰를 했다. ‘파친코’ 홍보차 미국 LA에 간 그는 배우 이민호·김민하·진하 및 코고나다 감독 등과 함께 공식 홍보 행사에 참여했다. ‘파친코’는 재미교포 이민진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일제강점기 부산 영도의 가난한 하숙집 딸 선자를 중심으로 일본과 미국을 오간 한인 이민자 4대의 얘기를 그렸다. 오는 25일 공개될 시즌1은 원작의 절반 분량을 8부작에 담았다.

윤여정이 노년의, 신인 김민하가 젊은 선자를 각각 맡았다. 일본에서 파친코 업을 하는 둘째 아들 모자수(아라이 소지)와 함께 사는 선자는 미국 뉴욕 금융가에서 일하는 손자 솔로몬(진하)이 찾아오면서 옛 추억을 돌이킨다. 야심 찬 조선인 중개상 한수(이민호)와 첫사랑에 빠졌던 선자는 기구한 사연 끝에 임신한 몸으로 선교사 이삭(노상현)과 일본 오사카행 배에 오른다. 김치를 만들어 팔며 가족을 부양하는 가장으로 거듭난다.

한국시간 18일 미국 LA에서 진행된 ‘파친코’ 홍보 행사에 한복 차림 주연 배우 진하와 윤여정을 비롯해 김민하, 이민호, 정은채, 아라이 소지 등 출연진이 참석했다. [사진 애플TV+]

한국시간 18일 미국 LA에서 진행된 ‘파친코’ 홍보 행사에 한복 차림 주연 배우 진하와 윤여정을 비롯해 김민하, 이민호, 정은채, 아라이 소지 등 출연진이 참석했다. [사진 애플TV+]

영화 ‘미나리’(2020)에서도 윤여정은 미국에 이민 간 딸을 찾아간 순자였다. 이 배역으로 한국 최초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2021)을 받았다. ‘파친코’는 “선자의 강인함”에 더 집중했다. “인생이 선택이잖아요. 우리가 누구하고 결혼하느냐, 연애하느냐, 이게 다 선택이더라고요. 이 여자(선자)의 강인함은 생존하려는 데서 나오고, 어떤 점에선 나랑 비슷하다고 생각했죠.” 이렇게 말하면서도 그는 “선자가 첫사랑이 유부남이란 걸 알고 내린 결정을 나는 못 했을 것 같다”며 “100년 전쯤 여자인데도 그렇게 선택한 선자의 정직함이 부러웠다”고 했다.

‘파친코’는 ‘1910년 일본이 제국을 확장하며 한국을 식민지로 삼았다’는 자막으로 시작해 온갖 차별을 견뎌온 재일교포(자이니치)의 애환을 그려낸다. 미국 자본으로 제작된 작품으로는 드문 시도다. 지난해 각각의 연출작으로 칸국제영화제에 나란히 초청된 코고나다 감독과 저스틴 전 감독이 공동 연출했고, 각본을 겸한 수 휴와 테레사 강 로우 총괄 프로듀서 등 재미교포 제작진이 대거 참여했다.

1947년 개성에서 태어난 윤여정은 1974년 가수 조영남과 결혼해 미국으로 건너가 이민 생활도 했다. 간담회에서 “윤여정 얼굴은 한국사 지도”라는 코고나다 감독 말에 “나이 탓이다. 내가 오래 살았다”고 영어로 쑥스러운 듯 답한 윤여정은 “역사를 잘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이니치’라는 단어를 이 드라마로 처음 알았다”고 했다. “아라이 소지가 자이니치에요. 혹시나 해서 물어봤죠. ‘자이니치’가 차별하는 말이냐고. 아니래요. ‘재일동포이면서 한국인인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말’이래요. 그러면서 그 역사를 들었죠.”

윤여정은 ‘미나리’와는 다른 결의 할머니-손자 호흡을 선보인 극 중 솔로몬 역 재미교포 배우 진하가 일본어 대사를 억양까지 외워 소화한 데에 아낌없는 칭찬을 보냈다. 오디션을 통해 합류한 진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해밀턴’ ‘M. 버터플라이’, TV 시리즈 ‘러브 라이프’ ‘데브스’ 등에 출연했다. 이번 홍보행사에선 한복 치마저고리를 입은 퍼포먼스도 펼쳤다. 인터뷰에서 진하는 “사회에 뭔가 속하지 않는다고 느껴 동화되고자 노력하는 것이 (실제 내 모습과) 비슷했다. 일본이든, 미국이든, 그런 상황이 펼쳐진다”고 말했다.

‘파친코’는 오는 25일 애플TV+에서 1~3회를 한꺼번에 공개한다. 이후 다음 달 1일부터 매주 금요일 새 에피소드를 1편씩 내보낸다. 8부작을 모두 사전 관람한 언론·평단에선 호평이 쏟아졌다. 비평 사이트 로튼토마토 신선도는 100% 만점이었다. 미국 현지 매체 롤링스톤은 지난 11일 “‘파친코’는 예술성과 우아함으로 주제를 다룬다”고 평했다. 할리우드리포터는 “고통의 비참한 초상화가 가족의 회복력과 여성의 힘에 대한 유쾌한 이야기와 균형을 이룬다”고 썼다.

아카데미 수상 배우 윤여정의 연기에도 기대가 쏠린다. 윤여정은 “신드롬을 일으킨 것까진 모르겠고 그냥 똑같이 살고 있다. 하나 차이점은 전화를 많이 받게 된 거고, 그래서 전화를 무음을 해놓고 있다”며 웃었다. “지금 나는 내 나이도 잊어버려요. 한국 나이로 75세에 탔기 때문에 타는 순간에는 기뻤지만, 그 상이 준 변화는 없어요. 그 상 때문에 막 떠가지고 변하면 그게 제일 무서운 일이지. 그냥 타이밍이 맞아서 탄 거라고 생각해요. 늙어서 (상을) 타 천만다행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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