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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K드라마에 대규모 투자” 제2오겜 찾기 나섰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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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제시카 캠-엔글 월트디즈니 컴퍼니 아태지역 콘텐트 및 개발 총괄 뒤쪽으로 픽사·마블 등 디즈니 산하 브랜드 최근작들이 보인다. 맨 오른쪽이 한국 드라마 ‘설강화’.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시카 캠-엔글 월트디즈니 컴퍼니 아태지역 콘텐트 및 개발 총괄 뒤쪽으로 픽사·마블 등 디즈니 산하 브랜드 최근작들이 보인다. 맨 오른쪽이 한국 드라마 ‘설강화’.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디즈니가 제2의 ‘오징어 게임’ 찾기에 나섰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아시아·태평양 지역 콘텐트 및 개발 총괄 제시카 캠-엔글은 17일 한국 취재진과 화상 인터뷰에서 “한국 드라마에 대한 투자가 아시아의 어떤 언어 드라마보다 훨씬 큰 규모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여러 아시아 국가가 자국 콘텐트를 가장 선호하지만, 전체적으론 한국 드라마에 대한 인지도와 인기가 동남·북아시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면서다.

디즈니는 올해 콘텐트에만 330억 달러(약 40조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스포츠 중계권 확보 비용을 포함해서다. 이는 글로벌 OTT 시장의 선두주자인 넷플릭스의 올해 자체 콘텐트 투자금액인 170억 달러의 2배 규모다. 캠-엔글 총괄은 “어느 정도를 아태 지역에 배분할지 공개할 수 없지만, 한국 드라마에 큰 규모로 투자하고 있다”고 했다. 디즈니+가 넷플릭스 견제 수단으로 한국 드라마를 주목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캠-엔글 총괄은 베이징·홍콩 기반의 독립영화 제작자로 출발해, HBO아시아 오리지널 프로덕션 총책임 등을 거쳤다. 그는 한국 콘텐트 산업의 장점으로 ▶K팝의 인기 ▶유행을 선도하는 패션산업 ▶스토리텔링의 힘 ▶성숙한 제작 역량 등을 꼽았다. 그는 “K팝 스타가 프로그램·쇼에 출연하는 것만으로 상당한 마케팅 가치를 끌어낼 수 있다”며 “TV·영화 제작 산업에 있어 한국만큼 탁월한 역량을 갖춘 곳은 거의 없다”고 했다.

디즈니+는 올해 12편의 오리지널을 포함해 한국 콘텐트 20개 이상을 공개한다. 유재석의 서바이벌 예능 ‘더 존: 버텨야 산다’, 강풀 작가 웹툰 원작의 초능력 히어로물 ‘무빙’, 배우 최민식의 드라마 복귀작 ‘카지노’ 등이다. 캠-엔글 총괄은 “디즈니 브랜드가 가족용이란 인식은 해당 시청자층을 끌어당기는 강점이지만, 그게 디즈니+의 전부라는 건 오해”라며 “디즈니+는 좀비물 ‘워킹데드’부터 ‘홈랜드’ ‘크리미널 마인드’ 같은 작품도 선보였다. 한국 제작 오리지널 ‘카지노’도 당연히 가족 시청자를 위한 작품은 아니다”라고 했다.

디즈니+는 지난해 11월 국내에 들어온 뒤 이렇다 할 히트작이 없다.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부터 마블 시리즈, 스타워즈 등을 보유한 ‘콘텐트 공룡’이 자존심을 구겼다. 디즈니+의 이런 예상 밖 부진이 일주일에 1~2회씩 공개하는 출시 방식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넷플릭스의 경우 한 시즌 에피소드들을 한꺼번에 공개해 시청 몰입감을 높이며 출시 초반 화제 몰이를 했다. 반면 디즈니+는 지난달 신작 ‘그리드’를 매주 수요일 1회씩 공개했다. 답답하다는 시청자 불만이 들려왔다.

‘오징어 게임’은 세계적 흥행으로 감독·배우는 스타덤에 올랐지만, 실질적인 흥행 수익과 권리를 넷플릭스가 독점한 계약 방식으로 논란이 됐다. 캠-엔글 총괄은 “디즈니는 상당한 자금력을 가졌고, 창작자에게 인센티브·제작비를 어떤 경쟁자보다 넉넉하게 제공할 수 있지만, 어떻게 보면 창작자가 더 열망하는 것은 자신의 뛰어난 창작물을 세계 무대에 선보일 기회”라며 기존 글로벌 OTT와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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