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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25%에 그놈 나타났다, '확진자 수퍼면역' 안되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9월, 30대 이모 씨는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 열이 39도 이상 오르고, 후각·미각까지 사라졌다. 이씨는 생활치료센터에 들어가 2주 가까이 치료를 받았다. 완치 후 일상으로 복귀한 그는 지난달 미국 출장을 다녀왔다. 출장 전후로 이 씨가 받은 PCR 검사는 총 3번(미국에서 떠나기 이틀 전, 한국에서 해외입국자 격리 시작 첫날, 격리 마지막 날)으로 모두 음성이 나왔다. 지난 5일 해외 입국자에 대한 일주일 의무 격리가 해제됐지만, 그 다음 날 이 씨는 심상찮은 증상을 느꼈다.

"목에 가래가 끼고, 칼칼한 느낌이 심했어요. 시간이 지나자 침을 삼킬 때마다 아플 정도였어요."

이 씨는 바로 자가진단키트 검사를 했지만 음성으로 나왔다. 이후 신속항원검사 한 차례와 자가진단키트 검사를 두 차례 더 했지만, 여전히 음성이 나왔다고 한다. 나흘이 지나도 목 증상이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자, 다시 신속항원검사를 받았는데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 코로나에 처음 걸린 지 6개월 뒤, 또다시 코로나에 걸리게 된 것이다. 이 씨는 "델타 유행 때 심하게 앓아서, 코로나에 또다시 걸릴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 "오미크론, 재감염 빈번히 일어나"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지면서 이 씨처럼 코로나에 한 차례 걸리고도 또다시 걸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17일 브리핑에서 "오미크론은 재감염이 빈번히 일어나는 난다"라면서 "유럽 같은 경우, 재감염 비율이 최대 10%까지도 갔다는 내용이 보고 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코로나19 재감염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국내 코로나19 재감염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국내에서는 코로나가 시작한 2020년 1월부터 올해 3월 16일까지 총 290명이 코로나19 재감염자로 집계됐다. 아직 총 확진자의 0.0038%에 해당하는 미미한 수준이지만, 증가세를 보면 경계를 늦출 수 없다. 델타 변이가 우세종이 되기 전인 지난해 6월까지, 1년 반 동안 재감염 확진자는 단 2명이었는데, 델타 변이가 우세종이 된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6개월간에는 159명으로 확 늘었다.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된 이번 해에는 1월부터 3월 16일까지, 석 달도 안돼 129명이 재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델타 변이 유행 기간에는 월평균 26.5명이 재감염됐는데, 오미크론 유행 시기에는 월평균 51.6명으로 늘었다. 재감염 사례가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국내 재감염 사례에서 최초 확진과 재확진 당시에 각각 어떤 바이러스에 걸렸던 건지 파악할 수 있는 구체적인 분석 자료는 없다. 감염 시기와 유행 양상 등을 보고 추정만 가능할 뿐이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시기적으로 델타에 감염됐다가 오미크론에 감염되는 사례는 당연히 일어날 수 있고, 문제는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된 시기에 두 번 감염된 사례들도 보인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엄 교수는 "지난달부터 병원 직원 중에서만 3~4명이 오미크론에 재감염됐다. 한 달 안에 코로나에 또 걸린 건데, 모두 정상 면역의 건강한 사람들로 같은 바이러스에 두 번 걸릴 가능성은 현저히 낮은 이들"이라고 전했다. 그는 "그 경우, BA1(일반 오미크론)과 BA2(오미크론 하위 '스텔스 오미크론') 교차 감염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슈퍼 면역은 없다"…BA2 변이 확산으로 재감염 위험성↑

스텔스 오미크론(BA2)의 확산세가 코로나 재감염에 큰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는 이유다. 오미크론 세부 유형은 BA1(기존 오미크론) 외에 BA2, BA1.1, BA3, 이렇게 4가지로 분류된다. BA1 대비 전파력이 1.5배 강한 BA2 변이는 국내에서 확진자 4명 중 1명꼴로 나타난다. 3월 둘째 주(3.6~12) BA2의 국내 감염 검출률은 26.3%로 2주 연속 20%대 이상을 기록했다. 2월 셋째 주(2.13~19) 4.9% 검출률과 비교하면 한 달 새 21.4%p 늘어났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BA2 변이가 BA1을 대체하는 과정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오미크론에 두 번 걸리게 될 가능성도 커졌다"고 말했다. 덴마크 국립혈청연구소(SSI) 연구에 따르면, 덴마크에서는 지난해 11월 21일부터 올해 2월 11일까지 1739명이 20~60일 간격을 두고 코로나19에 재감염됐다. 그중 67명이 두 번 모두 오미크론에 걸렸는데, 약 70%(47건)는 BA1에 걸렸다가 BA2에 다시 걸린 경우였다. 재감염자들은 대부분 30세 이하 젊은 층이었고, 예방 접종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이비인후과에서 코로나19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하기 위해 피검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이비인후과에서 코로나19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하기 위해 피검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각에선 코로나에 걸렸다 회복한 사람은 어떤 바이러스에도 감염되지 않는, 이른바 '슈퍼 면역'을 갖게 된다는 목소리가 퍼지고 있다. 온라인상에선 차라리 빨리 코로나에 걸리고 슈퍼 면역을 얻는 것이 낫다는 글이 올라오고, 간병인 구인 조건에는 '오미크론 확진 뒤 격리해제'라는 조건도 속속 등장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슈퍼 면역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 델타에 걸렸든 오미크론에 걸렸든 재감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미다. 엄중식 교수는 "슈퍼 면역은 학문적·의학적인 표현도 아닐뿐더러 학술단체나 보건 관련 기관에서 그런 식의 명명을 한 적도 없다"면서 "실제 면역이 100% 되는 경우는 없고, 항체가 높게 나타난다는 단순한 사실을 확대해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우주 교수 역시 "확진 경험은 중증으로 갈 가능성을 낮춰주는 등 약간의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해서 나오는 한 재감염은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이제까지 평균 6개월 단위로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한 만큼 앞으로도 새로운 변이가 나올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라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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