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바탕의 나무에 양각으로 새겨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현판 글씨가 서예가 박경동(68)씨의 작품인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박씨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검사 시절 어려움을 겪던 시기에 인연을 맺었던 인사다.
윤 당선인 측 인사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서일준 인수위 행정실장의 부탁으로 박씨가 현판 제작을 맡았다”며 “박씨는 서 실장은 물론이고 윤 당선인과도 오랜 인연을 가진 사람”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통화에서 “현판식은 시작의 의미를 갖는다”며 “윤석열 당선인이 세상에 환하게 드러나길 바란다는 의미에서 현판을 음각이 아닌 양각으로 새겼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과 박씨의 인연은 2013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여주지청장이던 윤 당선인은 여주지청 신청사 개청식을 앞두고 박씨에게 현판 작업을 맡겼다. 당시 개청식 사진엔 양복을 입은 윤 당선인과 한복 차림의 박씨가 함께 제막하는 모습이 확인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지내다 그해 4월 여주지청장으로 부임한 윤 당선인은 당시만 해도 승승장구하던 대표적인 특수통 검사였다. 하지만 부임과 거의 동시에 국정원댓글수사팀장을 맡으며 윤 당선인의 인생은 송두리째 흔들렸다.
당시 윤 당선인은 수사팀에 대한 법무부와 검찰의 외압 정황을 공개했고, 그해 10월 수사팀장에서 전격 배제된다. 같은 달 서울중앙지검 국감장에서 윤 당선인은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며 이른바 ‘항명파동’을 일으킨 뒤 3년여의 좌천 생활을 시작했다.
2년간의 대구고검 근무에 이어 대전고검으로 자리를 옮긴 윤 당선인은 2016년 어느 날, 박씨에게 다시 연락했다고 한다. 대전고검의 글씨가 박씨의 작품이란 걸 한눈에 알아본 것이다. 이후 대전 인근의 충북 영동군에 거주하는 박씨와 윤 당선인은 종종 만나며 인연을 이어갔다.
두 사람은 지난 1월에도 만났다. 박씨가 대선 후보 시절 윤 당선인에게 연락하자, 윤 당선인이 “뵙고 싶다. 한번 찾아와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대선 후보실에서 재회한 윤 당선인에게 박씨는 이렇게 당부했다.
“‘만물개유정(萬物皆有定)’, 모든 것은 정한 바가 있습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사람의 도리를 다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리십시오. 그리고 당선이 되면 ‘불망초심(不忘初心)’, 처음 마음먹은 것을 잊지 않는 사람이 되시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