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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인수위 현판 글씨, 尹 좌천 때 인연 ‘운학 박경동’ 작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앞에서 열린 현판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앞에서 열린 현판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노란 바탕의 나무에 양각으로 새겨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현판 글씨가 서예가 박경동(68)씨의 작품인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박씨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검사 시절 어려움을 겪던 시기에 인연을 맺었던 인사다.

윤 당선인 측 인사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서일준 인수위 행정실장의 부탁으로 박씨가 현판 제작을 맡았다”며 “박씨는 서 실장은 물론이고 윤 당선인과도 오랜 인연을 가진 사람”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통화에서 “현판식은 시작의 의미를 갖는다”며 “윤석열 당선인이 세상에 환하게 드러나길 바란다는 의미에서 현판을 음각이 아닌 양각으로 새겼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과 박씨의 인연은 2013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여주지청장이던 윤 당선인은 여주지청 신청사 개청식을 앞두고 박씨에게 현판 작업을 맡겼다. 당시 개청식 사진엔 양복을 입은 윤 당선인과 한복 차림의 박씨가 함께 제막하는 모습이 확인된다.

2013년 9월 25일 열린 수원지검 여주지청 준공 기념 현판식 모습. 맨 오른쪽이 당시 여주지청장이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맨 왼쪽의 한복입은 남성이 서예가 박경동씨다. 여주지청 제공

2013년 9월 25일 열린 수원지검 여주지청 준공 기념 현판식 모습. 맨 오른쪽이 당시 여주지청장이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맨 왼쪽의 한복입은 남성이 서예가 박경동씨다. 여주지청 제공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지내다 그해 4월 여주지청장으로 부임한 윤 당선인은 당시만 해도 승승장구하던 대표적인 특수통 검사였다. 하지만 부임과 거의 동시에 국정원댓글수사팀장을 맡으며 윤 당선인의 인생은 송두리째 흔들렸다.

당시 윤 당선인은 수사팀에 대한 법무부와 검찰의 외압 정황을 공개했고, 그해 10월 수사팀장에서 전격 배제된다. 같은 달 서울중앙지검 국감장에서 윤 당선인은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며 이른바 ‘항명파동’을 일으킨 뒤 3년여의 좌천 생활을 시작했다.

2년간의 대구고검 근무에 이어 대전고검으로 자리를 옮긴 윤 당선인은 2016년 어느 날, 박씨에게 다시 연락했다고 한다. 대전고검의 글씨가 박씨의 작품이란 걸 한눈에 알아본 것이다. 이후 대전 인근의 충북 영동군에 거주하는 박씨와 윤 당선인은 종종 만나며 인연을 이어갔다.

지난 1월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대선 후보실에서 만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서예가 박경동(68)씨. 박씨 제공

지난 1월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대선 후보실에서 만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서예가 박경동(68)씨. 박씨 제공

두 사람은 지난 1월에도 만났다. 박씨가 대선 후보 시절 윤 당선인에게 연락하자, 윤 당선인이 “뵙고 싶다. 한번 찾아와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대선 후보실에서 재회한 윤 당선인에게 박씨는 이렇게 당부했다.

“‘만물개유정(萬物皆有定)’, 모든 것은 정한 바가 있습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사람의 도리를 다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리십시오. 그리고 당선이 되면 ‘불망초심(不忘初心)’, 처음 마음먹은 것을 잊지 않는 사람이 되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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