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국 코로나 셧다운…유가 100달러 무너졌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1면

[AP=연합뉴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오일 쇼크’ 우려 속에 급등했던 국제 유가가 급락했다. 치솟던 유가를 끌어내린 건 코로나 확산세로 인한 중국의 도시 전면 봉쇄 소식이다.

1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4월 인도분 가격은 전날보다 6.4% 떨어진 배럴당 96.44달러로 마감했다. 지난달 28일 이후 처음으로 종가 기준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일주일 만에 20% 넘게 빠진 것이다. 같은 날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5월물은 배럴당 99.9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3주 만에 두 자릿수대로 진입했다.

올해 초 배럴당 90달러 안팎을 오가던 WTI 가격은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치솟기 시작했다. 불붙은 유가에 기름을 부은 건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미국의 금수 조치다. 지난 8일에는 장중 130달러를 돌파해 2008년 7월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롤러코스터처럼 요동치는 국제 유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롤러코스터처럼 요동치는 국제 유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국제 유가 상승세에 브레이크를 건 것은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방역 조치로 중국이 각 지역 공장을 폐쇄하면서 당분간 석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지난 14일 광둥성 선전시를 전면 봉쇄했다. 선전시는 텐센트와 화웨이 등 IT기업과 애플 제품을 조립 생산하는 대만의 폭스콘 공장 등 제조 업체가 밀집해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린다. 선전시와 마찬가지로 봉쇄된 지린성 장춘시에선 외국 자동차 기업의 합작 공장이 지난주부터 문을 닫았다. 중국 상하이도 준(準) 봉쇄 수준으로 방역을 강화했다.

러시아의 목줄을 죄며 커진 석유 공급난을 해소하기 위해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원유 금수 제재를 완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유가 하락을 부추긴 요인으로 꼽힌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에너지 업체 셰브런이 베네수엘라 원유 사업 재개 준비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나빠지는 2022년 세계 경제성장 전망.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나빠지는 2022년 세계 경제성장 전망.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4차 평화협상 결과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도 반영됐다.

국제 유가가 진정세를 보이며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오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는 줄었지만, 상황이 마냥 낙관적인 것은 아니다. 손성원 미국 로욜라 메리마운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 성장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상황이 모두 더 나빠지고 있다”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인플레 압력은 여전히 높다. WSJ은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1년 전보다 49% 비싸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부터 전문가들은 올여름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측했는데 러시아의 침략이 이를 가속했다”고 말했다.

중국의 도시 봉쇄가 전 세계 공급망에 끼칠 영향에 대한 우려도 고개를 든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 멈춰 서면 제품 생산이 제대로 안 돼 물가를 끌어올리는 한편 경기 침체를 가속하며 스태그플레이션이 더 빠르고 짙게 가시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JP모건체이스 브루스 카스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봉쇄 조치는 우리가 씨름하고 있는 문제의 새 국면”이라며 “인플레이션이 앞으로 몇 달 동안 예상보다 훨씬 더 높아져 궁극적으로 경제 성장을 둔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지난 13일 미국 CBS 방송에 출연해 “세계 경제 성장률의 추가적인 하향 조정은 필연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올해 세계 전망치를 4.9%로 발표했다가 지난 1월 4.4%로 0.5%포인트 낮춘 데 이어, 추가 하향 조정을 예고한 것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러시아의 국가 부도 위험이 커졌고, 중국의 경제 봉쇄가 겹쳤다”며 “여러 상황이 겹치며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라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진입할지 예의주시해야 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