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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투표 책임 통감” 물러난 선관위 사무총장…국민의힘 “선관위원장 책임져야”

중앙일보

입력

김세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16일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발생한 확진자 등 사전투표 부실관리 사태와 관련해 사무총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김세환 사무총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김세환 사무총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 총장은 이날 정오쯤 선관위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사의를 밝혔다. 김 총장은 “직원 여러분께서는 최선을 다해 헌신적으로 선거관리에 임해 주셨지만 모두 저의 잘못으로 이번 사태가 초래됐다”며 자신에게 모든 책임을 돌렸다. “실행이 어려운 복잡한 지침과 늦장 지시, 일선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한 업무 추진, 소통과 공감이 부족한 권위적인 태도 등으로 현장 혼란과 어려움을 가중하고 정신적 고통까지 줬다”며 “혼신의 노력으로 희생을 감수해주신 직원 여러분께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앞서 선관위는 이번 대선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사전투표를 부실하게 관리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선관위는 확진자와 격리자에게 이미 기표가 된 투표용지를 배부하거나 밀봉되지 않은 종이박스, 플라스틱 바구니 등에 투표용지를 모아서 옮겨 ‘소쿠리 투표’ 논란이 일었다.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였던 윤석열 당선인은 이에 대해 “공작에 능한 사람들이 국민의힘 지지층을 분열시키려는 획책”이라며 “정권이 바뀌면 경위를 철저하게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선관위를 항의방문한 자리에서 김 총장이 확진자들의 문제제기를 ‘난동’이라고 표현했다는 논란도 일었다.

특히 김 총장 아들의 이직, 승진 관련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김 총장이 갑작스럽게 사퇴를 결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매체는 전날 김 총장의 아들이 강화군청 공무원으로 재직하다가 김 총장이 선관위 사무차장이던 2020년 1월 인천시 선관위로 이직했고, 이후 6개월 만에 승진했다고 보도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김 총장이 직원들과 별도의 상의 없이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며 “사표는 즉시 수리된다”고 전했다.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5일 부산 해운대구 한 사전투표소에 준비된 확진자, 격리자용 투표용지와 투표용지를 담은 종이박스. 연합뉴스.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5일 부산 해운대구 한 사전투표소에 준비된 확진자, 격리자용 투표용지와 투표용지를 담은 종이박스. 연합뉴스.

다만 국민의힘은 선관위의 최종책임자인 노정희 선관위원장이 직접 사전투표 부실관리 사태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 위원장은 17일 선관위원을 소집해 긴급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국민의 정당한 요구를 ‘난동’으로 매도하고, 아들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사람을 순순히 사퇴시키는 건 면죄부를 주기 위한 꼼수이자 부실선거의 원흉 노정희 선관위원장을 살리기 위한 꼬리자르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친민주당 편향의 대명사 ‘우리법연구회’ 출신 노 위원장은 대법관 임명 때부터 자질 논란이 있었던 사람”이라며 “이런 편향적 인사가 선관위원장 자리를 꿰차고 있으니 ‘소쿠리 투표’ 혼란에도 출근할 생각조차 안했고, 사전투표 대란에도 수일 후 여론에 떠밀려 말로만 사과하는 시늉을 하는 오만함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 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땅에 떨어진 선관위 불신을 회복하는 길은 편향되고 무능한 노 위원장이 사퇴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보여주기식 꼬리자르기로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며 “선관위 모든 업무 최정점에 있는 노 위원장의 사퇴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지방선거가 3개월 앞으로 다가온 만큼 공석이 된 선관위 사무총장 자리의 임명권을 누가 행사하게 될지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법에 따라 사무총장에 대한 임면권은 선관위원장이 갖고 있지만, 국민의힘에선 “청와대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임기말 ‘알박기’ 입김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통화에서 “현재까지 청와대의 모습을 보면 임기말 ‘알박기’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며 “노 위원장과 청와대는 그럴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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