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더 멀어져 가는 위안화…원화 약세 속 심화하는 디커플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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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가 오를 때 함께 오르고 내릴 때도 같이 내려 ‘프록시(대리)’ 통화로 불리던 원화와 위안화가 최근 서로 다른 대접을 받고 있다. 사진은 3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위안화를 보여주는 모습. 연합뉴스

가치가 오를 때 함께 오르고 내릴 때도 같이 내려 ‘프록시(대리)’ 통화로 불리던 원화와 위안화가 최근 서로 다른 대접을 받고 있다. 사진은 3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위안화를 보여주는 모습. 연합뉴스

가까이 하기에 너무 먼 당신. 오를 때도 내릴 때도 비슷한 방향성을 보이던 원화와 중국 위안화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 위안화당 원화값은 12년10개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환율상승). 원화 약세와 위안화 강세로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전날보다 7.1원 오른(환율 하락) 달러당 1235.7원으로 마감했다. 올해 초보다 3.7% 내린 셈이다. 같은 기간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0.4% 오르며 상대적인 강세를 유지했다. 특히 위안화당 원화값은 16일 194.25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위안화 가치가 뛰면서 위안화 대비 원화가치는 2009년 4월 30일(재정환율 197.52원)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달러대비 원, 위안화 변동 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달러대비 원, 위안화 변동 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외환시장에서 원화와 위안화는 ‘프록시(Proxy·대리)’ 통화로 여겨진다. 프록시란 ‘대리인’이나 ‘대리하는 것’ 등을 뜻하는 말로 두 통화 가치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의미다. 원화와 위안화의 동조화 현상은 한국 경제가 중국과 긴밀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수출 의존형인 한국 경제는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의 경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지난 2019년 5월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 당시 위안화보다 원화가 더 큰 폭으로 하락했던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해외 자본 유·출입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원화가 ‘선행 지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미·중 무역 전쟁 이후 한때 원화가 ‘미·중 관계의 가늠자’란 평가도 받았다.

환거래 위험을 분산(헤지)하는 데 위안화보다 원화가 수월하다는 점도 동조화를 가속했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신흥국 자산에 투자할 때 자본 거래 제약이 많은 중국보다 자본의 유·출입이 비교적 자유로운 원화 파생상품을 헤지 수단으로 선호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원화와 위안화가 제각각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원화는 약세, 위안화는 강세다. 이런 디커플링의 근본적인 이유는 ‘달러 공급’ 강도 차이에서 비롯된다. 최근 5년간 중국에는 해외 자본이 들어오며 달러 유입이 이뤄졌지만, 반대로 한국에서는 돈이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지난해 1~10월 외국인은 국내 주식 54조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김호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경우 지난 2017년 3분기 이후 17분기 연속 외국인의 중국 내 자산 취득 비중이 중국인의 해외 자산 취득보다 컸다”며 “한국은 2017년 4분기 이후 19분기 연속 내국인의 해외자산 취득이 외국인의 한국 자산 취득보다 많아 달러 유출이 더 많았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특수로 늘어난 중국의 무역수지 흑자도 위안화 가치 고공행진의 이유다. 지난해 중국 수출은 전년보다 30% 늘며, 6764억 달러(약 814조원)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역대 최대다. 전종규 삼성증권 수석연구원은 “공급망 차질로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에 물건을 빨리 받기 위한 돈이 몰린 영향”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발발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도 위안화 강세를 부추겼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러시아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의 제재를 피해 위안화 결제 망을 활용하려 한다면 위안화 수요가 늘 수 있고 이는 위안화 강세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제공 셔터스톡

지난달 발발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도 위안화 강세를 부추겼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러시아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의 제재를 피해 위안화 결제 망을 활용하려 한다면 위안화 수요가 늘 수 있고 이는 위안화 강세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제공 셔터스톡

지난달 발발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도 위안화 강세를 부추겼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러시아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의 퇴출이란 제재를 피해 위안화 결제망을 활용한다면 위안화 수요가 늘어날 수 있고, 위안화 강세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원자재 가격 급등 속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추기 위해 중국 당국이 위안화 강세를 용인하는 것도 원화와의 디커플링이 심화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위안화 강세가 이어지면 달러 등으로 결제하는 원유 등 수입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효과가 생기는 만큼 물가 압력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원화와 위안화의 거리는 당분간 좁혀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김대영 KB자산운용 글로벌애쿼티실장은 “중국에서 다시 오미크론이 퍼지고 있어 경기 회복 불확실성이 큰 만큼 중국 당국이 위안화 절하 같은 급진적인 정책을 펼 가능성은 적다”며 “현재 원화와 위안화값이 급격하게 변하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변수는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상에 나서면 해외 자금이 빠져나가며 위안화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 미국과의 갈등도 불안 요인이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지난 8일 미국의 회계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뉴욕 증시에 상장한 5개 중국 기업을 ‘예비 상장폐지 명단’에 올렸다. 중국으로의 자본 유입이 줄 수도 있다.

코로나 확산 등으로 선전 등 중국 내 도시의 전면 봉쇄가 이어지며 경제 활동에 제약이 커지고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 위안화의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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