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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산발 광주 붕괴사고, 재연될 뻔 했다…"총체적 부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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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개 층이 한꺼번에 붕괴한 광주 HDC현대산업개발 화정아이파크. 연합뉴스

16개 층이 한꺼번에 붕괴한 광주 HDC현대산업개발 화정아이파크. 연합뉴스

고용노동부가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 중인 전국의 대규모 건설현장 12곳의 안전관리책임자 전원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에 나섰다. 사법처리 대상에 오른 위반 사항만 306건에 달한다. 광주에서 발생한 붕괴사고가 재연될 위험이 있는 곳도 수두룩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시행 중인 전국의 모든 건설공사가 엉망이었다는 의미다.

고용부 광주붕괴사고 관련 특별감독 결과 #"HDC 건설현장의 총체적 안전관리 부실 확인" #전국 12개 대형 건설현장 안전책임자 전원 입건 수사 #위반사항 636건…사법처리 대상만 306건 달해 #대형 붕괴사고 초래할 수 있는 조치 위반도 19건 #"본사의 서류상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으로 현장 부실" #"중대재해 처벌 피하려 서류 중심 증거확보에만 몰두"

고용부는 이런 내용의 HDC현대산업개발 12개 건설현장 특별감독 결과를 16일 발표했다. 고용부는 지난 1월 발생한 광주광역시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와 관련, 1월 17일부터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을 맡은 공사현장에 대한 특별감독에 들어갔다. 특별감독 대상이 된 12곳은 광주 사고와 비슷한 초고층 주택 건설 현장으로 골조공사를 진행하는 등 공정률이 50~70%가량 되는 곳이다. 고용부는 각 현장 별로 10명 이상의 감독반을 구성해 안전조치 준수 여부를 5일 이상 들여다봤다.

특별감독 결과 636건의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고용부는 이 중 306건을 사법조치하고, 330건에 대해서는 과태료 8억4000여 만원을 부과했다. 또 12개 현장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모두 입건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전국의 모든 건설현장이 안전사고의 사각지대로 방치돼 있었던 셈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1월 27일)을 앞둔 시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안전관리가 총체적으로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특히 광주 붕괴사고와 유사한 대형 붕괴사고를 초래할 수 있는 거푸집 동바리 조립을 하면서도 붕괴 예방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으며, 지반 굴착을 할 때 위험방지 조치도 시행하지 않는 등 중대 위반사항이 19건이나 적발됐다. 또 건설현장에서 빈발하는 떨어짐(추락) 사망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난간, 작업 발판 설치와 같은 기본적인 안전조치 위반이 261건이나 됐다. 위험성 평가, 산업재해 발생 보고, 안전보건관리비 등 기초적인 의무 위반 사항도 144건에 달했다. 심지어 대형사고 예방을 위해 사전에 위험요인을 파악하고, 관리하는 유해·위험방지계획서를 부실하게 이행해 사실상 무시하다 적발된 건수도 10건이었다.

고용부 관계자는 "특별감독을 여러 번 했지만 이처럼 총체적으로 안전관리 부실이 드러난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할 정도다. HDC현대산업개발이 본사 차원에서 구축한 안전보건관리체계가 현장에선 먹통이었다.

권기섭 고용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 서류상의 안전보건관리체계는 의미가 없다"며 "본사에서 현장의 법 준수사항을 수시로 확인해 필요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이행토록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원점에서 다시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고용부 관계자는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안전불감증이 현장에 만연한 배경에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기업에서 시행 중인 법무법인(로펌) 등의 컨설팅이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며 "사법처리를 피하려 증거용 서류를 남기는 데 몰두하다 정작 현장을 도외시해 결국 사법처리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용부는 본사 최고경영자(CEO)가 중심이 돼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되는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이행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감독 결과를 HDC현대산업개발 본사에 통보했다. 고용부는 안전보건관리체계가 작동되는지 여부를 다시 확인하기 위해 추가적인 기획감독도 실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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