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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국민연금의 올바른 주주권 행사를 기대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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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이인실 지속경제사회개발원 이사장

이인실 지속경제사회개발원 이사장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치르면서 홍수처럼 쏟아져 나온 공약 중에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중장기적 시각이나 거버넌스를 제시하는 공약은 없었다. 이제 선거는 끝났고 새 정부는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에 전략적 가치가 높은 금융산업 발전에 대해 더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금융산업과 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연기금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특히 국민연금은 정부가 관리 운영하는 공적 기금이며 단일 주체로는 주식시장 점유율이 약 7%에 이르는 한국 최대의 기관투자자이다. 그러다 보니 주주총회 시즌이 되면 국내 최대의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2018년 7월, 국민연금이 종래의 의결권 행사에 더해 투자회사의 경영에 관여하겠다는 내용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이후 주주행동주의는전 세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지난 2019년에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현대자동차에 5조 8000억원의 고배당을 요구하고 경쟁사의 CEO를 사외이사로 추천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하지만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반대의견을 내며 결국 무위로 끝났다. 이는 국민연금이 국내기업의 지배구조를 지킨 대표적인 사례다.

반면, 국민연금이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국내 기업의 발목을 잡으려는 사례도 있었다. 지난 2020년 국내 주요 금융사의 주주총회 시즌 당시 국민연금이 주요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에 대해 반대 의사를 냈다. 당시 국내 대표 금융사 CEO가 여러 법적인 리스크에 걸려 있었고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초기라서 국민연금이 지나치게 해외 의결권자문기구의 의견만을 참고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최근 금융사의 임원은 사모펀드 사태 등으로 법률적 리스크를 안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해외 의결자문사인 ISS는 헌법이 보장한 ‘무죄 추정의 원칙’도 무시한 채 최종 판결 여부와 무관하게 기소만 돼도 CEO의 연임이나 이사의 선임 등에 무조건 반대의견을 내고 있다. 국내 사정에 밝지 않은 외국인 주주가 여기에 동조하게 되면, 외국인 주주 비율이 높은 금융지주사의 주주총회 안건은 이들에 의해 휘둘리게 되고, 국내 금융사의 지배구조 리스크가 커지게 된다.

엘리엇과 같은 해외투기자본의 국내 우량기업에 대한 단기 수익을 노린 공격적인 주주권 행사는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것이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를 책임져야 하기에 장기적인 성장에 베팅해야 한다. 정권교체기에 열리는 주총 시즌을 앞두고 국내 금융사가 글로벌 금융사로 도약할 안정과 발전을 위해 국민연금이 올바른 주주권을 행사해주길 기대한다.

이인실 지속경제사회개발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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