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계열사 부당지원' 조현준 효성 회장, 1심서 벌금형…"핵심 역할로 관여"

중앙일보

입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연합뉴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연합뉴스

자금난에 빠진 계열사를 살리기 위해 그룹사를 동원해 불법 우회 지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으며 실형을 피했다.

중앙지법 형사3단독 양환승 부장판사는 15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과 효성 법인에 벌금 2억원을 선고했다. 양벌규정에 따라 함께 기소된 효성투자개발 법인, 효성그룹 관계자 등은 각각 벌금 5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조 회장이 사실상 개인 회사인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GE)가 자금난에 처하자 그룹 차원에서 효성투자개발을 동원해 지원했다"며 "총수 일가와 개인 회사를 위해 계열사를 이용하는 것은 경영 투명성을 저해하고 채권자의 이익을 침해할 뿐 아니라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 회장의 당시 영향력을 종합해보면 부당 이익 제공 행위와 지원받는 행위를 단순 묵인하거나 소극적 이익 누리기만 한 게 아니라 지시에 준할 정도로 핵심 역할을 함으로써 관여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앞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조 회장에게 징역 2년 등을 구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조 회장의 이익보다는 GE의 경영난 해소가 목표였다는 점 등을 양형에 참작했다. 재판부는 "GE의 매출이 주로 해외 시장에서 발생해 국내 시장에서의 거래 공정성이 저해된 정도가 크다고 보기는 어렵고, 효성투자개발이 거래로 인해 입은 실질적인 손해가 없었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며 "또 효성그룹 차원에서 GE 자금 상황 악화와 경영난 해소를 목표로 했을 뿐 처음부터 조 회장 이익에 주안점을 두고 한 게 아니었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자신의 지분율이 63%에 이르는 GE가 2014년 완전 자본 잠식 상태에 이를 정도로 경영 위기에 처하자 효성투자개발 등을 동원해 부당 지원한 혐의로 2019년 12월 불구속 기소됐다.

부당지원에 활용된 방식은 총수익스와프(TRS) 거래였다. 효성투자개발이 GE가 발행하는 2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인수하는 페이퍼컴퍼니(SPC)와 TRS 계약을 체결해 사실상 무상으로 지급 보증을 제공하는 수법이었다. 이는 채무보증과 성격이 비슷해 기업들이 계열사를 지원하거나 지배구조 규제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방식으로 GE는 퇴출을 모면했고, 저리의 CB 발행에 따른 금리 차익 혜택도 얻었으며 나아가 중소기업 시장인 LED조명 분야에서 사업 기반까지 강화했다"며 2018년 4월 조 회장 등을 총수일가 사익편취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재판에 넘겨진 조 회장은 최후 진술에서 "면밀하게 회사 일을 챙겼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재판에서 배운 점을 경영에 반드시 참고하겠다"고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