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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산불' 용의 차량 4대 1차 조사…담배꽁초 등 실화 여부는 '오리무중'

중앙일보

입력

지난 4일 경북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의 최초 발화지점인 북면의 한 야산. [사진 산림청]

지난 4일 경북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의 최초 발화지점인 북면의 한 야산. [사진 산림청]

지난 4일 발생해 9일 만에 꺼진 울진·삼척 산불과 관련해 울진군청이 화재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발화 지점을 지나간 차량 4대의 소유주들에게 연락해 1차 조사를 마쳤다.

14일 울진군청·산림청·검찰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산불이 발생한 오전 11시 전후로 북면 두천리 야산 인근을 지나간 차량 4대의 소유주에 대한 조사가 최근 이뤄졌다. 울진경찰서에서 방범용 폐쇄회로TV(CCTV) 등을 통해 차량 4대의 번호를 파악했고, 울진군청이 차량 소유주의 신원을 확인해 연락을 취했다.

울진군은 검찰 지휘를 받아 차량 소유주와 실제 운전자를 참고인 자격으로 최근 소환 조사했고, 이들의 운전 여부와 실화 가능성 등을 조사했다.

현재 운전자들은 담배꽁초 등 자신의 실화 가능성을 부인하는 상황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날 울진군청 관계자는 “차량 소유주를 조사했는데 (담배꽁초 등 실화 가능성에 대해) 별말이 없으니 조사를 이어가는 것 아니겠냐”며 “아직 수사 중이며, 결과가 나오는 대로 발표하겠다”고 했다.

지난 13일 경북 울진군 북면에서 본 산들이 잿더미로 변해있다. 뉴스1

지난 13일 경북 울진군 북면에서 본 산들이 잿더미로 변해있다. 뉴스1

지난 13일 열흘 동안 이어졌던 울진·삼척 산불의 주불이 잡히면서 산림당국은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산림당국은 실화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만, 최초 발화 지점에서 담배꽁초 등이 확인되지 않아 난항을 겪고 있다.

산림당국과 울진군 등은 앞서 2차례의 현장 조사에서 도로 옆 배수로에서 불이 시작돼 산쪽으로 올라간 것은 확인했다. 하지만 배수로 안에 낙엽 등이 다 타버려 담배꽁초 등 실화 흔적은 찾지 못했다는 게 산림당국의 설명이다. 이 도로는 보행로가 없는 왕복 2차로여서 사람이 오간 흔적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이 차량 번호를 확인한 방범용 CCTV도 거리상 실화 가능성을 추측할만한 장면이 찍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산림당국은 실화의 또 다른 원인인 소각 등에 의해 불씨가 번졌을 가능성도 수사할 방침이다.

산림당국이 실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건 당시 기상 조건 때문이다. 산불 원인을 조사 중인 산림과학원 권춘근 연구사는 “산에서 자연 발화하려면 번개 등 자연 현상이 있어야 하는데, 그날 기상청에 따르면 번개가 쳤다는 기록이 없다”며 “당시 날씨가 건조했으니 지나가던 차에서 담배꽁초를 버렸거나 소각 불씨가 번지는 등 실화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산림청은 오는 16일 울진군, 경찰 등과 함께 현장 합동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최 연구사는 “여러 발화 요인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12일 경북 울진 응봉산에서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공중진화대원이 헬기를 타고 산불 현장에 들어가 불을 끄고 있다.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지난 12일 경북 울진 응봉산에서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공중진화대원이 헬기를 타고 산불 현장에 들어가 불을 끄고 있다.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울진·삼척 산불은 지난 13일에야 큰불이 잡혔다. 역대 최장이던 2000년 동해안 산불(191시간)보다 긴 213시간 만에야 불길이 잦아들었다.

산림청에 따르면 울진·삼척 산불은 지난 4일 오전 11시17분쯤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에서 시작돼 울진군 4개 읍·면, 강원 삼척시 2개 읍·면을 덮쳤다. 주택 319채를 비롯해 총 643곳의 시설물 피해를 내고 울진 1만8463㏊와 삼척 2460㏊ 등 총 2만943㏊의 산림피해가 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울진·삼척 산불과 비슷한 시기 발생한 강원 강릉·동해 산불 피해면적 4000㏊까지 합치면 2000년 동해안 산불 피해면적 2만3794㏊보다 더 큰 피해다.

최 청장은 “산불 발생 초기 건조한 날씨와 엄청난 강풍으로 울진 한울원자력발전소, 삼척 LNG가스기지 등 국가기간시설과 인구밀집지로 산불이 빠르게 퍼졌다”며 “불길이 천년고찰 불영사 인근까지 남하해 이를 저지하는 한편 수 백년 자란 금강송 군락지 근처까지 산불이 퍼짐에 따라 핵심구역을 지키기 위해 가능한 모든 전략 총동원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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