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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아파트 붕괴사고는 임의 설계 변경 등 '총체적 인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공사 붕괴사고 현장. 뉴스1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공사 붕괴사고 현장. 뉴스1

지난 1월 발생한 광주 HDC현대산업개발 아파트 붕괴사고는 시공ㆍ감리 등 총체적인 부실로 인한 인재(人災)인 것으로 밝혀졌다. 공사 과정에서 구조를 무단으로 변경하고, 불량 콘크리트를 쓴 데다가 이를 관리ㆍ감독해야 할 감리도 제 역할을 하지 않았다

국토부 사고 조사 결과 발표

국토교통부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붕괴사고 건설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광주 서구 ‘화정 아이파크’ 신축공사 현장 붕괴사고에 대한 조사결과를 14일 발표했다. 이번 사고는 아파트 201동의 꼭대기 층인 39층 바닥 슬래브 콘크리트 타설 직후 39층과 38층 사이에 배관 등을 설치한 ‘피트(PIT) 층’의 바닥이 붕괴하면서 23층까지 무너진 것으로 조사됐다.

사조위는 사고 원인으로 설계도서와 다른 시공방법을 지목했다. 공사방식을 임의 변경하면서 제대로 된 구조 안전성 검토도 하지 않았다. 사조위에 따르면 붕괴한 동의 39층 바닥 시공은 일반 슬래브가 아니라 데크슬래브로, 이를 지지하기 위해 피트 층에 가설 지지대(동바리) 대신 콘크리트 가벽을 설치했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피트 층의 층고가 낮아 가설 지지대 설치가 까다롭다 보니, 이를 손쉽게 하고자 시공방법과 지지방식을 임의로 바꾼 결과 피트 층 바닥에 작용한 하중이 설계보다 2.26배 늘어났다”고 말했다.

광주 HDC 화정아이파크 붕괴 원인.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광주 HDC 화정아이파크 붕괴 원인.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하중이 늘어났는데도 꼭대기 층 아래 최소 3개 층에 설치되어 있어야 할 가설 지지대를 일찍 철거했고, 그 결과 1차 붕괴가 일어났다. 김 위원장은 “수평부재인 보가 없이 기둥과 슬라브로 구성된 ‘무량판 슬라브’에 충격하중이 와서 연쇄붕괴가 일어났고, 내력과 강성이 큰 피난안전층(22층)에서 멈췄다”고 밝혔다.

물 탄 콘크리트, 양생도 불량  

김규용(충남대) 건설사고조사위원회 위원장이 14일 오전 국토교통부 정부세종청사에서 지난 1월 발생한 광주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붕괴사고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김규용(충남대) 건설사고조사위원회 위원장이 14일 오전 국토교통부 정부세종청사에서 지난 1월 발생한 광주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붕괴사고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실제 타설된 콘크리트 강도도 수준 미달이었다. 사고 직후 겨울철 무리한 공사로 인해 콘크리트가 제대로 굳지 못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로 조사위가 현장에서 채취한 콘크리트 강도를 시험해본 결과 설계 기준 강도 대비 60% 내외에 불과해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김 위원장은 “동일한 콘크리트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콘크리트 반입했을 때 표본 채취한 것과 실제 타설된 콘크리트의 강도 차이가 매우 컸다”며 “고층으로 콘크리트를 압송하기 위해 콘크리트에 물을 섞은 것 같고 기온이 낮은데 양생도 충분히 안 했다”고 덧붙였다.

공사 관리도 부실했다. 시공 과정을 확인하고 붕괴위험을 차단해야 할 감리자가 제 역할을 하지 않았다. 설계자와 건축구조기술사는 공사할 때 5개 층마다 안전성 검토도 하지 않았고, 시공사와 감리자가 구조설계변경 사항에 대해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이번 붕괴사고의 원인은 총체적인 부실로 발생한 인재로 판단된다”며 “최종보고서는 지금까지 분석된 조사결과 등을 정리하고 세부적인 사항을 보완하여 3주 후 국토교통부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사조위는 재방 방지를 위해 ▶제도이행 강화▶현 감리제도 개선▶자재ㆍ품질관리 개선▶하도급 제도 개선 등을 제시했다. 김영국 국토부 기술안전정책관은 “사조위에서 규명된 원인조사 결과를 토대로 위법사항에 대해서는 관계기관에 엄정한 조치를 요구하고, 재발방지대책도 조속히 마련해 유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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