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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윤석열 정부의 성공, 경제 회생에 달렸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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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9호 30면

문 정부 정책 실패 신속히 수습하고

못 지킬 공약은 거품 빼고 리셋해야

성장동력 키우고 연금개혁 서둘러야

‘다모클레스의 칼’이 상징하듯 대통령의 책임은 막중하다. 기원전 4세기 시칠리아의 디오니시오스는 왕좌를 부러워하는 신하 다모클레스를 자신의 자리에 앉게 했다. 기쁨도 잠시일 뿐, 천장을 둘러보자 서슬 퍼런 칼이 한 올의 말총에 매달려 있는 게 아닌가. “내가 적임자”라면서 출마해 국민에게 선택받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짊어진 책임의 무게도 이와 다르지 않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무엇보다 한국 경제는 복합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윤 당선인의 경제정책은 ▶규제 완화 ▶시장원리를 골자로 한다. 하지만 대내외 경제환경이 문제다. 물가·금리·환율이 동시에 뛰고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무역 환경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정교한 계획과 치밀한 실행이 없다면 위기가 언제 증폭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윤 당선인이 이 위기상황을 넘어서려면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를 우선 수습해야 한다.

지난 5년의 ‘소득주도 성장’은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빈부 격차를 확대하는 정책 참사를 초래했다. 이 과정에서 재정은 바닥을 드러내고 국가채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저성장이 고착화하면서 세수 증대를 기대하기도 어려워졌다. 그런데도 윤 당선인의 공약 비용은 최소 266조원에 달한다. 윤 당선인은 “필요하면 증세도 해야겠고, 국채 발행도 할 수 있다”면서 “연 27조원의 자연 세수 증가를 활용하고 예산 구조조정도 하겠다”고 했다. 말처럼 쉽지 않다. 국가채무가 1000조원이 넘고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에게 솔직히 털어놓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지키지 못할 공약은 과감하게 리셋하라는 얘기다. 대통령이 되면 50조원을 풀어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손실 보상을 기존 4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늘린다고 했다. 올해 본예산 608조원조차 재원이 모자라 국채를 찍어 충당했고 1차 추경에서도 국채를 발행했다. 2차 추경이 불가피하다면 또 국채를 찍어야 하는데, 국가채무 증가는 물론이고 시중금리 상승을 부채질한다. 병사 월급을 200만원으로 올린다는 것 역시 말처럼 쉽지 않다.

과감하게 공약 거품을 빼야 한다. 국민에게 약속을 지킬 기회다. 이를 위해 5월 10일 대통령 취임 이전 50여일 동안 로드맵을 꼼꼼히 만드는 게 중요해졌다. 득표를 위해 쏟아낸 선심성 공약은 철회하거나 현실화해야 한다. 국민적 관심사였던 250만호 공급 역시 현실성을 면밀히 따져보고 실현가능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문 정부의 정책 실패를 바로잡는다면서 무조건 뒤집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예컨대 부동산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종합부동산세를 무작정 폐지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부동산 안정과 조세의 재분배 기능을 위해서다. 물론 집값 대란을 부채질한 임대차 3법을 손질하는 등 시장 불안 해소책은 타당하다. 윤 당선인이 “시장경제를 바로 세운다”고 강조한 대로 기업 활성화를 통해 성장동력을 회복해야 한다. 하지만 시장 만능에 빠져서도 안 된다. 기업에도 강자와 약자가 있고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소홀히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장년층에 인기가 없더라도 연금개혁에도 과감하게 손을 대야 한다.

경제안보도 중요하다. 당장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로 글로벌 공급망이 두 동강 나게 생겼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가 격랑에 휘말리는 상황이다. 미·중 패권경쟁으로 한국의 전략적 모호성이 어려워진 만큼 새로운 생존전략이 시급하다. 그 해법은 결국 누구도 넘보지 못하는 초격차 기술력일 수밖에 없다. 과감한 규제 완화로 4차 산업혁명이 활성화하고 균형 발전을 통해 지방에도 일자리가 늘어나게 해야 한다.

경제 전문가에 귀 기울이되, 현 정부의 정책 실패와 차별성을 보여주는데 급급해 냉·온탕을 오가는 경제 실험에 빠질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인수위원회의 활동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윤석열 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라인 업을 구축하고, 취임 전 정교한 로드맵을 다듬어 안정 기조를 다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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