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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그 영화 이 장면

일장춘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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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박찬욱 감독이 아이폰13 프로로 촬영하고 애플TV와 유튜브에서 공개한 단편 ‘일장춘몽’은 러닝타임 20분에 다양한 장르 요소를 포화 상태에 가깝게 채워 넣은 영화다. 장의사(유해진)는 마을의 은인인 흰담비(김옥빈)의 관을 마련하기 위해 오래전에 죽은 검객(박정민)의 관을 가져오는데, 이 과정에서 흰담비와 검객의 혼령이 관을 놓고 한판 대결을 펼친다. 승부를 가리지 못하자 장의사는 영혼결혼식을 한 후 관을 같이 쓰는 건 어떤지 제안한다. 그렇게 그들은 부부가 된다.

일장춘몽

일장춘몽

저승사자가 등장하면서 공포영화 스타일로 시작한 영화는 잠시 후 액션으로 돌변하고, 흰담비와 검객 사이에 알 수 없는 감정이 생겨나면서 로맨스로 선회하다가 갑작스레 뮤지컬로 뛰어든다. 게다가 시종일관 코미디 톤을 놓지 않으니, ‘일장춘몽’은 일종의 ‘장르 종합선물세트’다. 장르만 섞는 건 아니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저승에서 벌어지는 영혼들의 흐드러진 춤판인데, 그들의 춤사위가 심상치 않다 싶어 봤더니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모니카가 안무했다. 그 노는 형국에 깔리는 음악이 익숙하면서도 독특하다 싶었더니 ‘이날치’ 멤버인 장영규의 솜씨다. ‘전설의 고향’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에 최신 트렌드의 사운드와 댄스를 결합한 ‘일장춘몽’은 ‘이날치+스우파’ 스타일의 무협 사극이자 하이브리드의 신나는 난장 파티다. 어차피 인생이란 일장춘몽 같은 거니까!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