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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야독'에 쉴 틈 없다…MZ직장인 업무·이직 스터디 열풍

중앙일보

입력

게임 회사에서 기획자로 일하는 이모(29)씨는 최근 동료와 함께 프로그래밍 스터디를 구성했다. 이들은 매일 퇴근 후 온라인으로 프로그래밍 강의를 최소 1개씩 듣고, 서로의 진도를 체크해주기로 했다. 이씨는 프로그래밍 강의를 듣고, 이를 자신의 업무에 활용할 계획이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지역 별로 이직 관련 스터디를 모집하는 글들이 게시돼 있다. [사진 네이버 카페 캡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지역 별로 이직 관련 스터디를 모집하는 글들이 게시돼 있다. [사진 네이버 카페 캡처]

‘주경야독’하는 직장인들…스터디 모임도 활성화

도제식 대신 체계적 교육을 선호하고, 이직 또한 활발하게 이뤄지는 요즘 직장 문화 속에서 신입 사원들이 ‘주경야독(晝耕夜讀)’을 하고 있다. 이들은 퇴근 후나 주말에 직무 기술을 익히기 위해서 학원에 다니거나 온라인으로 강의를 듣는다. 취업준비생 때처럼 사람들을 모아 스터디 모임을 구성하기도 한다.

취업준비생 카페 ‘독취사(독하게 취업하는 사람들)’나 ‘스펙업’,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나 ‘캐치스터디’ 등에서는 지역별로 이직이나 직무 관련 스터디를 모집하는 글들이 종종 올라오고 있다.

최근 온라인 강의를 듣기 시작한 데이터 분석가 신모(25)씨는 “회사에서 더 많은 프로젝트를 맡기 위해 실력을 늘리고자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신씨는 자신이 근무하는 회사 내에 업무 관련 스터디 모임이 다수 있다고 전했다.

수요가 생기면서 관련 플랫폼도 활성화되고 있다. 성인 대상 교육 콘텐트 기업 ‘데이원컴퍼니’의 누적 고객은 48만명을 넘어섰고, 지난해 매출 420억원을 기록했다. ‘패스트캠퍼스’나 ‘클래스101’과 같은 성인교육 플랫폼 이용자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온라인 교육 플랫폼 '클래스101'에 직무 경험을 쌓으려는 직장인 대상 강의들이 올라와 있다. [클래스101 홈페이지 캡처]

온라인 교육 플랫폼 '클래스101'에 직무 경험을 쌓으려는 직장인 대상 강의들이 올라와 있다. [클래스101 홈페이지 캡처]

이유는 “직장에서 뒤처질까봐”, “이직하려고”

사회 초년생들은 직장에서 업무로 뒤처지는 것에 불안함을 느껴 공부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인사 컨설턴트로 일하는 A씨(25)는 온라인 교육 플랫폼의 연간 회원권을 끊었다. 그는 “회사에서 바로 업무를 해야 하는데 모두 바빠서 업무를 배울 틈이 없다”며 “온라인 교육으로 공부를 한 다음에 업무에서 이를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직장인은 “회사에선 당장 직면한 일에 대해서만 알려주기 때문에 다른 업무를 맡게 되면 막막할 때가 많다”며 “퇴근하고 쉬고 싶지만, 공부를 해야 할 수밖에 없다”고 푸념했다. 신씨도 “실력이 부족하면 주요한 일은 맡기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고 짚었다.

이직 의사도 이유 중 하나다. 공공기관에서 행정직으로 근무하는 이모(31)씨는 출근 전인 오전 6시에 영어 강의를, 퇴근 후에는 코딩 학원으로 향한다. 그는 “직무를 바꾸려고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도 “가고 싶은 회사에서 프로그래밍 능력이 있는 사람을 우대하기 때문에 짬을 내 배우고 있다”고 했다. 신씨의 경우에도 지금 맡은 업무가 아닌 새로운 일을 하겠다는 계획이 있다고 전했다.

지난 3일 오전 서울 광화문네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출근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3일 오전 서울 광화문네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출근을 하고 있다. 뉴스1

전문가들 “시대·문화 바뀌어…마음 여유 가져야”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MZ 세대는 개인의 라이프스타일 등을 중시하고 있기에 기업으로선 집단주의 교육이 비용 대비 효과가 적다”며 “실무에 바로 투입돼 일을 배우는 것이 요즘 추세다”고 분석했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예전에는 특정 학위나 자격증 등을 습득하면 오랫동안 경제적 삶을 영위할 수 있었다지만, 이제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화가 지나치게 과열돼선 안 된다고 짚는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고용지속성에 대한 불안함을 느끼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젊은 직장인들은 마음의 여유를 갖기가 어렵다”며 “이들의 숨통을 트일 수 있는 문화적 활동이나 각종 서비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송 교수도 “적게 벌어서 적게 써도 된다는 ‘느린 삶’의 철학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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