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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괌∙알래스카 타격 가능" 날로 정교해지는 北극초음속 무기 [Foucs 인사이드]

중앙일보

입력

극초음속 무기(Hypersonic Weapon)는 무엇인가

극초음속 무기는 대기권 내의 낮은 고도에서 마하 5 이상 속도로 예측하기 어려운 비행궤적으로 활공하면서 회피 기동하기 때문에 기존 미사일방어체계로 탐지하고 요격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이러한 극초음속 무기는 비행특성에 따라 극초음속 활공체(HGVㆍHypersonic Glide Vehicle)와 극초음속 순항미사일(HGMㆍHypersonic Cruise Missile)의 두 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 미사일의 비행궤적 비교. CSIS

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 미사일의 비행궤적 비교. CSIS

HGV는 로켓 부스터에 의해 가속 상승한 후 정점으로부터 하강하면서 대기권 재진입 과정에서 부스터와 분리되고 목표물까지 극초음속으로 활공한다. HGV의 종말단계 비행속도가 탄도미사일 재진입체에 비해 느리지만 여전히 마하 5 이상의 극초음속이고, 대기권 밖의 높은 고도로부터 포물선 궤적으로 급격히 하강하는 탄도미사일과 달리 30~70㎞의 낮은 고도로 회피 기동한다.

러시아의 아방가르드, 중국 DF-7, 미국 LRHW, 그리고 북한이 최근 시험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도 이 방식을 사용한다.

반면에 HCM은 고속의 공기흡입식 스크램제트 엔진 추력으로 HGV보다 훨씬 낮은 20~30㎞ 고도에서 공력 비행하며, 러시아의 지르콘, 중국 DF-100, 미국HAWC 등이 이에 속한다.

북한은 극초음속 미사일 비행시험에 성공했는가  

현존하는 미사일방어체계로 탐지하고 요격하기 어렵게 낮은 고도로 활공하며 회피기동하는 특성의 극초음속 무기는 미국, 러시아, 중국 등을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지만, 이 무기를 전력화한 국가는 러시아와 중국뿐이다.

북한이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 비교. Open Nuclear Network

북한이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 비교. Open Nuclear Network

북한 역시 첫 발사(2021년 9월 28일) 이후 현재까지 4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극초음속 무기를 세 차례 시험 발사할 정도도 매우 공격적이다. 첫 번째 시험발사의 HGV는 중국 DF-17과 유사한 가오리형의 델타윙(delta wing) 형상이었지만, 두 번째(22년 1월 5일)와 세 번째(22년 1월 11일) 극초음속 미사일 HGV는 미국 LRHW의 활공체인 C-HGB와 비슷한 원뿔형이다.

올해 1월 시험 발사한 극초음속 무기의 원뿔형 탄두부에 대해 MaRV(기동형 재진입체)라는 주장도 있으나 북한이 발표한 비행특성이 사실이라면 HGV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 견해이다.

지난해 10월 북한의 국방 전시회에 공개된 극초음속 미사일(Hypeersonic Missile). Breaking Defense

지난해 10월 북한의 국방 전시회에 공개된 극초음속 미사일(Hypeersonic Missile). Breaking Defense

원뿔형 HGV는 델타윙에 비해 활공거리가 짧지만, 조종성능이 상대적으로 뛰어나 항모와 같은 이동목표물 공격에 적합하다. 특히 북한이 세 번째 시험발사에 대해 “최종시험발사를 통해 극초음속활공비행전투부의 뛰어난 기동능력이 뚜렷이 확증했다”라고 한 표현과 구체적인 비행시험 데이터 공개 등은 상당한 수준의 기술진전을 가늠하게 한다.

완전한 극초음속 무기의 역량을 갖추었다고 할 수 없지만 빠르게 정교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1차 시험발사(델타윙 HGV, 21년 9월 28일):

이 미사일의 1단 부스터는 사거리 4500㎞급의 화성-12형 로켓과 비슷해 보인다. 북한은 시험을 통해 능동유도 구간에서 미사일의 비행 조종성과 안정성을 확증하고, 분리된 극초음속활공전투부의 유도 기동성과 활공 비행특성 기술적 지표에 대해 확증했다고 했다.

처음 적용된 앰풀 미사일 연료계통은 러시아 기술로 공장에서 액체연료를 주입하고 밀봉한 후 미사일 기지로 이동하여 보관하다 연료주입 없이 곧바로 발사하기 때문에 발사 즉응성을 높이는 효과가 크다.

2차 시험발사(원뿔형 HGV, 2022년 1월 5일):

1차 시험발사 미사일과의 큰 차이는 HGV 형상이 원뿔형으로 바뀐 것이며, 측면기동과 앰플화 연료 기술을 적용하여 회피기동과 연료계통의 신뢰성을 높였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은 “발사 후 분리되여 극초음속활공비행전투부 비행구간에서 초기발사 방위각으로부터 목표 방위각으로 120㎞를 측면기동하여 700㎞에 설정된 표적을 오차없이 명중시켰다”라고 했다. 또한 “다계단 활공도약비행과 강한 측면기동을 결합한 극초음속활공비행전투부의 조종성과 안정성이 뚜렷이 과시되었다” 했다.

특히 1차 시험발사에서 볼 수 없었던 ‘다계단 활공도약비행’과 ‘강한 측면기동’ 등과 같은 용어 사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수직ㆍ수평 회피기동의 획기적인 기술진전을 나타낸다.

3차 시험발사(원뿔형 HGV, 2022년 1월 11일):

3차 시험에 사용된 극초음속 미사일 형상(HGV, 1단 부스터 등)은 2차 시험 미사일과 거의 유사하다. 한국 합참은 이 미사일이 최대속도 마하 10 내외로 700㎞ 이상을 비행했으며, 최대고도는 약 60k㎞라고 발표했다.

븍힌의 극초음속 미사일 비행 시뮬레이션 결과. Breaking Defense

븍힌의 극초음속 미사일 비행 시뮬레이션 결과. Breaking Defense

북한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표시한 비행궤적. Breaking Defense

북한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표시한 비행궤적. Breaking Defense

그러나 북한은 “김정은이 참관하에서 시험 발사된 이 미사일의 극초음속활공비행전투부가 거리 600㎞ 계선에서부터 활공 재도약하며 초기발사방위각으로부터 목표점방위각에로 240㎞ 강한 선회비행을 수행하여 1000㎞ 수역의 설정 표적을 명중했다”라며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했다.

240㎞ 강한 선회비행은 2차 시험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순항미사일 수준의 수평 회피기동을 의미한다. 1단 부스터 성능과 HGV 활공 회피기동 능력 등을 고려할 때 잠재적으로 괌, 알래스카까지 타격이 가능하다.

최근 Breaking Defense에 기고한 사벨스버그와 가와구치의 분석결과는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주장이 믿을 만하고 주일 미군 기지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북한 극초음속 미사일은 활공 회피기동 전 구간에서 마하 5 이상(초기 마하 7.9, 최종 마하 5.2)의 극초음속을 유지했다.

가장 우려되는 북한의 공격시나리오는

극초음속 무기 개발은 미국ㆍ러시아ㆍ중국의 세 국가로 끝나지 않고 도미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이며, 이와 관련한 새로운 군비경쟁이 이미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북한 역시 지난해 9월 첫 시험발사를 시작으로 4개월 동안 세 차례라는 매우 공격적인 극초음속 미사일 비행시험을 했다.

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발사. 사드는 한국의 미사일 방어망에서 핵심을 맡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섞어쏘기 공격엔 제대로 대응하기 쉽지 않다. MDA

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발사. 사드는 한국의 미사일 방어망에서 핵심을 맡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섞어쏘기 공격엔 제대로 대응하기 쉽지 않다. MDA

가장 우려되는 북한의 공격시나리오는 극초음속 무기가 전력화되어 신형 전술유도무기(KN-23, KN-24)를 포함한 재래식 탄도미사일과 섞어쏘기 방식으로 서로 다른 지역에서 동일한 전략자산과 군사목표에 대해 수직ㆍ수평의 다차원적으로 공격하는 경우이다. 이것은 아무리 첨단 미사일방어체계일지라도 막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

머지않아 닥칠 이러한 북한 극초음속 무기 위협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밤을 지새우며 고민하는 군의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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