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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죄인 되지말자"…尹·安 극적 단일화 이뤄낸 두 남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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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 협상의 주역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 김상선 기자·연합뉴스

단일화 협상의 주역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 김상선 기자·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간의 3일 야권 단일화 선언 물꼬를 튼 건 윤 후보 측 장제원, 안 후보 측 이태규 의원이었다. 파국으로 치닫던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은 “역사의 죄인이 되지 말자”는 두 의원의 의기투합 덕에 끝내 성사될 수 있었다는 게 양당의 공통된 설명이다.

복수의 야권 관계자에 따르면 장 의원과 이 의원은 대선 후보 TV 토론회가 진행 중이던 전날 밤 9시에 서로 마주 앉았다. 두 사람은 “이게 마지막이다. 흉금을 터놓고 이야기해 보자” “역사의 죄인이 되지 말자”며 의기투합했다고 한다.

이후 토론회가 끝난 뒤 장 의원은 윤 후보가 촬영 중이던 서울 강남의 한 스튜디오로, 이 의원은 안 후보가 머물던 국민의당 당사로 흩어졌다. 각각 두 후보를 설득해 한 자리에 마주 앉히기 위한 사전 설득작업이었다. 결과는 모두가 아는 대로다. 두 사람의 노력 끝에 장 의원 매형 집인 서울 논현동 빌라에서 만난 윤 후보와 안 후보는 이날 새벽 2시간여의 회동 끝에 단일화 뜻을 모았다.

단일화 물꼬 튼 '윤핵관' 장제원, '안핵관' 이태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두 사람의 합의 배경엔 장제원, 이태규 의원의 끈질긴 물밑 협상이 있었다. 김상선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두 사람의 합의 배경엔 장제원, 이태규 의원의 끈질긴 물밑 협상이 있었다. 김상선 기자

장 의원과 이 의원의 단일화 노력은 2월 1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전까진 윤 후보와 안 후보 간의 단일화 협상 라인이 여러 곳으로 분산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장 의원과 이 의원이 연락하며 단일화 의지를 확인한 이후부터 양측의 협상 라인은 사실상 한곳으로 정리됐다.

윤 후보가 장 의원을 대리인으로 내세운 이유는, 장 의원 집안과 안 후보 측의 긴밀한 관계 때문이다. 장 의원의 매형은 성광제 카이스트 교수로, 안 후보와 함께 카이스트에서 재직하며 친분을 쌓은 사이다. 이 인연으로 성 교수는 동그라미재단(구 안철수재단) 2대 이사장을 역임했다. 안 후보 부부와 성 교수 부부는 정기적으로 만남을 이어왔다고 한다. 또 안 후보는 2014년 6월 지방선거에서 장 의원의 친형인 장제국 동서대 총장을 부산시장 후보로 내세우기 위해 ‘삼고초려’하기도 했다.

이런 인연 탓에 장 의원은 21대 국회 개원 뒤인 2020년 9월, 자신이 대표의원으로 있는 미래혁신포럼에 안 후보를 강연자로 세우기도 했다. 당시는 김종인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안 후보가 대표인 국민의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일축하던 시점이었다. 장 의원과 김 위원장 간의 악연이 시작된 배경이다.

안 후보 입장에선 국민의힘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윤 후보가 협상 파트너로 제시한 셈이었다. 게다가 장 의원은 윤 후보의 의중을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었다.

2일 서울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사회분야 방송토론회에 참석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 두 사람 다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 넥타이를 맸다. 연합뉴스

2일 서울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사회분야 방송토론회에 참석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 두 사람 다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 넥타이를 맸다. 연합뉴스

장 의원의 카운터파트였던 이 의원 역시 윤 후보 입장에선 안 후보 측의 진정성을 전달받기에 충분한 인물이었다. 국민의당 선대본부장인 이 의원은 이른바 ‘안핵관(안철수 핵심 관계자)’로 꼽힌다.

3일 회동에서 윤 후보는 안 후보에게 “내가 안 후보의 ‘진심 캠프’에 이 의원을 추천했었다”며 이 의원과의 친분을 설명했다고 한다. 또 장 의원과 이 의원은 같은 친이(친이명박)계 출신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3선인 장 의원은 재선인 이 의원에게 꼬박꼬박 “선배”라며 존대한다고 한다.

하지만 장 의원과 이 의원 간의 협상은 중요한 고비마다 양측간 오해와 갈등이 증폭되며 번번이 무산됐다. 가장 최근인 지난달 27일엔 두 사람은 ‘공동정부를 구성한다’는 안을 담아 새벽 4시까지 협상을 벌였지만, 이를 안 후보가 받아들이지 않아 무산됐다. 같은 날 오전엔 국민의힘이 그간의 단일화 협상 과정을 공개하면서 양측간 감정싸움 양상까지 벌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두 사람은 ‘핫라인’을 유지하며 단일화 불씨를 꺼트리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이 의원은 당내 ‘비단일화파’와 갈등을 빚으면서까지 안 후보에게 야권 단일화의 필요성을 설득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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