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카와사키병…태아·신생아 때 대기오염 노출 탓일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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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0년 4월 미국에서 가와사키 병으로 진단 받은 아기 환자의 모습. 생후 6개월인 아기는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기도 했다. [미국 소아과협회 제공]

지난 2000년 4월 미국에서 가와사키 병으로 진단 받은 아기 환자의 모습. 생후 6개월인 아기는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기도 했다. [미국 소아과협회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처음 유행할 당시 각국 어린이들 사이에 '소아 다기관 염증 증후군'이 보고됐다.
국내에서도 이런 사례가 있었지만, 가와사키병(病) 때문으로 확인됐고, 이 과정에서 많은 시민이 가와사키병을 알게 됐다.

1967년 처음 일본에서 보고된 이 병은 결막염이나 구강 점막 변화, 림프절 붓기, 피부 발진 등이 나타나는데,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혈관염으로 관상 동맥에 생긴 변화가 소아 심장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와사키병은 선진국의 후천성 소아 심장병 가운데 가장 흔한 형태이고, 국내에서도 연간 4000~5000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대만에서 많이 발생해 유전적 요인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고, 계절에 따라 발생 빈도가 달라져 생물학적 감염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가와사키병의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대만 연구팀, 4192건 추적 

국내 가와사키병 어린이 환자가 일본을 방문해 치료를 받고 있다. [중앙포토]

국내 가와사키병 어린이 환자가 일본을 방문해 치료를 받고 있다. [중앙포토]

타이중(臺中) 재향군인병원 등 대만 연구팀은 1일(현지 시각) 국제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게재한 논문에서 "가와사키병이 태아와 신생아 때 대기오염 물질에 노출된 탓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대만의 모자(母子) 건강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2004년 1월부터 2010년 12월 사이에 6세 미만 아동과 관련해 총 4192건의 가와사키병 사례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들 환자의 주소지 인근 대기오염 측정망 자료를 바탕으로 대기오염과 가와사키병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오염물질 표준 지수(PSI), 일산화탄소(CO), 일산화질소(NO), 이산화질소(NO2), 질소산화물(NOx) 등 임신 중 주변 오염 노출(출산 전 10개월 동안의 월평균 오염도)이 발병률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출산 후 발병까지 일산화탄소, 일산화질소, 이산화질소, 질소산화물 등에 대한 노출과 발병률 사이의 연관성도 확인됐다.

특히, 출생 전부터 출생 후까지 일산화탄소 등에 대한 노출이 더 많을수록(누적된 노출이 많을수록) 모두 발생률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조군으로 조사한 가와사키병에 걸리지 않은 같은 또래 어린이 1만6768명은 대기오염 노출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대기오염 물질 중에서도 임신 중 유독 오존(O3)에 대한 노출은 발병률과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일정 수준까지는 오존에 더 많이 노출될수록 발병률이 낮았다는 의미다.
분만 후에도 오존에 대한 노출은 발병률과 의미 있는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다.

미세먼지(PM2.5)나 이산화황(SO2)의 경우 가와사키병와 의미 있는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일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이 문제 

지난해 10월 7일 대만 타이페이에서 국경절(10월 10일) 기념 리허설 도중 치누크 헬리콥터가 대형 국기를 옮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10월 7일 대만 타이페이에서 국경절(10월 10일) 기념 리허설 도중 치누크 헬리콥터가 대형 국기를 옮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연구팀은 호흡기 증상을 악화시키는 질소산화물과 산소 부족을 유발하는 일산화탄소의 영향에 주목했다. 일산화탄소의 경우 저산소 상태를 유발해 면역·신경계와 함께 심장·폐·근육·뇌 세포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출생 전이나 출생 후에 대기오염에 노출되면 면역 조절 장애, 전신 염증, 산화 스트레스가 일어날 수 있다"며 "교통 관련 대기오염 물질로 인해 알레르기 질환 감수성도 증가하는데, 이것이 가와사키병의 위험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오존의 경우는 태아에 대해 보호 인자로 작용하는데, 높은 농도가 아닌 낮은 농도의 오존에 노출되면 적당한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 산모의 항산화 시스템을 자극해 항산화제의 보호 역할을 유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고농도에 노출됐을 때는 염증 반응과 조직 손상을 초래하는 심각한 산화 스트레스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호랑이 해 설날 연휴를 앞둔 지난 1월 19일 대만 타이베이의 츠난 도교 사원 옥상에서 작업자가 청소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호랑이 해 설날 연휴를 앞둔 지난 1월 19일 대만 타이베이의 츠난 도교 사원 옥상에서 작업자가 청소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연구팀은 "대만의 가와사키병 발생은 계절적 추세가 뚜렷한데, 겨울철 몬순의 영향으로 대륙 고기압에서 북서풍이 불어올 때 국경을 넘는 장거리 이동 오염물질로 인해 가와사키병 발생에 유리한 조건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만 전체 71개 대기오염 관측망 데이터로는 개인이 실제 노출되는 대기오염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미생물에 의한 감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점과 생물학적인 발병 기전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분명하다는 점은 연구팀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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