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中 "애석" 우크라 사태 후 첫 유감 표명..."중재자로 자리매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일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주중 러시아 대사관 정문을 중국 경비 요원들이 지키고 있다. 신경진 기자

2일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주중 러시아 대사관 정문을 중국 경비 요원들이 지키고 있다. 신경진 기자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면전 발발 후 처음으로 유감을 표명하며 전쟁 중단을 위해 ‘중재자’로 나설 준비가 됐다는 신호를 보냈다.

1일 왕이·쿨레바 외무 전화 통화 #왕이 “충돌 애석, 영토주권 존중” #FT “중국, 피스메이커 역할 제안” #우크라 전황에 중국 수뇌부 당혹

2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따르면 전날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과 통화에서 “중국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충돌 폭발에 애석(痛惜·deeply grieved)하다”며 “평민이 상해를 입은 것에 대해서 매우 주시한다(關注·highly concerned)”고 말했다.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중국이 전쟁에 ‘유감’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날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의 전화 통화에서 드러난 중국의 미묘한 입장 변화에 주목해 중국의 ‘중재자’ 역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했다. [FT 캡처]

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날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의 전화 통화에서 드러난 중국의 미묘한 입장 변화에 주목해 중국의 ‘중재자’ 역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했다. [FT 캡처]

쿨레바 장관은 통화에서 “우크라이나는 중국과 함께 소통을 강화하길 희망하며, 중국이 정전을 실현하고 중재를 이뤄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키예프 외교부 브리핑에 따르면 “쿨레바 장관은 왕 국무위원에게 베이징과 모스크바 사이의 관계를 이용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민에 대한 무력 침략을 중단하도록 압박(to force)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중국판 CNN으로 불리는 중국국제TV방송(CGTN)이 2일 보도했다. 러시아와의 ‘준동맹’ 관계를 의식한 중국 외교부는 쿨레바 장관의 발언 중 ‘무력 침략’, ‘압박’이란 단어는 제외한 채 순화해 발표했다. 왕 국무위원과 쿨레바 장관의 통화는 전쟁 발발 직후인 24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통화에 비해 닷새 늦게 이뤄졌다.

왕 국무위원은 이날 통화에서 우크라이나의 영토 주권을 지지했다. “중국은 시종 각국은 주권과 영토 보전의 존중을 주장했다”고 밝히면서다. 크림반도와 동부 돈바스 지역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러시아의 입장과 배치되는 발언이다.

중국판 CNN으로 불리는 중국국제TV방송(CGTN)이 2일 키예프 외교부 브리핑에 따르면 “쿨레바 장관은 왕 국무위원에게 베이징과 모스크바 사이의 관계를 이용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민에 대한 무력 침략을 중단하도록 압박(to force)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CGTN 캡처]

중국판 CNN으로 불리는 중국국제TV방송(CGTN)이 2일 키예프 외교부 브리핑에 따르면 “쿨레바 장관은 왕 국무위원에게 베이징과 모스크바 사이의 관계를 이용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민에 대한 무력 침략을 중단하도록 압박(to force)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CGTN 캡처]

이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도 미묘한 변화를 보였다. 왕원빈(王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일 브리핑에서 “중국은 민간인 사상에 유감”을 표명했다. 왕 대변인은 “중국은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사적이익(私利)이 없다”며 “우크라이나 정세 완화를 위해 건설적 역할을 원하며, (인도주의적 원조) 관련 소식은 적시에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러시아의 안보 우려를 지지한다며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비난하던 양시양비론에서한발 물러서는 뉘앙스다.

왕-쿨레바 통화에서 드러난 중국의 미묘한 입장 변화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 중국과 우크라이나 외무장관 통화를 “중국이 중재자 역할을 제안했다”는 제목의 1면 머리기사로 게재했다. FT는 온라인 기사에서 “중국이 크렘린과의 긴밀한 관계를 지렛대로 삼아 ‘중재자(Peacemaker)’로 자리매김하려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크라이나 국민의 강력한 항전 의지 등 예상 밖의 전황에 당황한 중국 수뇌부가 격론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나카자와 카츠지(中澤克二) 니혼게이자이 편집위원은 2일 “(우크라이나 동부를 독립한) 러시아는 무리하게 ‘위(僞) 만주국’을 만들었던 일본과 같다. 우리(중국 방침)는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중국 내부의 우려를 전했다. 나카자와 위원은 관건은 7명의 정치국 상무위원회라며 “총 7표 표결에서 찬성 3, 반대 3으로 갈린다면 마지막 한 표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입장을 바꾸는 선택은 이론상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