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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집 연거푸 상 받고 공백…완벽주의 떨쳐내는 데 9년 걸렸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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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2인조 밴드 ‘글렌체크’의 김준원(왼쪽)과 강혁준은 9년 만에 정규앨범을 발표한다. [사진 EMA]

2인조 밴드 ‘글렌체크’의 김준원(왼쪽)과 강혁준은 9년 만에 정규앨범을 발표한다. [사진 EMA]

지난달 23일 서울 합정동 EMA 사무실에서 만난 밴드 글렌체크의 김준원(31)은 첫 마디를 이렇게 뗐다. “다시는 공백을 갖고 싶지 않다.”

글렌체크는 2011년 데뷔한 2인조 밴드다. 김준원이 보컬과 기타, 강혁준(31)이 베이스와 신시사이저를 맡고 있다. 2012년 정규 1집 ‘오뜨 쿠튀르(Haute Couture)’와 2013년 정규 2집 ‘유스(YOUTH)’로 한국대중음악상 댄스&일렉트로닉 앨범 부문에서 2년 연속 수상한 인디밴드다. 이후 공연과 싱글 앨범 발매 외에 활동이 적었던 이들이 오는 3일 3집 앨범 ‘블리치(Bleach)’로 돌아온다. 김준원은 “이렇게 공백을 길게 가질 생각이 아니었는데, 군대도 겹치고 해서 예상보다 길어졌다”며 “9년 만의 정규앨범이다. 오랜만의 복귀에 기대가 많이 된다”고 말했다.

새 앨범 ‘블리치’는 김준원의 아버지가 지나가며 툭 던진 “힘 빼” 한 마디에서 시작됐다. 꽤 긴 공백 기간에도 우울 같은 ‘흔한’ 사연은 없다. 우울과는 거리가 먼 “생각이 너무 많아 터질 것 같은” 치열한 시간을 보냈다. 김준원은 “사람들, 특히 음악 하는 친구들 기대가 너무 커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다”며 “‘뭘 만들어야 하지’ 하는 생각을 너무 많이 하니 오히려 음악이 안 나왔는데, 그런 저를 보던 아버지가 ‘열심히 하지 마’ ‘힘 빼라’ 하셨다”고 말했다.

2012년 싱글 ‘클리셰’를 낼 때는 “완벽하게 만족하지 않으면 음악을 내지 않는다”며 서울 연남동 지하실에서 틀어박혀 소리만 만들 정도로 ‘열심히’ 했던 이들이다. 김준원은 “아버지 말을 이해 못 한 채,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은데 무슨 말이지’ 하다가 ‘에이 모르겠다’ 포기하고 눕는 순간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며 “나도 모르게 ‘만약 안 되면 어쩌지’ 같은 리스크부터 생각했던 거였다”고 깨달음 순간을 전했다.

‘생각이 독이니, 생각을 버리자’고 마음먹고 정리한 글이 앨범의 시안이 됐다. 새 앨범에는 2년간 모은 13곡을 담았다. 선공개한 ‘4ever’는 기존 글렌체크의 음악과는 다른, 새로운 스타일이다. 김준원은 “처음 듣는 곡은 ‘완전히 새로운 곡, 새로운 밴드’라고 생각할 정도로 변화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한국대중음악상 얘길 꺼내자 “상은 또 받으면 정말 좋죠”라고 솔직히 말했다.

인터뷰에서 대체로 김준원이 답변했는데, 강혁준도 “모두 동의하는 생각”이라고 했다. 부산국제고 재학 중 밴드부 활동으로 처음 만난 이들은 “둘 다 내성적, 완벽주의적 성향인 데다, 14년의 세월이 쌓여 대체로 생각이 일치한다”고 했다. 강혁준은 “어릴 때부터 오래 같이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이번 앨범의 컨셉트도 긴 설명 없이 바로 이해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탓에 이들의 주 활동인 오프라인 공연은 올해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강혁준은 “어차피 올 시대가 코로나 때문에 조금 더 빨리 왔다고 생각하고, 빨리 발맞춰서 하겠다”며 “공연을 많이 못 하는 건 아쉬운데, 그래서 새롭게 할 수 있는 게 많은 것 같다. 영상, NFT(대체 불가능 토큰) 등 다양한 시도를 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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