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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나면 분무기로 뿌리는 소독제···쥐실험 뒤 깜짝 놀랐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하루 앞둔 지난해 11월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고등학교에서 방역업체 관계자들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시험실을 소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하루 앞둔 지난해 11월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고등학교에서 방역업체 관계자들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시험실을 소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대표 소독제 염화벤잘코늄의 위험성

 코로나19 소독제로 흔히 쓰이는 염화벤잘코늄의 용법과 용량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가습기 살균제 당시와 같은 폐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경희대는 박은정 의과대 교수 연구팀이 4가 암모늄계 계열 살균ㆍ소독제의 대표적 물질인 염화벤잘코늄의 호흡기 독성을 연구한 결과, 해당 물질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폐 염증과 폐 조직 손상 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1일 밝혔다.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톡시콜로지 앤 어플라이드 파마콜로지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염화벤잘코늄은 손소독제ㆍ코세정제ㆍ점안제ㆍ방부제ㆍ보존제ㆍ항균티슈ㆍ바닥청소제 등의 생활용품과 수술용 도구 소독제, 피부질환 치료제 등 의약용품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살균ㆍ소독 성분이다. 일부 가습기 살균제 제품과 항공방제용 소독제 등에도 활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습기 살균제 이후에도 그 호흡기 독성에 관한 문제가 지속해서 제기됐지만, 그동안 왜 문제가 되는지에 대한 정확한 원인과 과정이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박 교수가 그간 진행해온  살균ㆍ소독제의 위험성을 재확인한 연구다. 염화벤잘코늄이 폐 건강을 손상시키는 과정과 함께 폐 건강을 지키기 위해 허용 가능한 최대 노출량을 제시하고자 했다고 박 교수는 밝혔다.

 2020년 2월 서울 경복궁역 메트로미술관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 및 참석자들이 가습기살균제 참사 희생자를 기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촛불로 수놓은 '1528'은 피해 사망자 수라고 주최측이 밝혔다. [연합뉴스]

2020년 2월 서울 경복궁역 메트로미술관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 및 참석자들이 가습기살균제 참사 희생자를 기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촛불로 수놓은 '1528'은 피해 사망자 수라고 주최측이 밝혔다. [연합뉴스]

소독할 때는 분무가 아닌 천에 묻혀서 닦아야

박 교수는 실험에 이용된 모든 동물이 생존하는 농도(LD0)의 반복 노출 위험성과 독성 발현 메커니즘을 확인하려 했다. 14일 동안 0.005%와 0.01%의 염화벤잘코늄을 암컷 쥐에 2일 간격으로 5회 노출했다. 그 결과 반복적으로 노출해도 생존율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 또한 28일 동안 0.01%, 0.001%, 0.005%의 염화벤잘코늄을 암컷과 수컷 쥐에 주 1회씩 총 4회 노출하고 폐 내에서 일어난 변화를 관찰했다. 최고 농도(0.01%)로 노출한 쥐의 폐 조직에서는 만성 염증성 병변이 관찰됐다.  피 속  면역세포의 구성은 최고 농도(0.01%)의 염화벤잘코늄에 노출된 암컷 쥐에서만 유의미하게 변화됐다. 하지만, 수컷 쥐에서는 백혈구 세포의 총수가 뚜렷하게 줄어들었다. 박 교수팀은 이 같은 연구결과를 통해 엠화벤잘코늄에 지속해서 노출되는 환경에서 호흡기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안전한 염화벤잘코늄의 농도를 0.5μg으로 제안했다. 또 염화벤잘코늄 소독제를 쓸 때는 분무가 아닌 천에 묻혀서 닦는 방식을 써야 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분무소독이나 스프레이로 뿌려진 염화벤잘코늄이 토양 깊숙이 침투하지 않고 표면의 토양이나 먼지와 함께 공기 중에 떠다닐 가능성이 크다”며 “이렇게 호흡기를 통해 체내로 유입된 염화벤잘코늄은 폐를 구성하는 세포막 장력을 깨면서 세포 손상을 일으키고 심할 경우 만성 폐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최근 일반 대중들에게 생활화학제품 속 화학물질로부터 우리 몸을 안전하게 지키는 방법을 안내하는 서적인 『햇빛도 때로는 독이다』를 출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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