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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패스 결국 스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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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가 시행 4개월 만에 중단된다. 방역 당국은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나지 않는 한 방역패스 제도를 더는 시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3월 1일부터 예방접종 여부를 증명하지 않고도 식당·카페 등 11종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당초 4월 1일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청소년 방역패스 시행도 없던 일이 됐다. 보건소의 음성확인서 발급은 중단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28일 방역패스 일시 중단 결정을 내리며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방역 정책의 일관성 ▶보건소 업무 부담 가중 ▶방역패스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다.

먼저 방역체계가 ‘확진자 규모 억제’보다 ‘고위험군 집중 관리’ 중심으로 바뀌면서 방역패스의 필요성은 약해졌다고 봤다. 예방접종률이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른 단계에서 한정된 자원을 위중증·사망을 줄이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보건소에서 시행하고 있는 일평균 25만 건가량의 신속항원검사 중 55.5%가 방역패스용 음성확인서 발급을 위해 이뤄진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방역패스 중단으로 음성확인서 발급 업무 등에 투입됐던 보건소 인력은 고위험군 신속 검사와 재택치료 관리에 투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4개월간 시행됐던 핵심 방역 조치를 갑작스럽게 중단시킨 데는 방역패스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의 영향도 컸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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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어느 정도 (유행이) 안정화되면 방역패스를 전반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면서도 “전국적 중단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정반대의 발표를 내놓았다.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28일 “언론·정치권 등에서 계속 방역패스 필요성에 대한 논란과 갈등이 커지고 있다”며 “이로 인해 (방역패스 정책의) 사회적 연대가 약화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복지부·질병관리청에선 막판까지 방역패스 중단에 반대했다. 정점까지는 기존 조치를 유지하자고 주장했지만 결국 밀렸다”고 전했다.

높은 백신 접종률에도 당초 정부가 방역패스를 들고나온 주요 근거는 미접종자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적용 대상(청소년 등)과 적용시설(백화점·마트·독서실 등)을 늘려가려는 정부와 “백신 접종을 강제한다”며 반발하는 이들 간에 행정소송이 이어지면서 사회적 논란이 커졌다. 이어 전국 법원에서 지역별로 방역패스 효력 정지 결정이 잇따라 나오면서 혼란이 가중됐다. 이때마다 정부는 즉시 항고하겠다고 나섰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방역패스는 어느 정도 조절이 되는 유행에서야 의미가 있다. 이런 (확진자 수가 급증하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거추장스러운 문제만 야기한다”고 말했다.

일부 시설에 대한 방역패스는 유지했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유흥시설과 고위험시설에 대한 방역패스는 그대로 뒀어야 했다”며 “세계 어느 나라도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폭증하는데 방역 조치를 완화하지 않는다. 브레이크가 고장 났는데 엑셀을 밟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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