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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리셋 코리아

불가피한 초저출산, 적응 전략 도출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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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조영태 서울대 교수(인구학)·리셋 코리아 인구분과장

조영태 서울대 교수(인구학)·리셋 코리아 인구분과장

지난 한 해 26만여 명이 태어났다. 1972년생으로 베이비붐 세대인 나와 내 친구들은 95만여 명이 태어났다. 거의 50년 만에 태어나는 아이가 4분의 1가량으로 줄었다. 태어나는 출생아가 이렇게 급감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우리보다 저출산을 먼저 겪기 시작한 일본은 단카이 세대(1947~49년생)가 한 해 약 270만 명이 태어났고 2020년 84만여 명이 태어났으니, 70년 만에 3분의 1로 줄어든 셈이다.

인구학 전공이다 보니 저출산에 대한 많은 질문을 받는데, 질문이 크게 두 부류다. 하나는 심각하게 낮은 출산율은 어떻게든 올려야 하는 것 아니냐, 그러니 정부는 무얼 해야 하는가이다. 다른 하나는 이미 출생아는 크게 줄었으니 일하고 소비하는 인구 규모는 작아질 텐데 이런 상황에 어떻게 해야 잘 적응할 수 있는가이다. 첫 번째 질문은 주로 기성세대나 언론이 많이 하고, 두 번째는 청년세대나 기업이 주로 한다.

출산율 올리는 정책 번번이 실패
미래 생존전략부터 새롭게 짜야

이처럼 같은 현상에 대해 각자 처해 있는 상황에 따라 질문이 다르다. 아무래도 인구가 커갈 때 국가와 본인의 성장을 함께해온 기성세대는 태어나는 아이가 급감하고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이 불안할 것이다. 별 효과를 내지 못하는 정부의 저출산 정책을 지적해 온 언론도 계속 낮아지는 출산율을 반등시킬 묘안을 바라고 있을 것이다.

반면 내 코가 석 자인데 자꾸 왜 결혼을 하지 않느냐, 왜 아이를 갖지 않느냐는 질문이 야속하기만 한 청년세대는 저출산의 원인이나 해결책보다 초저출산으로 변화될 세상에서 어떤 생존 전략이 필요할지가 더 궁금하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초저출산이 내수 시장에 최소한 양적인 여파를 준다면 질적 변화는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해외 시장에서는 인구 변화가 있는지 등이 궁금하다. 그것을 알아야 시장 변화에 능동적이고 선제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기성세대이며 정책에 관심이 많아서였을까? 나도 지금까지는 첫 번째 질문인 초저출산의 원인은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관심이 더 컸다. 그런데 이 질문은 초저출산이 시작된 2000년대 초반부터 거의 20년 동안 도돌이표처럼 해왔고 그 답도 찾지 못했다. 나는 최근 수도권에만 편중된 청년 인구와 자원이 초저출산의 근본 원인이기에 수도권 집중이 해소돼야만 초저출산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무언가 확실한 한 가지를 원하는 기성세대나 언론의 목마름을 해갈하는 데 역부족이었다. 그런데 0.81까지 내려간 합계출산율이 내년부터 갑자기 1.3으로 올라야만 한 해에 약 40만 명 정도 태어날 수 있다. 이런 변화는 기적에 가깝고, 설사 기적이 실현되어 합계출산율 1.3을 유지한다고 해도 2030년경부터 출생아는 다시 줄어든다.

그래서 나는 이제부터 저출산에 대한 나의 주요 연구 질문을 바꾸려고 한다. 지금 우리에게 더 현실적이고 필요한 질문은 두 번째 질문, 즉 저출산 혹은 인구절벽에 사회는 물론이고 개인도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가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질문에 대한 답도 절대 쉽지 않고 개인이든 기업이든 각자의 분야와 상황이 다른 만큼 답도 복잡하고 다양할 것이다. 하지만 크게 줄어든 신생아 수나 인구절벽이 아직 사회 전반에 영향을 주기 전에 지금 내가 하고 있거나 준비하고 있는 일이 인구가 바꾸어 놓을 세상에 적합한지 고민하고 필요한 생존 전략을 미리 마련하는 것이 저출산에 대한 슬기로운 대응책이다.

생각해 보자. 한 청년이 저출산 해소에 왜 동참하지 않느냐는 타박을 들을 때와 미래 적응 방향을 사회로부터 제시받을 때, 이 중 어떤 것이 그에게 긍정적인 느낌을 주고 우리 사회에겐 더 나은 미래를 만들 기틀이 될까?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조영태 서울대 교수(인구학)·리셋 코리아 인구분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