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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대법 233년 역사, 첫 흑인 여성 대법관 지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커탄지 브라운 잭슨

커탄지 브라운 잭슨

233년의 미국 연방대법원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 여성 대법관이 탄생할 전망이다. 백인과 남성 위주로 쌓아 올려진 대법원의 강고한 유리천장이 깨지게 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사퇴를 공식화한 스티븐 브레이어 대법관 후임으로 커탄지 브라운 잭슨(51·사진) 연방 항소법원 판사를 지명했다고 밝혔다. 잭슨 판사가 상원 인준을 통과하면 미국 최초의 흑인 여성 대법관이 된다. 흑인이 대법관 자리에 오르는 것으로는 세 번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대법원이 이 나라 전체의 역량과 위대함을 반영할 시간이 됐다”면서 “미국 정부와 사법부는 그간 미국처럼 보이지 않았다”고 흑인 여성 대법관 후보를 지명하게 된 소회를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잭슨 지명자를 “검증된 합의 도출자이자 뛰어난 법관”이라면서 “후임 물색 과정에서 나는 브레이어 대법관과 같이 법은 미국인을 위해 기여해야 한다는 실용주의를 이해하는 후보자를 물색해 왔다”고 강조했다.

잭슨 지명자는 “오늘날 세계가 어지러운 가운데 헌법을 위해 복무할 임무를 받게 돼 영광”이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를 우회적으로 언급하며 사의를 표했다.

잭슨 판사는 지난해 바이든 대통령에 의해 연방 항소법원 판사로 발탁됐다. 이전에는 8년 동안 워싱턴에서 판사로 근무했다. 마이애미 출신으로 하버드대 학부와 로스쿨을 졸업했고 브레이어 대법관 밑에서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레이스에서부터 흑인 여성 대법관 임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최고의 현인’으로 불리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대법관은 모두 9명이다. 대법관 후보가 결정됨에 따라 상원은 본격적인 인준절차에 들어간다. 잭슨 대법관이 업무를 시작해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만들어진 대법원의 보수 대 진보 ‘6 대 3’ 비율에는 변화가 없다.

하지만 현재 민주당(민주당 성향 무소속 포함)과 공화당이 ‘50 대 50’으로 정확히 양분하고 있는 상원 구조상 그의 인준 과정에서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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