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27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 결렬에 대해 “제가 주장한 국민경선에 대해선 (국민의힘이) 어떤 입장표명도 없었다. 협상 상대자의 도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안 후보는 이날 오후 전남 여수 이순신광장에서 열린 유세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단일화 관련 기자회견에 대해 “오늘 아침 전해 온 내용을 듣고 (그간 주장했던 것과)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서 고려할 가치가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게 전부”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이날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 두 후보의 ‘전권대리인’으로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과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단일화 협상을 벌여왔고, 안 후보로부터 이날 오전 9시에 단일화 결렬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이 의원이 대화에 나선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전권대리인’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가 단일화 경선을 제안하고 일주일이 흐른 뒤 20일에 ‘더 이상 (협상)진행이 무의미하다’는 기자회견을 했다. 그런데 그 이후에도 잘못된 소문, 마타도어가 횡행했다”며 “그런데 어제(26일) 한 번 이야기를 해보자는 제안을 (윤 후보가)했다고 하길래, 도대체 어떤 말을 저에게 할 것인지에 대해 이 의원이 나가서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권대사 이런 개념은 저희에게 없다. 그냥 그 말을 듣고 저희끼리 논의한 끝에 결론을 내자, 이런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국민의힘이 제안한 내용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안 후보는 “(그간 주장했던 것과) 그렇게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제가 계속 주장한 국민경선에 대해선 어떤 입장표명도 없었다. ‘안 받겠다’ 또는 ‘받겠다’조차 없었다. 다른 어떤 방법이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윤 후보가 “여론조사 이야기는 (협상 중) 나온 적이 없다”고 한 데 대해선 “협상이란 건 서로 얘기하는 건데, 저희가 협상 테이블에 올렸는데 그것이 없었다는 것은 상대자의 도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후보의 연락에 응답하지 않은 데 대해선 윤 후보 지지자들의 ‘전화ㆍ문자폭탄’을 이유로 들었다. 안 후보는 기자들에게 자신의 휴대폰을 보여주며 “누군지 모르겠는데 계속 전화가 온다. 문자가 3만 개가 넘는데 그 전화로 어떤 통화를 하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당(국민의힘)에서 어떤 채널을 통해 계속 제 번호를 지금 이 순간에도 뿌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런 짓을 하는 게 과연 협상 파트너로서의 태도인가”라며 “이건 당에서 공식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단일화 협상 재개 가능성에 대해선 “이미 분명히 시한이 지났다고 선언했다”며 선을 그었다. 안 후보는 이날 오전 전남 목포에서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을 방문한 직후에도 윤 후보의 단일화 협상 시도를 “립서비스”라고 하면서 “립서비스만 계속 하는 건 정치 도의상으로도 맞지 않고, 국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안 후보는 호남 일정을 소화하며 완주 의지를 다졌다. 목포역 유세에선 김대중 전 대통령을 “국민통합 대통령, 개혁 대통령, 글로벌 대통령”이라고 말하며 “저야말로 국민통합, 대한민국의 개혁, 글로벌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고 주장했다. 순천 아랫장에선 “의사 출신인 저만이 마스크를 빨리 벗게 할 수 있는 최고 적임자”라고 말했다. 순천에서 상인들이 “단일화하지 마시라, 완주하시라”고 말하자 “네, 저 마라토너입니다”라며 완주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안 후보는 광주에서 2018년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을 언급하며 “사죄드리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호남에 뿌리를 둔 국민의당과 영남에 뿌리를 둔 바른정당을 통합하면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국민통합을 광주가 이루는 건데 결과적으로는 설득할 시간이 부족했다”며 “그게 제 평생의 한”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지금도 시대정신이 국민통합이라고 믿는다. 국민 반을 적으로 돌리고 미워하면서 서로 싸우기만 하면 우리나라 어떻게 되겠나”라며 “그게 어쩌면 제 정치생명이 끝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대선에 나온 절박한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