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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미켈슨의 '실패한 쿠데타'... 사우디 슈퍼리그와 함께 추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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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필 미켈슨. [AP]

필 미켈슨. [AP]

2004년부터 필 미켈슨(52)을 후원하고 광고 모델로 쓴 캘러웨이는 27일(한국시간) 당분간 그와의 관계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PGA 투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더는 미켈슨에게 대회 호스트를 맡기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미켈슨의 메인 스폰서인 KPMG가 계약을 끊었다. 서브 스폰서인 workday도 후원 계약을 해지했다.

골프 스타 필 미켈슨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지난해 PGA 챔피언십에서 최고령 우승을 기록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는가 했는데 예상 밖의 급격한 몰락이다.

사우디가 주도하는 슈퍼골프리그가 원인이다. 미켈슨은 2019년부터 사우디가 여는 대회에 적극적으로 참가하다 슈퍼골프리그를 출범하겠다고 한 올해 본격적으로 지원사격을 했다.

그는 대회 현장에서 “PGA 투어는 역겹도록 탐욕적이다”라고 말했다. PGA 투어가 선수의 정당한 미디어 권리(중계권, 초상권)를 돌려주지 않았다는 주장이었다. 따라서 사우디 리그가 필요하다는, 그러니까 사우디 슈퍼골프리그 창설에 명분을 주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미국 언론에서는 “투어가 수익의 55%를 선수들에게 주는데 미켈슨은 ‘투어가 수익의 26%만 준다’는 등 사실과 다른 얘기를 한다"고 비난했다.

일부 언론인은 “주식 내부자 거래, 마권업자에 연루된 욕심 많은 미켈슨이 탐욕적이라는 말을 쓸 입장이 되지 않는다”고 비꼬았다.

또 다른 언론은 “미켈슨은 언론인을 살해한 사우디의 스포츠 워싱(스포츠를 통한 이미지 개선)에 동참하고 있다”면서 “그는 자신의 권리에 대해 관심이 많지만, 인권에 관해서는 관심이 없다”고 비난했다.

이후 또 다른 사건이 터졌다. 미켈슨의 전기를 쓰는 전기 작가에게 말한 내용이 공개되면서다.

미켈슨. [AP]

미켈슨. [AP]

“사우디의 그들은 개XX다. 그들은 (워싱턴 포스트 기자) 자밀 카슈끄지를 살해하고 인권에 대해 끔찍하다. 게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을 죽인다. 내가 이 모든 것을 알면서도 슈퍼골프리그에 가담하고 대회를 설계하는 것은 PGA 투어 운영 방식을 재편할 수 있는 일생에 한 번뿐인 기회이기 때문이다. PGA 투어는 민주적인 척하지만, 전제적이고 선수들을 분열시켜서 관리한다”라고 했다.

이 발언으로 미켈슨은 사우디에서도 미국에서도 친구를 잃었다. 후원사가 대거 떨어져 나갔다. 미켈슨에 대한 여론이 매우 나빠져 사우디 리그에 관심이 있던 더스틴 존슨, 브라이슨 디섐보 등도 미국 PGA 투어에 전념하겠다고 투항했다.

미국 ESPN은 '미켈슨의 실패한 쿠데타'라고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미켈슨은 며칠 후 사과했다. “무모했고, 불쾌감을 줬다. 단어 선택에 대해 사과한다. 반성하고 배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나는 항상 골프, 내 동료, 후원자 및 팬의 이익을 위해 행동했다”고 했다. 그는 또 “내 감정이나 의도가 반영되지 않은 말을 사용하는 실수를 했으며. 오프 더 레코드를 전제로 한 얘기가 문맥에 상관없이 나갔다”고 했다.

그러나 전기 작가는 “책을 쓰는 상황에서 통화는 기록하라는 의미이고, 미켈슨이 녹음을 하지 말라고 요청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고 내가 그것에 동의한 적도 없다. 미켈슨은 거짓되고 이중적”이라고 반박했다.

미켈슨은 점점 깊은 수렁에 빠지고 있다. 그는 일정 기간 경기에 나오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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