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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 차이나](2) 패스트패션 업계의 '왕좌' 쉬인(SHEIN)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21년 인터넷 인플루언서들 사이에서 ‘쉬인 하울(SHEIN HAUL)’이 유행이었다. 쉬인 하울이란, 온라인 쇼핑몰 '쉬인'에서 단돈 10만 원에 의류, 액세서리 등 여럿을 동시 구매해 자랑하며 리뷰하는 콘텐트다. 다른 쇼핑몰도 아니고, 왜 '쉬인'에서 구매한 상품일까?

쉬인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매일 업데이트 되는 스타일, 초고속 생산 및 배송, 트렌디한 소셜 마케팅으로 MZ세대를 정확히 겨냥한 브랜드'다.

시장조사업체 어니스트 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 6월 쉬인은 미국 페스트패션 시장에서 28%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1위를 기록했다. 세쿼이아 캐피털 차이나, IDG 캐피털, 타이거 글로벌 등이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는 이 회사는 2020년 8월 마지막 펀딩 라운드에서 150억 달러(약 17조9700억 원)의 가치를 평가받았다.

패스트 패션계의 지각변동을 일으켰다고 평가받는 쉬인은 어떤 기업일까?

쉬인(SHEIN)

쉬인(SHEIN)

1) '빅데이터'를 지배한 브랜드

쉬인의 모든 상품은 자체 디자인, 생산과 판매 영역까지 이어진다. 즉, 소비자와 제조를 직접 연결하는 C2M 방식의 상거래를 지향한다. 쉬인은 이 과정에서 빅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데이터를 통해 소비자의 기호를 파악하고 생산량을 조절했다. 미국 투자자 맥코믹(Packy McCormick)은 "쉬인은 하나의 거울을 제공한다. 이 거울은 데이터에만 기초해서 실시간으로 각 나라의 고객들이 찾고 있는 최신 스타일을 보여준다"라고 평가한 바 있다.

쉬인은 각종 패션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판매 데이터와 구글 트렌드 검색어를 분석해 최신 유행을 파악하고 SNS 설문 투표 방식으로 디자인을 택하는 등 소비자의 니즈를 적극적으로 읽어낸 뒤 제품에 반영했다. 쉬인은 기존 패션브랜드가 '아이디어'와 '예산'을 고려할 때, 빅데이터를 활용해 '정확도'와 '속도'에 승부를 걸었다. 그 덕에 1일 생산량이 1만 6000개에 달하지만, 재고율은 6%에 그칠 수 있었다.

2) 거대한 '광저우 클러스터' 활용

쉬인은 중국 광저우에 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있다. 모든 협력 공장은 쉬인의 공급망 관리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며, 업체는 차량으로 2시간 이내에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한다. '속도' 때문이다. 쉬인은 수백개의 생산 공장을 통해 기존 페스트패션 업계가 디자인부터 제작, 생산에 2~3주를 소요한 것과 달리 최대 7일 안에 전 과정을 소화해냈다.

쉬인은 중국뿐만 아니라 해외 창고도 직접 운영한다. 재고 상품의 경우 40시간 내 출하, 발송 준비 필요 상품의 경우 5일 내 출하를 보장한다. 최근에는 전세기를 통한 화물 운송도 시도하며 '초고속' 배송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3)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선두

쉬인은 KOL(Key Opinion Leader, 핵심 오피니언 리더), 다시 말해 업계 인플루언서 및 왕훙을 활용해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2011년에 이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인플루언서와 협력해 저비용으로 단시간에 다수의 팔로워를 끌어들였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쉬인은 KOC(Key Opinion Customer)를 육성하며 인터넷 트래픽을 장악했다. KOC는 소비자이면서 동시에 마케터로, 광고 느낌이 나지 않게 리뷰를 남기거나 다른 소비자와 소통을 하는 이들을 뜻한다. 2022년 2월 현재, 쉬인의 공식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2316만 명에 달한다.

쉬인(SHEIN) 인스타그램 갈무리

쉬인(SHEIN) 인스타그램 갈무리

경쟁이 치열한 페스트 패션 업계에서 쉬인이 돋보였던 건, 다양한 스타일의 지속적인 업데이트, 빠른 배송, 저렴한 가격을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궈진(国金) 증권 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 쉬인의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250% 증가해 100억 달러에 달했으며 2021년에는 쉬인의 연간 매출이 160억 달러를 초과할 것으로 추산됐다.

쉬인의 창업자 쉬양톈(许仰天·Chris Xu)은 검색엔진 업계에서 일하다 웨딩드레스 해외 직구 쇼핑몰을 창업했다. 그러다 2012년경 중국의 패션 잔여 상품을 해외 시장에 팔기 시작했다. 기존 업체들이 제품을 수출하거나 아마존, 이베이 등에 입점하는 방식에서 탈피해 2014년에 해외에 독자적인 홈페이지와 앱을 출시했다. 이를 토대로 '쉬인'은 유럽과 미주 시장에서 기반을 닦았다. 2018년에는 인도 시장 정복에 성공하며 약 5년 만에 매출이 16배가량 급증했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은 현재 주류인 '언택트' 시대와 맞닿으며 쉬인이 독보적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줬다. 쉬인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브랜드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2021년 초에는 500여 명의 신진 디자이너를 발굴하는 ‘쉬인X’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새로운 디자인 제작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신진 디자이너를 발굴하는 '쉬인 X' 프로젝트

신진 디자이너를 발굴하는 '쉬인 X' 프로젝트

쉬인의 성공에 힘입어 2020년 이후, 패스트 패션 브랜드가 속속 등장했다. 특징은 내수 시장에만 만족하지 않고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알리바바그룹은 북미 시장과 유럽 시장 공략을 목표로 페스트 패션 앱(APP)인 알리라이크스(AllyLikes)를 출시했고, 난지뎬샹(南极电商)은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 스테이션인 FOMMOS를 출시했다. 2020년 5월 설립된 페스트패션 브랜드 숍사이다(SHOP CIDER)는 4차례 자금 조달에 성공해 10억 달러(약 1조 1957억 원)의 투자를 받으며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많은 브랜드와 플랫폼이 쉬인의 모델을 모방하고자 했으나 쉬인의 독주는 멈추지 않고 있다. 쉬인은 전 세계 220개 이상의 국가 및 지역으로 판매처를 확장했으며 판매 품목 역시 다변화하고 있다. 2022년 쉬인은 웨이보와 위챗의 ‘쉬인 자오상(招商)’ 공식 계정을 통해 향후 계획을 다음과 같이 공표했다.

(1) 쉬인은 더 많은 협력의 기회를 열 계획이다. 자체 채널, 자체 브랜드, 전자상거래 및 가판대에 이르기까지 모두 쉬인의 공급 업체가 될 수 있다.
(2) 쉬인은 여전히 소액 주문 및 빠른 반품 서비스를 고수하고 선 주문 제도를 시도할 예정이다.
(3) 쉬인은 의류 이외의 카테고리 확장에 나설 것이다. 신발 및 가방, 보석 액세서리, 가정용품, 미용 및 위생용품, 전자 제품, 자동차 장식, 스포츠 아웃도어, 육아용품, 침구, 애완동물 용품, 사무용품 등이 포함될 것이다.

쉬인 홈페이지 캡처

쉬인 홈페이지 캡처

쉬인은 운동복 브랜드 글로우모드(Glowmode), 여성 의류 브랜드 에머리로즈(Emery Rose), 속옷 브랜드 러브레트(Luvlette), 레저 브랜드 데이지(DAZY), 프리미엄 여성 의류 브랜드 MOTF를 포함해 다양한 브랜드를 출시했다. 각 브랜드는 수요에 따라 세분화했으며 모든 연령대를 커버한다. 쉬인은 의류 카테고리 외에도 반려동물용품 브랜드 PETSIN, 뷰티 브랜드 쉬글램(SHEGLAM) 등을 런칭했다.

쉬인은 현재 거대한 투자자를 등에 업은 신규 브랜드, 기존 브랜드와의 경쟁에 직면해 있다. 쉬인 역시 도태되지 않기 위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 1월, 로이터통신은 쉬인이 연내 뉴욕 증시 IPO(기업 공개)를 재추진한다고 보도했다. 쉬인은 2년 전에도 뉴욕 증시 상장을 추진한 바 있으나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기업공개(IPO)를 잠정 보류했다. 현재 쉬인은 상장 추진을 위해 뱅크오브아메리카, 골드만삭스 그리고 JP모건과 계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쉬인이 뉴욕 증시 입성에 성공하면 그 영향력이 얼마나 커질까.

중국 유니콘의 기세가 매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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