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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IOC 선수위원 “스포츠 외교력 키우려면 새 선수위원 미리 준비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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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유승민 IOC 선수위원과 바흐 위원장. [사진 유승민]

유승민 IOC 선수위원과 바흐 위원장. [사진 유승민]

“스포츠 외교력 강화를 위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현장에서 만난 유승민(40)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은 눈코 뜰새 없이 바빴다. 하루에도 몇 개씩 화상 회의에 참석했고, 틈틈이 경기장을 방문해 선수들을 격려했다. 약속한 시간이 지나자 “회의가 있다”며 일어섰다. 중앙일보와 만난 유 위원은 “2년 뒤 자신의 임기 후 선수위원을 배출하기 위해선 국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유 위원은 지난 18일 열린 IOC 선수위원회 투표에서 부위원장으로 선출됐다. 단독입후보였지만 그의 능력을 의심하는 이는 없다. IOC 내 여러 분과 회의에 자진해 참석하는 열성을 보인 덕분이다. 우연히 만난 바흐 IOC위원장은 "유승민 위원의 친구"라는 말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하트 모양의 IOC로고가 새겨진 핀을 건넸다. 유 위원은 “직업이 있는 선수위원은 일주일 만에 베이징을 떠났다. IOC에서 선수위원에게 급여를 지불하는 건 아니다. 열정이 필요한 일”이라고 했다.

유 위원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남자 단식 금메달을 따냈다. 2012년 런던 올림픽까지 출전한 뒤 2016년 리우올림픽 기간 선수위원으로 입후보해 2위로 당선됐다. 한국인으로서는 문대성 전 위원에 이어 두 번째다.

박인비

박인비

IOC 선수위원은 IOC 위원(정년 80세)과 임기(8년) 등에서만 차이가 날 뿐 동일한 권한을 갖는다. 개최지 및 정식 종목 투표권 등을 갖고 있고, 동계 종목 4명, 하계 종목 8명, IOC 위원장 임명 3명 등 총 15명이다. IOC 위원은 총 106명이다. 한국은 이기흥 위원과 유 위원 두 명이다.

유 위원은 “한국 스포츠 외교력이 부족하다는 평을 자주 듣는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에선 정말 발빠르게 대처했다”고 했다. 쇼트트랙 판정 논란이 대표적이다. 유 위원과 대한체육회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책을 마련했다. 유 위원은 바흐 위원장과 면담을 주선했고,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항소 등 강경한 제스처를 취했다. 이후 중국에 유리한 판정은 크게 줄어들었다. 유승민 위원은 "차민규의 시상식 세리머니와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도 질의를 받았다. 판정에 항의하거나 비하하는 동작이 아님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김연경

김연경

선수위원은 한 국가당 1명만 될 수 있고, 마지막 올림픽 출전 이후 4년 이내에만 입후보할 수 있다. 유 위원은 "선수들이 최대 4명까지 투표할 수 있는데, 같은 탁구 선수 출신 후보도 있어 불리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하루 15시간씩 선수들을 만나 2만 번의 악수를 하며 친밀감을 키운 덕분에 당선됐다.

유 위원의 임기는 2024년 파리 여름올림픽까지다. 유 위원은 “나는 학원에 다녀가며 영어를 공부했다. 당선 후엔 체육회의 지원이 있었으나 한계가 있다”고 했다. 이어 “문화체육관광부 차원에서 도움을 줘야 한다. 선수위원을 배출하는 것이야말로 스포츠 외교의 지름길”이라고 했다. 그는 “나도 후배들을 위해 도움을 줄 생각이 있다.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선수들도 있기 때문에 2년 뒤가 기회”라고 말했다.

체육계에선 도쿄 올림픽에 출전했던 박인비(34)와 김연경(34)을 적임자로 본다. 박인비는 골프가 정식종목으로 돌아온 2016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 김연경은 인기 종목인 배구선수이고, 2012 런던올림픽 MVP를 차지했다. 해당 종목에서 큰 업적을 세웠을 뿐만 아니라 영어도 잘 한다. 유 위원은 “경쟁력 있는 선수들이 충분히 있다. 지금을 놓쳐선 안 된다”고 했다.

유승민 탁구회장이 출범에 앞장선 프로탁구리그. 오는 6월까지 이어진다.

유승민 탁구회장이 출범에 앞장선 프로탁구리그. 오는 6월까지 이어진다.

행정가로서 일하고 있는 그지만, 여전히 그의 본업은 탁구다. 유 위원은 “평창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내 나이에 할 수 없는 직책을 맡았다. 하지만 내게 첫 번째는 탁구다. 베이징에 오느라 올해 프로리그 개막전도 못 갔다. 한국 탁구가 다시 도약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내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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